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잔 안마셔서 괜찮아" 이런 오판에…매년 270명 목숨 잃었다
[숫자로 보는 음주운전]
#. 같은 날 저녁 10시 20분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선 만취 상태의 30대가 운전하던 SUV 차량이 편의점으로 돌진해 기물을 부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상처를 입은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 지난달 22일엔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던 50대가 또다시 충남 천안시의 한 도로에서 술에 잔뜩 취한 채 차를 몰다가 적발돼 구속기소 됐다. 이 운전자는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연령과 시기를 불문하고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다. 3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모두 8만 2289건으로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105만 6368건)의 7.8%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1348명이 목숨을 잃고 13만 5000명가량이 다쳤다. 한 해 평균 270명이 음주운전 탓에 안타깝게 숨진 셈이다. 게다가 음주운전 사고는 2020년 1만 7247건에서 2021년엔 1만 4894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1만 5059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등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는 연중 꾸준히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전체 교통사고는 2월부터 10월까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월별 변동 폭이 크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달 6000~7000건 안팎의 음주운전 사고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요일별로 보면 주로 금요일부터 음주운전 사고가 늘기 시작해 토요일에 가장 많았으며, 일요일에도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사이에 평균(6857건)보다 높게 발생했고, 자정을 전후로 최다였다. 주말, 특히 토요일 자정이 요주의 시간대인 셈이다.
또 야간보다 사고 건수는 적지만 낮 시간대 음주운전과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술이 덜 깬 상태로 운전하다 발생하는 교통사고도 적지 않다. 차종별로는 승용차(77.5%), 영업용 화물차(11.0%), 오토바이(8.2%) 등의 순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음주운전 사고가 연령대별로 별 차이 없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30대가 전체 음주운전 사고의 22.7%로 가장 많지만 20대(21.7%), 40대(21.7%), 50대(21%)도 각각 20% 이상을 기록했다. 60대 이상은 11.2%였고, 20대 미만은 2%에 그쳤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질 않는 데다 운전자의 방심과 안이한 판단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이 202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마신 술의 양이 적어서’로 전체의 38.9%를 차지했다.
또 '술 마신 뒤 시간이 지나서'가 17.9%, '집과의 거리'가 15.1%로 뒤를 이었다. 술 몇잔은 괜찮은 데다 시간이 지났으니 깼을 거라는 오판과 집이 가까우니 잠깐 음주운전을 해도 될 거란 방심이 겹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러한 조사결과는 2001년 중앙대 연구팀이 실시한 연구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당시에도 음주운전 이유 중 첫 번째가 '마신 술의 양이 적어서' 였고, '술 마신 뒤 시간이 지나서'와 '집과의 거리'가 뒤를 이었다. 20년이 지났지만, 음주운전 행태와 이유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음주 후 운전은 선택이 아닌 금지이자 범죄라는 확고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이륜차, 전동킥보드 등도 술을 마신 뒤에는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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