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만년꼴찌 패배의식 MBC에…'창조적 파괴의 돌풍' 몰아쳐야" [문호철의 MBC 생각 ④]

박상우 입력 2023. 6. 4. 00:10 수정 2023. 7. 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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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사장 선임 3개월 만에 '정책발표회'…새로운 것 없고 다 전에 나왔던 얘기들 조금씩 각색"
"안형준 체제가 최승호·박성제 연장선상 불과하다 환기 이벤트…올 연말 일천억 원대 적자 가능성"
"편파방송 종식·가짜뉴스 축출·언론노조 경영권 장악 해소 통해 '선진경영 MBC' 탈바꿈 해야"
"MBC, 대중적 소구력 동영상 '최다 보유' 적극 활용해야…지연·학연 및 형님·아우 문화 혁파해야"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은 "지난 5년 동안 언론노조 위원장들이 번갈아 가며 사장을 맡았던 시기에 드라마 경쟁력 등 MBC 핵심역량이 얼마나 속병 들었다"며 "이런 추세면 연말에는 최승호 사장이 기록했던 일천억 원대 적자에 버금가는 대규모 적자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진 경영 MBC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편파 왜곡 방송 종식과 가짜뉴스 축출, 언론노조의 경영권 장악 해소를 통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 전제돼야 한다"며 "지상파 중 만년 꼴찌라는 패배 의식에 젖어있는 지금의 MBC에게 필요한 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돌풍'이 내부로 향해 몰아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국장은 4일 <어떻게 하면 MBC는 다시 성장하는 콘텐츠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제하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지난 5월 24일, 언론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따라 MBC 안형준 사장이 실시했던 첫 '정책발표회'는 한마디로 역시나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는 '시대와 콘텐츠의 격랑 속에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MBC를 '글로벌이 열광하는 IP 허브'로 만들겠다고 호방하게 발표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고 다 전에 나왔던 얘기들을 조금씩 각색해서 백화점식으로 종합한 것이었다"며 전했다.

문 전 국장은 "안 사장의 정책발표회는 (왜곡·편파·가짜뉴스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는 MBC의 시사 보도 신뢰도가 높고, MBC가 유튜브 뉴스채널 중 1위이며,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이 라디오 청취율 1위를 했다고 자랑했다"며 "결국 이런 식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안 사장 체제는 최승호-박성제 체제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며 이 경영진이 있는 한 편향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환기시켜준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MBC에게 필요한 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돌풍'이 내부로 향해 몰아치게 해야한다. 수십 년간에 걸쳐 층층이 두껍게 쌓인 'MBC만의 왕국들'을 스스로 파괴할 정도의 용기와 결기가 시급하다"며 "MBC 사장이라면 '내 임기가 마칠 때까지 1등급 재진입을 이루고 나아가 글로벌 OTT 급으로의 진입 가능성까지도 가시화시키겠다'라는 정도의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MBC에는 지난 수십 년간 쌓아놓은 방대한 분량의 동영상 라이브러리의 아카이브가 있다. 뉴스, 드라마, 예능, 다큐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대중적으로 소구력을 가진 동영상 라이브러리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일 것이다. 지금 MBC는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쌓아둔 채 대부분을 방치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전략적 계기를 찾는다면 이 자료들은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황금광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문 전 국장은 "지금 MBC 현실은 구성원들부터 지상파 중 만년 꼴찌라는 패배 의식에 젖어있다. 언론노조와의 친소 그리고 지연·학연과 형님·아우 문화의 1차원적 관계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오죽하면 방송사가 아니라 '방송동호회'라는 말까지 나올까. 당연히 책임도, 제대로 된 보상도 없다. 이런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안 사장은 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4일 발표된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의 칼럼 전문.

<어떻게 하면 MBC는 다시 성장하는 콘텐츠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지난 5월 24일, MBC 안형준 사장이 '사장 정책발표회'를 실시했다. 사장이 되면 한 달 안에 정책발표회를 개최해 언론노조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MBC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다(첫 개최 후 매 1년이 지날 때마다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이를 의무화한 MBC 민노총 언론노조의 막강 파워를 다시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글 등 해외 유수 기업 CEO들이 (자발적이지만) 수시로 직원들을 만나 회사 정책을 알린다고 하니 이런 자리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아무튼 2월 말 선임된 이후 한 달이 아닌, 3개월 지난 시점에 정책발표회를 한 것을 보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사장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언론노조 마음에 들지 않는 사장에게 이런 발표 지연 상황이 생겼다면 분명 난리(?)쳤을 언론노조가 안 사장에 대해서는 관대한 걸 보니 누가 뭐라 해도 안 사장은 언론노조의 지지를 받는 것 또한 확인됐다 하겠다. 아니면 언론노조에 충성 서약(?)이라도 했거나.

무능력 최승호…눈속임 흑자 박성제

어찌 됐건 이번 정책발표회는 아주 중요했다. 문외한의 무개념 경영을 폈던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 최승호 사장은 2018년과 2019년에 연이어 MBC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천억 원 대의 적자를 냈다. 또 다른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 후임 박성제 사장은 놀랍게도 흑자를 냈고 최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자랑하는 것을 보았다. 마법을 부렸나? 속을 들여다봤더니 드라마 같은 고비용 콘텐츠 제작을 확줄여 흑자를 만드는 눈속임 경영이었다. 겉으론 흑자지만 콘텐츠 회사 MBC를 속병 들게 만드는 경영이었다. 무역으로 따지면 '수입 축소형 흑자'다.

연임을 자신했던 박성제 사장은 ‘눈속임 흑자’에 스스로도 도취되었던 것인지 2023년도 직접제작비를 대폭 늘리겠다고 호언했었다. 그러나 사실 그가 얘기한 2023년 제작비 규모는 언론노조가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했던 2017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는 말할 필요도 없고 국내의 경쟁자들도 제작비를 크게 늘려왔다. 단적으로 이것만 보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MBC 경쟁력의 원인이 쉽게 파악이 될 것이다.

아무튼 금년 들어 박 사장이 계획한 대로 1/4분기에 MBC는 전년 동기에는 미미했던 드라마 제작비를 늘려서 집행했다. 골병든 상태에서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한 격이었다. 그 결과 매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영업손익도 지난해 흑자에서 상당 규모의 적자로 전환되는 참담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COVID-19 엔데믹 전환과 함께 경제활동의 일상 복귀도 이루어진 시점에 나온 이런 결과는 지난 5년 동안 언론노조 위원장들이 번갈아 가며 사장을 맡았던 시기에 드라마 경쟁력 등 MBC 핵심역량이 얼마나 속병 들었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이 추세면 연말에는 최승호 사장이 기록했던 일천억 원대 적자에 버금가는 대규모 적자가 날 수 있다. 불안해진 안 사장은 부랴부랴 비상 긴축 경영 기조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제작을 다시 줄이고 직급승진이나 신입 채용까지 중단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왔다. 언론노조조차 5월 11자 노보에서 이런 식의 비상 경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기에 이르렀다(물론 노보 1면 톱은 언론노조답게 '윤석열 정권 1년은 MBC 탄압의 역사다'라고 뽑았다).

비젼 보여주지 못한 새 사장 정책발표회

안 사장의 정책발표회는 한마디로 역시나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는 "시대와 콘텐츠의 격랑 속에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겠다"라며 MBC를 "글로벌이 열광하는 IP 허브"를 만들겠다고 호방하게 발표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고 다 전에 나왔던 얘기들을 조금씩 각색해서 백화점식으로 종합한 것이었다. 전체적 느낌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밑에서 정리해준 내용을 낭독하는 것이었고 그나마 그것도 구체성 없는. "추진 예정이다"라든지 "구체적인 결과는 추후 공유하겠다." 식의 선언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었다.

안타깝지만 실력의 실상은 현장 질문 순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세 가지 질문이 나왔는데 사장이 직접 답변을 못 했고 이를 보다 못한 해당 분야 본부장들이 마이크를 잡고 대신 답변 했다. 사실 인력 운용의 세부적 상태나 복지예산의 구체적인 사항까지는 사장이 자세히 모를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은 해당 분야 본부장에게 답변을 넘길 수도 있다. 그래도 인력과 예산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방향은 사장이 얘기한 뒤, 넘겨도 넘겨야 할 것인데 그런 것에 대해서도 전혀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MBC 채널의 기본방향성, MBC 콘텐츠가 표방하고자 하는 가치에 관한 방송철학을 대표이사가 명쾌하게 답하길 바라는건 무리였나?

[SCENE #1]

당시 정책발표회는 사내 스트리밍 포털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는데 처음 약 20분 간 오디오가 나오지 않았다. 명색이 사장님의 첫 정책발표회인데 언론노조가 주인행세하는 지금의 MBC가 속된 말로 얼마나 나사 빠진 조직이 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SCENE #2]

나중에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진 <사장 정책발표회> 영상에는 현장 질문 순서에 해당하는 부분은 삭제된 채 올라왔다.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거짓을 말할지 언정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하지는 않았다.

편파 왜곡 방송 종식·가짜뉴스 축출·언론노조의 경영권 장악 해소

비판과 비난에만 그치고 싶지 않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도 이 지면을 빌어 밝히겠다. 지금 MBC는 이대로 가면 곧 J. 슘페터가 얘기했던 '창조적 파괴'나 C. 크리스텐슨이 주장한 '파괴적 혁신'의 제물이 되어 파산하거나 고사하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운명이 지금 같은 편파 왜곡 방송의 수괴(首魁) MBC에게는 차라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멸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지연하여 지금 직원들이 정년퇴직할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것 아니겠냐는 파토스가 MBC 내부에 퍼져나가고 있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퇴출되어야 할 자들의 사고라고 치부하면 될 것이다. 그런 심산을 가진 자들을 대상으로는 굳이 아까운 지면까지 빌어서 안 사장의 정책발표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전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MBC가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MBC가 생존하고 나아가 더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이다. 그와 관련한 필수 전제조건은 두말할 나위없이 편파 왜곡 방송의 종식, 가짜뉴스의 축출, 언론노조의 경영권 장악 해소를 통하여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 사실 보도, 전문성 바탕의 선진 경영의 MBC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것 없이 MBC 콘텐츠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 수익을 어떻게 증대시키느냐 하는 따위를 논함은 사실 뻔뻔하거나 한가한 소리가 되어버릴 것이다.

왜곡·편파·가짜뉴스에 대한 반성없는 정책발표

이 점에 대해 안 사장의 정책발표회는 전혀 반성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MBC의 시사 보도 신뢰도가 높고, MBC가 유튜브 뉴스채널 중 1위이며, (역시나 빼놓지 않고)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이 라디오 청취율 1위를 했다고 자랑했다. 지난 번 <MBC 라디오의 편파성,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는 칼럼에서도 지적했듯 이런 시사성 콘텐츠 분야는 지상파 TV와 라디오 매체 시장에서 좌편향 시청자·청취자들이 이미 대다수를 선점하고 있는 장르다. 그러니까 <JTBC의 뉴스룸>은 JTBC가 조국 前 장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자, 또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방송이 종료되자 각각의 시청자·청취자 층이 비슷한 성격의 MBC 프로그램으로 옮겨온 것이다.

즉 일종의 풍선효과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식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안 사장의 정책설명회는 안 사장 체제는 최승호-박성제 체제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며 이 경영진이 있는 한 편향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환기시켜준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

MBC, 독과점 과실을 누려온 국민의 자산

이러한 편파 불공정 방송의 종식을 전제로 다시 왜 MBC가 생존하고 더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 보자. MBC의 첫 전파송출은 1961년이므로 올해가 창사 만 62년이 된다. 케이블TV가 1995년에 도입되기 전까지는 지상파방송은 그야말로 TV라는 매체를 독점하고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MBC는 시청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방송사였다(SBS는 1991년에 개국). 한 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던 리즈시절이자 벨 에포크였다. 1995년 케이블TV 도입, 2000년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개시, 2006년 IPTV 도입 등 새로운 매체가 잇달아 나오기는 했으나 콘텐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체제가 계속 유지되었다.

그러나 2011년 12월 종편 4사 개국과 2015년 즈음을 분기로 tvN이 지상파급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이런 상황은 끝나게 된다. 그전까지 MBC는 독과점의 시혜를 받아 50여 년을 대한민국의 대중 매체용 TV 콘텐츠 시장을 주도했다. 이는 MBC가 그 기간 쌓은 제작 인프라와 노하우, 브랜드 인지도, 방대한 영상제작물과 영상자료(통칭하여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MBC의 것이면서도 동시에 국민적 또는 국가적 차원의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한류의 진일보를 위해 이런 것들이 잘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방기되거나 심지어 망실된다는 것은 산업적·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대한 동영상자산 활용한 잠재력 발휘

예를 들어, 최근 MBC 제작진이 만들어 넷플릭스에 납품한 '피지컬:100', '나는 신이다'에서 보듯 글로벌 차원에서 큰 화제를 집중시킬 콘텐츠 기획과 제작 능력은 아직도 MBC에 살아있다. 현재는 회사 내부 재원 등의 부족으로 이걸 다 발휘시키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 등과 제휴를 통해 제작비 전액을 조달받은 것이다. 이런 제약들을 극복하는 길을 열어준다면 이런 콘텐츠들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MBC에는 지난 수십 년간 쌓아놓은 방대한 분량의 동영상 라이브러리의 아카이브가 있다. 뉴스, 드라마, 예능, 다큐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대중적으로 소구력을 가진 동영상 라이브러리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일 것이다(SBS는 1991년에 방송을 시작했고, 그 이전만 본다 해도 인기가 높았던 프로그램은 MBC가 KBS보다 훨씬 많았다).

지금 MBC는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쌓아둔 채 대부분을 방치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전략적 계기를 찾는다면 이 자료들은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황금광이 될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 생성형 AI를 통한 콘텐츠 제작 분야에 있어 AI를 학습시킬 동영상 데이터로 쓰이는 것과 같은 비교적 기초적 분야에서도 MBC 아카이브는 매우 유용할 것이다.

어떤 각오로 나서야 하나?

창조적 파괴 시급…형님·아우문화 혁파

안 사장도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핵심적인 추진 분야로 내세우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 MBC에게 필요한 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돌풍'이 내부로 향해 몰아치게 해야한다. 수십 년간에 걸쳐 층층이 두껍게 쌓인 'MBC만의 왕국들'을 스스로 파괴할 정도의 용기와 결기가 시급하다. 지금은 레거시 취급을 받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드라마 분야를 보자. 지금 업계에서는 tvN과 SBS를 1등급, JTBC와 최근 급부상한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를 2등급으로 치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는 이보다 더 윗급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MBC의 지금 위치는 2등급에도 끼기 어려운, 잘 봐줘도 2.5등급에 속한다. MBC 사장이라면 '내 임기가 마칠 때까지 1등급 재진입을 이루고 나아가 글로벌 OTT 급으로의 진입 가능성까지도 가시화시키겠다'라는 정도의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안 사장에게는 '과연 내가 임기를 다 마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작용해서 소극적으로 되었을 수도 있다. 사실 MBC 내에서는 부사장(안 사장보다 한참 선배 기자이다.)이 사실상의 사장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그런 상태로 사장을 할 바에는 하루라도 스스로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진심으로 제언하고 싶다. 그래야 회사가 다시 제대로 숨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MBC 현실은 구성원들부터 지상파 중 만년 꼴찌라는 패배 의식에 젖어있다. 언론노조와의 친소 그리고 지연·학연과 형님·아우 문화의 1차원적 관계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방송사가 아니라 '방송동호회'라는 말까지 나올까. 당연히 책임도, 제대로 된 보상도 없다. 이런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안 사장은 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가?

(분야별로 필자가 생각하는 MBC 발전 전략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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