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막말, 갑툭튀…K-촬영장 민폐 논란 반복

이강민 입력 2023. 6. 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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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예능 촬영장 민폐 논란
지난달 31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ENA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촬영팀이 쓰레기를 남기고 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한국 드라마와 예능 촬영장에서의 민폐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드라마 촬영 후 제작진들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떠나고, 리얼 예능이라며 시민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촬영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촬영이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ENA 새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촬영 중 방치된 쓰레기로 인해 촬영에 협조해주신 지역 시민분들께 불쾌함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당일 매뉴얼대로 촬영 종료 후 현장 저리 과정에서 발생된 미흡한 점을 느끼고 촬영 중간에도 쓰레기가 방치되지 않도록 매뉴얼을 다시 점검했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고 더욱 철저하게 주변 정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과는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랑한다고 말해줘 드라마 촬영장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의 사진이 올라온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31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ENA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촬영팀이 쓰레기를 남기고 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공개된 사진을 보면 도로 옆 담벼락엔 먹다 버린 플라스틱 컵과 음료 캔, 물병, 담배꽁초 등이 버려져 있었다. 드라마 촬영 시놉시스로 추정되는 종이도 발견됐다. 글 작성자는 “촬영하러 왔으면 치우고 가야지, 누가 치우냐”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3’ 제작진도 촬영 민폐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논란은 인천시 옹진군이 솔로지옥 제작진에게 촬영 세트장 등 10여개의 가건물에 대한 위법 사실을 고지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해당 건물들은 시와 군의 사전 허가 없이 설치됐다고 알려졌다.

인천시 옹진군 사승봉도에 '솔로지옥3' 촬영을 위해 무허가로 설치된 컨테이너의 모습.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시 옹진군 사승봉도에 '솔로지옥3' 촬영을 위해 무허가로 설치된 세트장의 모습. 인천녹색연합 제공


솔로지옥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무허가 세트 설치 논란에 대해 “촬영 준비 과정에서 제작사와 지자체 측이 사전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사승봉도에 있는 장비와 건축재료들 또한 수거 및 현장 원상복구 후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이 녹화된 사승봉도는 인천 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이다. 해안 지역은 관련법상 지자체 소유이기 때문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만 가설 건축물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 허가를 받지 않고 공유수면에 건축물을 설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날 인천녹색연합도 보도자료를 내 “인천 옹진군 자월면 사승봉도에 방송촬영 세트장이 설치되어 해안사구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계기관은 즉각 현장 확인을 실시하고 원상복구, 관련자 처벌 등 적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한 프로그램에서 ‘리얼 예능’이라는 이유로 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촬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한 매체에 ‘경찰이라며 들이닥친 리얼 예능 제작진, 무엇이 리얼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어머니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들어와 경찰이라고 하면서 가게를 막 찍어댔다고 한다”며 “알고 보니 진짜 경찰이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경찰이라고 해 놀라 가슴이 뛰고 화가 나고 무서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4월부터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되고 있는 ‘시골경찰 리턴즈’로 제작진은 촬영이 끝난 뒤 당사자에게 정중히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에브리원 리얼 예능 '시골경찰 리턴즈'. 홈페이지 캡처


이어 “제작진은 ‘출연진 중 한 사람이 돌발행동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게로 들어갔고, 리얼이다 보니 식당이나 가게에서의 돌발 행동은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출연진) 물건을 구매하지도, 구매할 의사도 없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리얼 예능이라는 무기로 오로지 자신들의 촬영을 위해 사전 설명도 없이 가게에 들어와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이제는 없어야 한다. 경찰이라며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들이 닥쳐놓고 정중히 사과했고 (사과를)흔쾌히 받아주었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다 괜찮은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는 촬영장 민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고창 청보리 축제에서 한 시민이 유채꽃밭에 들어가려고 하자 한 드라마 스태프가 촬영 중이라며 길을 막고, 사진 촬영을 금지하며 소리를 질렀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됐다. 이후 해당 드라마가 ‘폭싹 속았수다’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제작사는 즉각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또 같은달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촬영장에서는 사진을 찍고 있던 한 시민에게 스태프가 사진 촬영을 제지하며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제작진이 사과한 바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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