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간호사 독일 남편이 만든 다정한 공간

이윤옥 2023. 6. 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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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문상을 위해 지난 3일 오전 경남 고성에 왔다.

'한국 속의 작은 독일'로 알려진 남해 독일마을은 1963년 독일로 떠났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귀국하여 생의 마지막 정착지로 삼아 푸른 남해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집을 지어 사는 곳이다.

독일마을은 중심거리 양옆으로 까페, 맥주집, 수제 소세지집, 기념품점, 편의점 등이 즐비하고 그 안쪽으로는 잘 꾸민 전원주택 느낌의 집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이 귀국해서 정착한 파독 근로자(광부, 간호사)들의 보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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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1시간 거리 독일마을... 남해바다 보며 맥주 한 잔

[이윤옥 기자]

지인의 문상을 위해 지난 3일 오전 경남 고성에 왔다. 예사로운 주말이 아닌 현충일을 낀 연휴 주말이라 그런지 명절 뺨칠 정도로 도로 정체가 심했다. 문상을 마치고 야간 운전으로 상경할 엄두가 안나 1박하고 올라갈 곳을 물색하다가 고성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독일마을'로 향했다.

'한국 속의 작은 독일'로 알려진 남해 독일마을은 1963년 독일로 떠났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귀국하여 생의 마지막 정착지로 삼아 푸른 남해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집을 지어 사는 곳이다.

이곳은 2021년 현재, 42채의 집이 완공되어 이 가운데 30채가 부업으로 '민박(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경제력이 있는 은퇴자들이 자신의 집에 있는 방 1~2개를 민박으로 내놓는 데 이는 부업 겸 숙박하는 이들과 말동무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독일마을의 숙박 시설은 '숙박업을 주로 하는 타지역의 펜션'과는 조금 다르다. 규모도 적을 뿐 아니라 별장처럼 잘 가꾼 정원이 일품이다.
 
 독일마을 입구
ⓒ 이윤옥
   
 독일마을 모습, 지붕 너머 저녁 해가 지고 있다.
ⓒ 이윤옥
  
문상을 마치고 도착한 오후 5시 무렵 독일마을 거리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면서 독일맥주 한잔과 수제 소세지를 즐기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로 맥주집과 음식점, 까페는 벌써 만원이다. 맥주 한잔 마시려면 어딘가에 방을 잡아야 하는데, 1박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떠나온 터라 현지에 도착하여 민박집 몇 곳을 수소문해보았지만 모두 '만실'이었다. 다행히 독일마을을 약간 벗어난 곳에 하루 묵고 갈 방을 정하고, 산책겸 독일마을까지 걸어갔다.
독일마을은 중심거리 양옆으로 까페, 맥주집, 수제 소세지집, 기념품점, 편의점 등이 즐비하고 그 안쪽으로는 잘 꾸민 전원주택 느낌의 집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이 귀국해서 정착한 파독 근로자(광부, 간호사)들의 보금자리다. 독일마을 골목을 걷다가 '파독의 집, 하이디하우스(고 우춘자)씨 집'과 만났다. 낮은 담장 넘어로 잘 가꾼 정원이 눈을 사로잡았다. 집 앞에는 집주인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파독간호사 고 우춘자씨 집, 잘 가꾼 정원이 부부의 정성이 느껴진다.
ⓒ 이윤옥
   
 파독간호사 고 우춘자 씨 집(하이디하우스) 앞의 안내판
ⓒ 이윤옥
   
 붉은 지붕에 흰색 벽이 단아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독일마을 집들
ⓒ 이윤옥
  
"파독 간호사 우춘자씨와 독일 남편 엥엘프리드씨가 2003년 독일마을에 둥지를 튼 하이디하우스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하이디와 양치기 소년 페터처럼 살겠다는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2009년 베를린영화제 초청작인 조성형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움의 종착역>의 주인공인 우 할머니와 빌리 할아버지가 바로 우춘자씨와 남편인 빌헬름 엥엘프리드씨입니다. 2019년 5월 15일, 우춘자 씨는 독일마을의 하늘의 별이 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편 엥엘프리드씨만 남아 이처럼 정갈하게 정원을 가꿨다는 이야기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자신들을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양치기 소년'으로 견주며 아름다운 삶을 이어가던 부부의 모습을 떠올렸다. 본적도 없는 우춘자씨지만 왠지 어렸을 적에 읽었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주인공 처럼 여겨졌다.
 
 민박(펜션)집 이름들이 마치 독일에 온듯하다.
ⓒ 이윤옥
   
 중심거리 도로 양 옆에는 기념품, 맥주집, 까페 등이 있다.
ⓒ 이윤옥
   
 독일마을에서 바라다 본 남해바다, 저녁노을이 퍼져 있다.
ⓒ 이윤옥
  
'파독의 집 하이디하우스 고 우춘자' 집 안내판에는 "뮌스터 시립병원 근무(Münster Stadtkrankenhaus).

1971년 독일로 갔던 우춘자씨의 첫 근무지는 뮌스터 시립병원이었다. 독일 뮌스터시는 산타클로스의 진짜 고향이자 독일 최대의 자전거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 근무(Frankfurt Unikliniken)"라고 적혀있다.

남해 독일마을, 그녀의 아담한 집 앞에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그리듯, 독일마을 하늘의 별이 된 우춘자씨 모습을 오래도록 그려보았다.

남해 독일마을 하늘의 별이 된 소녀
춘자 씨가 살던 붉은 지붕 위로
저녁해가 지더니
보름달이 휘영청 떴다

독일 뮌스터 시립병원에서
검은 눈의 천사로
아픈 이들을 어루만지던 하이디 소녀는 돌아와
푸른 바다 넘실대는 남해 바닷가 위에
예쁜 집을 지었다

이곳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하며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꾸렸던
알프스 소녀와 양치기 소년의 사랑은
지금도 전설처럼 애잔하다.

                    - 이윤옥, 알프스 소녀 우춘자 간호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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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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