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받을 처지에 돌봄노동 하는데..." 윤 정부에 쏟아진 비판

조혜지 2023. 6. 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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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공운수 사회서비스 노조 "사람 돌보는 일까지 돈벌이 경쟁... 공공돌봄 늘려야"

[조혜지 기자]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한 3일 '늘려라 공공돌봄! 올려라 최저임금!'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 조혜지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도 시장화, 산업화 되고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
"난립한 여러 사회보장 서비스나 복지사업들을 합리적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첫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내놓은 '사회보장 서비스 시장화' 기조의 핵심 키워드는 '발전', '민간', '경쟁'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경쟁이 되고 시장화 되면서 산업화된다면, 그 자체도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팩터(factor, 요인)가 된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윤 대통령 "사회보장 서비스는 시장화, 산업화, 경쟁 체제 돼야" https://omn.kr/245so).

"민간화의 끝은 이익추구 뿐... 피해는 국민, 아이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 실제 돌봄 노동 현장에서 사회보장 서비스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와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러한 사회보장서비스의 시장화는 오히려 돌봄 노동의 열악한 상황을 가중시키고, 서비스 격차를 벌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늘려라 공공돌봄, 올려라 최저임금' 문화제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유영옥 민주노총 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지부장은 이날 "그동안 사회복지 시설은 민간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민간에 내맡겨졌고,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정부의 (민간에 대한) 책임 전가만 가져 왔다"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이어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사회 복지 서비스 시장화 경쟁 논리 도입만 이야기하고, 정부 책임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사회서비스 시장화는 경제적 상황에 따른 서비스 격차만 유발하고 노동자에게 과중 노동을 유발해 이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고통만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공공돌봄 서비스 이용자의 쓴 소리도 나왔다. 최근 서울시의회의 대폭 예산 삭감과 공공돌봄 축소 및 민간 지원 전환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서울시 중구 직영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무대에 올라 "그동안 안온했던 양육자의 삶이 뒤죽박죽되고 아이 돌봄의 질이 끝모르고 떨어지고 있다"면서 "(서사원은) 장기요양과 공공보육의 민간 이전을 자체 혁신으로 발표하며 예산도 168억 원 중 100억 원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으로 이전하는 모든 것들의 끝에는 이익추구의 목적이 있을 뿐이고, 피해를 받는 건 우리 국민이고 우리 아이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서사원지부 소속 한 조합원은 "민간화된 돌봄은 그 책임이 노동시장의 약자에게 전가되어 돌봄을 받을 처지지만 살기 위해 돌봄 노동을 하는 분들이 감당하게 된다"면서 "비전문가의 무책임하고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벌어지는 피해는 현장 노동자들과 취약계층의 노동자들에게 모두 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사회보장서비스 시장화 발언을 언급하면서 "지금 노인과 장애인, 아동들이 어떤 상황인가. 노인들은 학대, 욕창에 신음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 줄이 이어진다. 장애인들은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하고 내쳐지고 있다"면서 "이런데도 공공 지역 사회 돌봄에 대한 확대 정책 없이, 이윤을 목적으로 한 민간, 시장, 통폐합을 한다는 기가 막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노동권과 돌봄의 공공성을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사람 돌보는 일까지 시장에 넘겨 돈벌이 경쟁을 삼는다는 정권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사회보장 서비스 시장화' 발언은 정치권 일각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회보장을 시장원리로만 접근하면 복지도, 경제도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사회보장제도는 자본주의 경쟁사회가 돌봐주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이런 체제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본질적으로 복지는 시장이 아닌 국가의 영역인데, 복지에서조차 '경쟁, 시장화, 산업화'를 추구하는 윤 대통령의 복지는 과연 어떤 복지인지 그 철학과 정책이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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