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논문' 검증한 숙대 교수 "이건 '도둑질' 표절, 결과 왜 안 내놓나"
[윤근혁, 유성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검증에 참여한 신동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 여사가 1999년에 쓴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석사 논문을 표절이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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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물 폭탄 떨어진 날 밤, 숙대 교수회관에선...
"나흘간에 걸친 논문 검증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힘들었어요. 표절 표시한 논문 내용이 거의 벌겋고, 멀쩡한 곳이 몇 개 안됐어요. 완전 표절이죠. 몇몇 사람의 글을 훔쳐서 짜깁기한 도둑질 표절입니다."
김 여사가 1999년에 쓴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석사 논문 표절률은 48.1%~54.9%. 이런 검증 결과를 숙대민주동문회는 지난해 8월 10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당시 숙대민주동문회는 논문 검증에 참여한 교수들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교수들에 대한 불이익을 걱정해서다. (관련 기사: 숙대 교수들과 동문들 "김건희 석사논문 표절률 48~55%" https://omn.kr/207me)
2일, 이 논문 검증에 직접 참여했던 교수가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에 입을 열었다. 바로 신동순 교수(56, 중어중문학부)다.
숙대 동문이면서 이 대학에서 12년째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신 교수는 "숙대 본부가 이렇게 명백한 김건희씨 논문 표절 검증 결과를 1년 4개월째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학생들과 다른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용산 눈치 보기에 따른 직무태만 행위"라고도 했다.
학회에서 오랜 기간 연구윤리위원으로도 활동해온 신 교수는 "우리는 김건희씨의 58쪽 논문을 검증하는데 나흘 걸렸다. 학회 검증이면 한두 달, 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라면 4~5개월이면 충분한데 숙대는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검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숙대는 빨리 명백한 표절논문에 대한 검증 결과를 내놓고 학위 취소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숙대가 김 여사 논문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간 때는 지난해 2월. 숙대는 지난해 12월 15일쯤 본조사에 늑장 착수한 이래 본조사 조사 시한 3개월을 훌쩍 넘긴 이날까지도 검증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김건희 논문' 본조사 연장한 숙대 "종료 시점 언제일지 몰라" https://omn.kr/23zex)
숙대의 시간끌기가 계속되자, 숙대민주동문회와 교수, 재학생들은 오는 7일 오후 1시 숙대 정문 앞에서 대학 본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이 집회를 5일 앞둔 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숙대 교수회관에서 신 교수를 만나, 공개 발언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들었다.
▲ 신동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것이 표절로 분석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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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논문’ 검증했던 숙대 교수 “이건 ‘도둑질’ 표절, 왜 결과 안 내놓나?” ⓒ 유성호 |
- 지난해 8월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에 직접 참여했는데, 결과는 어땠나?
"교수 여럿이 나흘간 검증했다. 58페이지 논문 검증하는 건 간단하고 용이했다. 이 논문은 몇 건의 학위논문과 몇 권의 책에서 그 내용을 뭉텅이로 갖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 중복된 곳을 색연필로 표시하니 논문이 온통 벌겋더라. 멀쩡한 곳이 몇 개 안됐다. 완전 표절이었다. 명백한 표절, 정말 황당했다."
- 그 당시 최대 54.9%가 표절이란 결과를 발표했다.
"이것은 우리가 정말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표절문장이 발견됐다. 몇몇 사람 글을 훔쳐서 짜깁기한 것이고 남의 글을 도둑질한 것이다. 김건희씨의 석사학위는 반드시 취소되어야 한다."
- 지난해 김 여사 논문 검증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본부가 예비조사 결과 발표를 계속 미뤄서 지난해 5월에 총장과 개인 면담을 하고, 교수 전체회의에서도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검증 결과는 계속 나오지 않았다. 답답했다. 대학이 자기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기 위상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교육을 할 수 있겠나? 저는 우리 학생들과 다른 청년들한테 미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숙대민주동문회에서 검증을 의뢰해 참여하게 됐다."
- 숙대본부가 조사 착수 1년 4개월이 넘도록 검증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짧은 분량의 논문 검증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가 없다. 이건 직무태만이고, 발표를 미룰수록 숙대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다. 비상식적이며 공정하지도 않다. 총장과 연구진실성위원장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숙대가 김건희 여사 논문검증 결과 발표를 왜 미루고 있다고 보나?
"다들 알지 않나? 용산 때문 아닌가. 영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눈치 보기라고 생각한다. 이 석사 학위 논문은 김씨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학위취소가 되면 국민대 박사 학위도 자동으로 취소되고, 대학 비정규 교수 이력도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다."
- 김 여사 석사논문이 나올 때인 1999년엔 지금과 같이 엄격한 표절 잣대가 없었다는 반론도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학위 논문을 쓸 때 각주 표시를 하라는 것은 1970-80년대에도 강조된 내용이다. 이런 표절은 1999년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씨가 나온 숙대교육대학원도 일반대학원과 똑같이 석사학위를 주는 곳이었다."
▲ 신동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숙대 본부가 명백한 김건희씨 논문 표절 결과를 1년 4개월째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학생들과 다른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며 “용산(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따른 직무태만 행위"라고 비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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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상의 표절률을 보이는 논문에 대해 검증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학술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학술경쟁력을 추락시키는 모습이다. 다른 나라 대학에서 숙명여대를 어떻게 평가하겠나. 세계 학술계가 우리 대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 끝으로 숙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숙대본부는 빨리 검증 결과를 내놓고 학위 취소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게 본부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이다. 그 동안 '김건희씨가 자신의 논문을 자진 반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공개 발언을 자제해왔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 논문 취소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게 됐다. 그 동안 검증을 촉구해온 숙대민주동문회와 재학생들에게는 정말 감사하다. 이들이 그나마 우리 학교의 명예와 위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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