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페로몬과 단톡방, 그리고 가짜뉴스

2023. 6. 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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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행복한교회 목사, 신학박사,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사무총장

개미는 군집을 이루고 살며 지휘자가 없어도 조직을 잘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곤충이다. 일정한 길도 없이 돌아다니는 개미들은 어떻게 한 번 다닌 길을 기억하며, 자기가 간 길도 아닌 다른 개미가 갔던 길을 따라 먹이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바로 페로몬 때문이다.

개미는 먹이가 있거나 위험이 있거나 막다른 길을 발견하면 강력한 페로몬을 발산해 다른 개미에게 알려줌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이런 의미에서 페로몬은 오늘날 우리가 활용하는 단톡방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개미의 페로몬은 때로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개미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니 SNS와 단톡방에 마구 돌아다니는 가짜뉴스와 같다.

개미의 페로몬이 정보가 잘못되어 수많은 개미 떼가 회오리바람처럼 빙글빙글 지쳐 죽을 때까지 도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앤트밀(Ant mil)이라고 부른다. 앤트밀을 굳이 번역하자면 ‘개미 방앗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레방아처럼 돈다고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앤티밀을 동영상으로 보면 얼핏 볼 때는 장관이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너무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곤충이 잘못된 페로몬 정보로 인해 지쳐서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하고 계속 돌아야 한다니 얼마나 불쌍한가.

그런데 앞에서 개미가 정보를 주고받는 페로몬이 우리가 즐겨 활용하는 SNS, 그 가운데 특히 단톡방 같은 역할을 한다면, SNS는 종종 잘못된 정보나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뉴스를 퍼뜨려 개미도 아닌 사람들이 죽음의 앤트밀에 빠질 때가 있다. 누군가 SNS를 가리켜 ‘선동, 너무, 쉽다’의 약자라고 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 우스개가 진짜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시대가 되었다. 남녀노소 주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아이들에게도 용돈이나 장난감 대신 주식을 선물한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주식이 원래 생겨날 때의 고유한 목적과 기능을 벗어나 투기를 조장하고 일부 세력들이 주가를 조작함으로써 평범한 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가정을 파탄 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최근에도 유명 연예인들이 개입된 주가 조작 사건이 연일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그런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특권층으로 착각하고, 그 정보가 앞길을 미리 알려주는 고마운 페로몬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정보는 고장난 페로몬이 되었고 투자자들이 지쳐서 죽는 앤트밀이 되어 버렸다. 최근 주가 조작으로 어떤 사람의 가정이 얼마나 파탄 났으며 누가 인생을 비관하고 있는지, 혹 어떤 이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사람은 잠깐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개미와 다른 점이다. 개미는 페로몬 외에는 받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그래서 페로몬 정보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끝없는 회오리 행진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은 SNS 외에도, 단톡방 외에도 다양한 정보가 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이 바른지, 그릇되었는지, 누군가 작정하고 조작한 함정인지 판단할 능력도 있고 그래야 하는 책임도 있다.

개미의 페로몬이 하나의 정보 밖에 없는 것과 달리 사람이 접하는 정보는 언제나 복수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너무나 쉽게, 너무나 단기간에, 너무나 많은 이익을 준다는 정보는 죽음의 함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옛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듯 좋은 물건을 엄청나게 싸게 판다면 일단 의심해보는 것이 이성을 가진 사람의 책무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그런 정보를 접하는 순간 이성이 마비되고 마는 것은 인간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너무나 쉽게, 너무나 큰 이익을 주는 유일한 정보는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부활의 복음 외에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아무 이유나 조건 없이 배풀어 주시는 하나님의 호의를 은혜(恩惠)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확실한 정보에 대해서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거부하는 사람들이, 자기 눈앞에 보이는 얄팍한 정보에는 혹하며 기꺼이 앤트밀에 뛰어들고 있으니 이 어찌 한심하고 슬프며 안타까운지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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