“대체연료로 시멘트공장 돌려요”…탈탄소화 앞선 유럽
지난달 22일 독일 북서부 베쿰시에 있는 피닉스 시멘트 공장. 땅에서 7m 위에 있는 지름 4m, 길이 15m의 대형 원통형 소성로가 강한 열기를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었다. 시멘트는 석회석·점토·규석·철 등을 소성로에서 1450도 이상의 온도로 구워 만든다.
이 공장의 토어스텐 코츠워 엔지니어는 “유연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폐플라스틱 등의 대체연료로만 시멘트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소성로와 연결된 대체연료 저장창고에 들어갔다. 700t을 보관할 수 있다는 창고 안에서는 작은 조각으로 분쇄된 폐플라스틱, 비닐 등이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되고 있었다.
코츠워 엔지니어는 “생활폐기물을 대체연료로 활용하면 쓰레기 처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며 “이 공장에서는 대체연료를 사용해 연간 5만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는 ‘건설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꼭 필요한 건설 자재이지만,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이다. 시멘트 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은 유연탄을 태울 때 나온다. 유연탄 사용을 줄이는 게 탄소저감 노력의 시작인 셈이다. 독일의 경우 유연탄 대신 대체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 독일 시멘트 업계의 대체연료 사용 비중은 2020년 기준 69%로 한국의 사용 비중 35%(2021년 기준)를 크게 웃돈다.
한국 시멘트 업계도 대체연료 사용을 늘려가고 있지만 일부 환경 단체들의 반발과 잘못된 소비자 인식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일부 환경단체는 시멘트 제조과정에 쓰이는 대체연료 중에 중금속이 포함된 폐기물이 있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또 폐기물을 사용해 만든 시멘트라는 이유로 ‘쓰레기 시멘트’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독일 시멘트 설비 회사인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의 루크 루도스키 연구총괄 대표는 “소성로의 온도는 1450도로 일반 소각장의 온도 800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모든 유해물질이 타서 없어진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도 시멘트 산업의 ‘탄소 줄이기’에 영향을 미친다. 폴리시우스의 우베마스 기술총괄 임원은 “독일은 1990년대부터 폐기물 매립 중단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후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소각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 시멘트협회 회장은 “유럽은 탄소 포집 및 저장·활용의 기술 등을 선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탄소 배출권에 가격을 매겨 경제적 시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이런 유럽 시멘트 업계의 탈 탄소화 전략은 한국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쿰=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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