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33)] 기영수, 꿈의 무대였던 ‘영웅’과 함께 한다는 것

박정선 2023. 6. 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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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연 마친 '영웅' 투어 공연 진행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꿈을 두고 고민하던 한 아이에게 뮤지컬 ‘영웅’은 확신을 준 작품이었다. 지난해 뮤지컬 ‘데스노트’로 데뷔한 배우 기영수에게 그래서 ‘영웅’은 더욱 특별한 작품이다. 꿈에 확신을 심어준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그의 꿈의 무대가 됐고 현재 뮤지컬 배우가 되어 직접 그 무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영수 배우는 ‘영웅’에서 씬 스윙, 그 중에서도 게이샤 스윙을 밭고 있다. 사실 스윙은 어려 배우들 중 갑작스러운 결원이 생겼을 때만 그들을 대신해서 무대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공연이 끝나는 경기 많다. 그런데 기영수는 갑작스럽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간의 노력들로 기회를 잡았다.


ⓒ에이콤

-뮤지컬 ‘영웅’엔 어떻게 함께 하기게 됐나요?


저에게 ‘영웅’은 정말 뜻깊은 작품이라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웅’ 오디션이 떴을 때,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정말 간절하게 준비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가 나와줬고요. 서울 공연이 끝나고 지방 투어를 하고 있는 지금도 제가 ‘영웅’의 무대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영웅’이 왜 뜻깊은 작품인가요?


고등학교 2학년, 뮤지컬 배우의 꿈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영웅’ 티켓 세 장을 선물해줬어요. ‘너도 언젠가 저 무대 위에 있길 응원하는 티켓’이라고 하면서요. 그렇게 부모님과 관극을 하게 됐는데 무대가 정말 환상, 그 자체더라고요. 그날 제가 보고 들은 노래와 춤, 스토리까지 뭐 하나 빠짐없이 마음 깊숙이 들어왔거든요. 다른 관객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훌쩍이던 제 모습, 언젠가 나도 저 무대 위에 있길 바라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날 이후 이 작품은 제 꿈의 무대 중 하나가 된 거죠.


-그 환상적이던 첫 인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나요?


당연하죠! 오히려 처음 객석에 앉아서 이 작품을 봤을 때는 마냥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면, 무대의 모든 과정을 구성원으로서 보고 있다 보니 멋있는 것을 넘어서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대 뒤에서, 또 무대 위에서 이 공연을 있게 하는 모든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기영수 배우는 스윙 역할을 맡고 있죠. 여러 배역을 고루 익혀야 하는 롤이라 매우 중요한 포지션인데, 이에 따른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 씬 스윙으로 뽑혔을 때,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생각이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제 마음속에서 스윙은 너무 대단한 존재였거든요. 특히나 이전에 참여했던 뮤지컬 ‘데스노트’ 때 스윙 언니, 오빠들이 정말 엄청난 실력자들이었는데 그만큼을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생각하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부담 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들더라고요. 적어도 내가 맡은 역 안에서 만큼은 어떤 일이 생겨도 이 공연을 계속 이어가게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저에게 참 소중해졌어요. 지금은 이 책임감을 즐기고 있습니다(웃음).


-동시에 많은 배역을 공부하고 연구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힘에 부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한 장면에서만 스윙을 맡고 있는, ‘씬 스윙’이라서 정말 하나의 극 전체를 맡고 계신 다른 스윙분들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긴 합니다. 그런데도 스윙이라는 역을 처음 맡아서 어려웠던 부분을 생각해보자면 무대 위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호흡을 따라잡는 거였어요. 소대에서 보면 공연과 연습을 반복하며 그들이 쌓아놓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느끼고 있는 미묘하지만 확고한 호흡들이 무대 위에 존재하는데 그런 작은 부분들을 따라잡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무대를 많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여러 배역들을 익히는 기영수 배우만의 방법이 있나요?


방법이라기보다 아직 요령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자다 깨서도 바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 보고 반복하고 있어요. 연습 때부터 스윙 노트를 만들어서 각각의 동선, 감독님의 코멘트, 각 배역의 주의사항들을 적어뒀어요. 그렇게 만들어 둔 노트를 보면서 연습과 공연마다 하루에 한 명을 정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반복하며 연습했어요. 특히나 ‘게이샤 씬’은 6명이 다 같이 각을 맞추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장면인데, 내가 언제 투입되어도 춤 동작, 노래 가사와 음을 신경 쓰지 않고 시야를 넓혀 이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춤과 노래를 몸에 익히는 거죠.


ⓒ에이콤

-사실 해외에서는 스윙이 정말 중요한 역할로 주목을 받고, 전문적인 스윙 배우들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스윙보다는 배역을 맡는 것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저 역시 스윙이 처음이기도 하고 아직 모르는 부분들도 너무 많아 이야기하긴 조심스럽지만, 배역은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다면 스윙은 동료들에게 박수받는 것이 큰 것 같아요. 여기서 제가 느낀 건 어느 자리에 있든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모두가 박수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전 작품에서 그 누구보다 스윙 언니, 오빠들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무대를 비우게 되는 상황에서 무대가 계속되도록, 그리고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모습들이 정말 든든하면서도 존경스러워요.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제가 느낀 것처럼, 스윙을 ‘무대에 못 서는 자리’가 아닌 ‘무대를 든든히 지켜주는 자리’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모든 스윙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더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다른 배우를 대신해 실제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나요?

저희 게이샤 맏언니가 다른 일정으로 인해 서울 공연까지만 함께하게 되어서, 지방 공연부터 게이샤 씬에서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사실 무대에 오르진 않아도 소대에서 항상 같이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에 첫 무대도 생각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부채를 잡은 손이 떨려서 그 손을 붙잡느라 꽤 고생했어요. 그리고 제가 매일 입던 의상과 매일 하던 장면이 아닌, 새로운 의상으로 새로운 장면에서 관객분들을 마주하니 정말 첫 공연을 다시 올린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기한 마음이 가장 컸어요.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영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영웅’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요. 그 메시지들은 장면마다 다양한 색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서 더 큰 의미를 남기는 것 같아요. 어떤 장면에서는 가사로, 음악으로, 또는 배우들의 춤, 움직임과 표정으로 다가가서 관객분들이 이 극장을 나갈 때는 마음속에 이미 여러 색의 ‘영웅’이 가득 채워진 채로 나가게 되는 거죠. 단순히 보고 잊혀지는 공연이 아니라, 공연장을 나가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이 ‘영웅’의 가장 큰 매력이죠.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이 있다면?


저는 1막 마지막 장면인 ‘그날을 기약하며’라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이 장면은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날을 기약하며 다시 한번 더 힘내어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곡이에요. 가사도 음악도 물론 너무 좋지만, 그 신의 배경에서 별이 가득 수놓아 있는 밤하늘이 연출되는데 너무 좋아요.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다짐하는 그들 뒤로, 그들의 동료이자 독립 전쟁에 함께했던 전우들이 밤하늘의 수많은 별로 그들과 여전히 함께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아름답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울컥해요.


-‘영웅’은 얼마 전 1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어요. 이 작품의 영광스러운 순간에 함께 했다는 것이 의미가 클 것 같기도 해요.


저 역시 그 100만 관객 중 하나였던 사람으로서, 이 순간을 무대 위에서 함께 할 수 있음에 더 감격스러웠어요. 동시에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00만 관객을 만나온 이 ‘영웅’이라는 작품이 새삼 더 크게 느껴졌고, 이 무대에 서 있음에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선배 배우들과 호흡하셨을 텐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배 배우가 있을까요?


특별한 한 분보다는 ‘영웅’에는 이 작품을 여러 시즌 동안 참여하고 있는 선배님, 언ㄴ, 오빠들이 있어요. 그분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영웅은 안무가 힘든 편인데도 늘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매회 공연을 하고 계신 것도 인상 깊고, 정말 수많은 공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무대에 오르시는 모습도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데스노트’ 앙상블로 데뷔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죠.


맞아요, 감사하게 작년에 ‘데스노트’로 데뷔하게 되었어요. 원래도 뮤지컬 공연은 좋아했는데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이 너무 빛나 보여서 오히려 더 저의 꿈으로 생각하지 못했어요. 너무 빛나길래 다가가면 다칠까 무서워서 멀리서 바라보며 끙끙거리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내가 앞으로 어떤 걸 하며 살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을 때 떠오르던 게 뮤지컬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바로 뛰어들 자신이 없어서 작은 청소년 뮤지컬 극단에 무작정 찾아가서 무대에 올랐어요. 어쩌면 그건 내가 이 길을 선택하지 않길 바라며 이렇게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스스로 설득시키기 위해 시작했던 극단이었는데, 오히려 상상만 하던 무대에서 노래하는 순간 그냥 내가 죽어라 하고 노력해야겠다고 깨닫게 됐어요.


그리고 내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 편안하게 느끼는 것들 대신 뮤지컬로 채워나가고 있어요. 아직 어느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아서, 여전히 내 삶을 그렇게 채워가며 열심히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데뷔작인 ‘데스노트’는 어땠나요?


‘데스노트’는 저에게 ‘기적’이라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저한테 기적 같은 일이었는데 그걸 처음 현실로 만들어준 무대였거든요. 그리고 ‘데스노트’에서 야가미 사유의 커버를 맡았는데, 딱 한 번 사유로 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어요. 예술의전당,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것이 정말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이제 데뷔한지 1년이 조금 넘은 건데요.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정말 너무 많은 것을 배워서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그중에서 가장 큰 건 무대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움직인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인데도 무대 위에서의 언니, 오빠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 보면 내 움직임이 얼마나 어색한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니, 오빠들의 무대 위 걸음걸이, 손짓, 눈빛, 숨소리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보게 되고, 아직 멀었지만 그렇게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지도 궁금해요.


사실 지금부터 저의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고 싶진 않아요. 아직은 많이 보고 배우고 경험해서 나중에 더 단단하고 확고한 저만의 방향과 길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은 더욱 간절하고 절실하게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싶어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 캐릭터가 있다면?


‘미스사이공’의 킴 역을 언제가 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제가 입시하고 학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뮤지컬 넘버가 ‘미스사이공’이에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어느 순간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지칠 때나 그냥 대중교통 타고 이동할 때도 늘 습관적으로 들었어요. 미스사이공의 넘버들을 듣고 있다 보면 막 몸이 근질거려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꾸 연습실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욕심이 났어요. 나도 저 음악 속에 있고 싶다고요.


-마지막으로 기영수 배우의 최종 목표를 들려주세요.


어쩌면 진부한 목표일 수 있으나, 진심으로 무대 위에서 더 많은 노래와 캐릭터로 관객분들을 오래오래 최대한 많이 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만나게 될 무대에서의 다양한 저의 모습을 더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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