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거나 새롭거나..엄정화→명세빈, '차정숙' 빛낸 얼굴들②

유지희 2023. 6.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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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정화(왼쪽부터), 김병철, 명세빈. 사진제공=JTBC 

‘닥터 차정숙’ 인기에는 배우들의 호연이 큰몫을 했다. 배우이자 가수 엄정화는 능청스러움부터 경단녀의 애환을, 김병철은 지질함과 엄금진 사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기존 작품들에서 보여준 얼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그려냈다. 청순의 대명사인 배우 명세빈은 막장 불륜녀로 변신해 이미지 변신에 제대로 성공했다. 

◆엄정화, 5년만 타이틀롤 복귀…코믹함‧당당함 그려냈다  

엄정화가 그려낸 차정숙은 자신에게 전부인 가족을 뒤로하고 레지런트 전공의 과정에 재도전하면서 제2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엄정화는 유쾌함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자식뻘인 어린 레지던트 사이에서 때로 능청스럽고, 때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엄정화 특유의 표정 연기, 밝은 이미지가 캐릭터에 버무러져 드라마의 인기를 이끄는 힘이 됐다.

‘닥터 차정숙’ 배우 엄정화. 사진제공=JTBC 
차정숙은 다양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지만 무엇보다 밝은 매력은 엄정화가 그간 연기한 작품들과 비슷한 궤를 그린다. 지난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엄정화는 코믹함을 덧입힌 장르에 강점을 보여왔다. ‘싱글즈’(2003), ‘댄싱퀸’(2012), ‘미쓰 와이프’(2015), ‘관능의 법칙’(2014), ‘오케이 마담’(2020),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2007)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가 그 예다. 데뷔 후 30여 년간 이 같은 작품들과 함께 밝은 에너지를 전해온 엄정화의 모습은 ‘차정숙’에서 빛을 발했다.

또 적극적으로 제2의 인생을 꾸리는 차정숙의 모습은 엄정화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당당한 여성 캐릭터와 닮아있다. ‘싱글즈’,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 등에서 독립적인 여성을 만들어내고 ‘결혼 못하는 남자’(2009)에선 30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골드미스, ‘해운대’(2009)에선 엄마이지만 유능한 커리어우먼 캐릭터를 연기했다. 엄정화는 그동안 익숙하고 잘해왔던 연기를 토대로 5년 만에 타이틀롤로 복귀한 이번 작품을 통해 또다른 매력을 지닌 차정숙을 탄생시켰다.

‘닥터 차정숙’ 배우 김병철. 사진제공=JTBC 


◆미운데 미워할 수 없다…김병철의 마성 매력 

차정숙의 남편 서인호를 연기한 김병철도 마찬가지다. 서인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완벽주의자 의사이지만, 가정이 있는데도 병원에선 첫사랑 최승희(명세빈)와 남몰래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뻔뻔함과 동시에 자신은 바람 피우지만 차정숙이 다른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도 질투하는 지질함을 보이기도 한다. 김병철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엄금진’(엄격, 근엄, 진지)과 ‘허당미’를 오가며, 미운데 미워할 수 없는 ‘밉상’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이는 김병철이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전작 ‘SKY 캐슬’에서 자녀들이 계층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도록 가차없는 엄격함을 보이면서도 가끔씩은 부인에게 꼼짝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차정숙’에서도 ‘SKY 캐슬’에서처럼 ‘욕하면서 보는 재미’를 가득 안기고 있다. 김병철의 이러한 매력은 엄정화, 명세빈 등 상대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일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엄정화와 김병철의 새롭고도 익숙한 모습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큰 요소이기도 하다. 조성경 드라마 평론가는 “엄정화와 김병철은 그동안 자신이 잘해왔던 연기를 잘해줬다.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 캐릭터에 입혀 호연을 펼쳤다”며 “이러한 익숙함은 시청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친숙함을 느끼게 했다”고 평가했다.

‘닥터 차정숙’ 배우 명세빈. 사진제공=JTBC 


◆명세빈, 청순함 벗고 불룬녀로…“새로운 도전”

90년대와 2000년대 ‘청순미’의 대명사로 꼽힌 명세빈은 ‘차정숙’으로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극중 명세빈은 가정의학과 교수로, 차정숙의 남편이자 같은 대학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인 서인호와 불륜을 저지르고 딸까지 낳은 최승희로 분했다. 그야말로 막장 불륜녀다.  

명세빈 또한 ‘차정숙’ 첫방송 전 “그동안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이미지였는데 확실하게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라며 “새로운 도전이라서 캐릭터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주위 배우들에게 열심히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그동안 명세빈은 ‘종이학’(1998), ‘태약속으로’(2003), ‘다시, 첫사랑’(2016) 등을 통해 ‘원조 청순미’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유약하고 비련을 겪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고착된 면이 있다. ‘부암동 복수자들’(2017), ‘보쌈-운명을 훔치다’(2021)를 통해 욕망을 지닌 인물로 연기 변신을 차츰 해왔다가, ‘차정숙’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또 막연히 미운 캐릭터가 아니라, 절절한 모성애를 그려내며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차정숙’에서 가장 큰 연기 변신은 명세빈이지 않나 싶다”라며 “데뷔한 지 오래된 배우들이 큰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데 명세빈이  해냈다”고 호평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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