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안 지켜야 할 코레일 사장 추천위 결과, 통째로 유출
비밀이 유지돼야 할 코레일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평가 결과가 통째로 외부로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정고교 출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포털의 블로그에 해당 내용이 고스란히 올려진 것이다.
3일 코레일과 철도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해임된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의 후임을 정하기 위한 임추위가 이틀 전인 1일 오후에 열렸다. 이 자리에선 사장 직위에 응모한 7명의 후보자를 평가해 5배수인 5명을 추렸다.
이 결과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로 보내지며 논의를 거쳐 후보자가 압축되면 이후 주무장관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관련 규정상 이 과정에서 누가 5배수에 들었는지는 물론 누가 응모했는지도 공개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5배수 평가결과를 공운위에 보낼 때도 순번 없이 가나다순으로 보내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물론 다른 공기업에서도 응모자와 평가 결과를 놓고 추정만 나올 뿐 세부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 코레일 임추위 결과가 고스란히 유명 포털의 한 블로그에 공개됐다. 이 블로그는 지금은 없어진 국립철도고등학교(철고) 동문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 속보! 철도공사 사장 임명 추천위원회 면접결과 [동문 2명 통과]'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에는 5배수에 들어간 인사의 이름과 전·현직 직위, 그리고 출신학교 등이 담겨있다. 또 누가 최고 득점자인지까지 공개됐다. 게다가 탈락자 2명의 이름도 적혀있다.
5배수에 들어간 인사 중 고준영 코레일 사장직무대행(부사장)과 한문희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 정도만 응모 사실이 어느 정도 알려졌을 뿐 다른 인사들은 그동안 확인된 바 없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누가 누가 지원했고 올라갔더라 하는 추측성 얘기가 도는 건 많이 봤지만 이번처럼 전체 명단과 최고 득점자까지 공개된 건 처음 본다”며 “어떻게 이런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임추위 업무에 간여한 코레일의 철고 출신 직원이 해당 결과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선 반대로 경쟁을 벌이는 측에서 논란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결과를 흘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동문을 지원하기 위해서든, 반대쪽을 견제하기 위해서든 보안이 필수인 임추위 결과가 통째로 외부로 유출된 건 현재의 코레일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른바 특정학교를 중심으로 한 철도 마피아의 폐해가 부활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결과 유출은 상황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잇따른 사고와 경영 적자 등 여러모로 위기를 겪고 있는 코레일이 내부적으로 개혁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등 철도 관련 공기업에서는 철고와 한국철도대학(철전)같은 특정학교 출신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서로 지원해주는 등 파벌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코레일은 블로그 게시자에게 급히 연락해 해당 글을 삭제토록 했다. 고준영 사장직무대행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유출돼서는 안 되는 내용이 밖으로 나간 경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관련 자료가 외부로 새어나간 과정과 관계자 파악에 나섰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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