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MACHIMA AI 시대의 서막! AI가 패션계에는 어떻게 침투했을까?

2023. 6. 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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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인 줄만 알았는데, 이미 내 곁을 파고든 AI. 패션계에는 어떻게 침투했을까? 정말 AI가 패션 산업 종사자들을 밀어내게 될까? AI 밈으로 100만 팔로어를 얻을 수도, AI에게 내 저작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시대에 미리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 이슈.
AI가 만든 발렌시아가를 입은 해리 포터의 모습.
그라임스의 세계관에 함께한 블랙핑크 제니.
「 새로운 챕터 」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몇 개의 짤을 기억하는가? 발렌시아가를 입은 해리 포터와 침착맨, 하얀 롱 패딩을 입은 성 프란체스코 교황, 경찰에 연행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의 공통점은 AI로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 챗GPT를 위시한 다양한 AI 모델의 등장으로 AI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툴이 됐다. 발 빠른 이들은 벌써 새로운 밈을 창작, 유행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뿐인가. 이미 서점에는 AI가 쓴 자기 계발서가 등장했다.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의 저자는 바로 챗GPT. 이 책이 집필되고 종이에 인쇄돼 서점에 나오기까지 단 7일이 소요됐다. 발렌시아가 밈이 인기를 끌자 일부는 광고 캠페인 속 아동 포르노 의혹으로 침체됐던 브랜드가 AI 밈을 계기로 부활할 것 같다며 흥미로워했다. 패딩을 입은 교황의 이미지를 두고 몇몇 사람들은 “교황이 스타일리스트를 새로 고용한 거냐”며 관심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각 이미지는 개인 크리에이터의 것으로 밝혀졌지만, 어쩌면 이것이 교묘한 마케팅의 새 방식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해당 브랜드의 누군가가 일부러 공개한 거 아니야? 대중의 반응을 보고 실전에 반영하려고?’ AI 모델의 발전이 가장 돋보일 분야는 단연 마케팅이다. AI 모델이 더 빠르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모든 신제품과 캠페인은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펴 반영하게 될 거다. 마케팅에 큰 비용을 투자하는 빅 컴퍼니에겐 몹시 반가운 소식일 듯. 반면 우리의 의사 결정은 부지불식간에 AI가 유도하는 대로 더 쉽게 좌우될지 모른다. 모든 게 ‘내 선택’이라는 착각하에!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AI 연구소 수석 과학자 토비 월시 역시 “지금 보고 있는 모든 온라인 미디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체포설'까지 퍼진 AI가 만들어낸 이미지.
로봇으로 변신한 그라임스의 AI 이미지.
「 이 광고는 AI로 만들었습니다 」
미국 온라인 쇼핑몰 리볼브는 창립 20주년 광고 비주얼 제작을 AI에게 맡겼다. 여러 인종의 여성이 등장하는 이미지로 LA 팜 스프링스 인근 초대형 광고판을 통해 공개됐다. 이는 텍스트로 된 명령어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AI 모델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한 것으로, 총 3주의 제작 기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초대형 스케일에 알맞게 디테일을 보완하는 데 소요했다고. 한편 ‘뿌리’를 주제로 내세운 싱가포르의 한 패션지 3월호 표지는 동남아시아계 여성 3명이 장식했다. 이들의 이름은 ‘Aadhya’, ‘Melur’, ‘Faye’. 모두 AI 모델 ‘미드저니’와 ‘달리’로 구현한 가상 인물로 전통과 기술, 시공간을 넘나드는 요소들이 디테일하게 조합돼 있다. 이미 버추얼 모델들이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듯 AI 창작물은 세상에 점점 더 깊이 스며들 것이다. AI를 통해 시간적·물질적·비용적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가능성은 수많은 기업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하니까. 현재 대부분 오픈소스로 운영되는 AI 모델들이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소규모 디자이너 같은 언더독에겐 빅 브랜드에 대항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리볼브가 후원한 뉴욕 AI 패션 위크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룩이 AI 기술로 공개된 것처럼!
AI가 만든 이미지라 밝힌 후 포토그래피 어워드 수상을 거부한 포토그래퍼 보리스 엘다크센의 사진은 세상에 화두를 던졌다.
교황의 패딩 룩은 AI의 창조물이었다.
「 우리가 그린 기린 그림 」
AI라는 신세계를 두 팔 벌려 맞이하기 전 짚어야 할 문제도 있다. 우선 저작권. 사람이 AI를 이용해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 것일까? 명령어를 입력한 사람? AI 개발자? 결과물을 만들어낸 AI? AI의 결과물에 응용된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자? 그럼 이 콘텐츠가 표절로 밝혀졌을 때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법적으로 명확히 정해진 바는 없다. 챗GPT에게 물었을 때도 답변은 다소 모호했다. “일반적으로 AI가 만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이미지를 생성한 AI 개발자나 소유자에게 속합니다. 이는 AI 모델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AI 모델이 이미지 생성에 사용된 원본 이미지나 자료를 사용했다면, 해당 이미지나 자료 저작권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또한 AI가 만든 이미지가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해당 목적에 필요한 저작권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후략)” 대중음악계 역시 이 문제로 갑론을박 중. 최근 공개된 위켄드와 드레이크가 함께한 신곡 ‘Heart On My Sleeve’라는 노래는 사실 두 가수의 목소리를 AI로 합성한 것이었다. 이에 소속사가 성명을 통해 “우리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용한 생성형 AI의 학습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레코드산업협회도 기업들이 AI 학습에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저작권을 대거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 저작권청은 음악을 포함한 AI 생성 예술은 “인간 저작물이 아니므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결정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의 전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AI를 활용해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만들면 로열티의 50%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기계와 인간의 작업 융합이 멋지고, 모든 예술을 오픈소싱해 저작권을 없애는 아이디어가 좋다”고. 미국 저작권청조차 AI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저작권을 일부 보존하려는 묘수일까?

AI 패션 위크의 런웨이 풍경.
「 AI, 믿어도 되겠니 」
AI는 공정하고 객관적일까?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기술이니까? 아니, 오히려 편향성은 AI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AI 역시 사람의 손으로 설계한 것이며, 지금까지 사람들이 쌓아온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의 편향성에 대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어떤 직업의 사람을 이미지화할 때 특정 성별로 편향된다거나, 얼굴 인식 알고리즘 성능 평가에서 흑인 또는 아시아인의 경우 백인보다 얼굴 인식 정확도가 떨어지고, 챗봇이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답변을 내놓아 16시간 만에 서비스가 중단된 사례 등등. 얼마 전 일론 머스크가 챗GPT의 대항마 ‘트루스 GPT’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챗GPT는 정치적 타당성을 만들기 위해 거짓도 말하도록 훈련되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만일 오픈소스 AI 모델이 정밀한 편향성을 지닌다면? 이를 통해 생산한 콘텐츠 역시 특정 성향을 내포할 위험은 분명히 있다. AI의 편향성을 검증, 교정하는 도구도 개발 중이지만 갈 길은 멀다. AI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는 동시에 AI의 지능도 점점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검증 도구 역시 이 속도를 따라잡아야 하는 것. 이렇듯 AI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무기와 같다. AI의 불온전한 파급력이 우리를 디지털 유토피아로 이끌지, 디스토피아로 이끌지는 미지수다. 잊지 말자, 드라마 〈SKY 캐슬〉 속 김서형의 말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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