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가 그린 종려나무에서 한약재로 쓰는 부위
[윤소정 기자]
황금종려상은 칸 영화제의 본선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최고 작품에 주어지는 상으로, 2019년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수상하여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 카리클레아로부터 승리의 종려가지를 하사받는 테아게네스 아브라함 블루마르트, 1626년 |
ⓒ 아트비 |
네덜란드 화가이자 판화 제작자인 아브라함 블루마르트(1564~1651)의 작품이다.
그림 속 테아게네스와 카리클레아는 고대 그리스 소설 <아이티오피카>의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3~4세기에 헬리오도로스가 쓴 것으로, '에티오피아 이야기'라는 뜻이다. 소설의 내용은 에티오피아의 공주였던 카리클레아의 아름다운 사랑과 낭만적 모험에 관한 것이다.
1547년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주교이자 학자, 작가로 유명한 자크 아미오가 번역해 16~17세기에 널리 유행했다.
카리클레아는 흑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나 흰 피부를 가진 에티오피아의 공주였다.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그녀는 이후 델포이(아폴론의 신전이 있던 그리스의 도시)로 가게 되는데, 이곳에서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사제가 된다. 카리클레아는 테아게네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 앞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있다.
위 그림은 테아게네스가 카리클레아로부터 승리의 종려 가지를 받는 모습을 담고 있다.
▲ 추성부도 김홍도, 종이에 담채, 56x214cm,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제1393호 |
ⓒ 공유마당(CC BY) |
<추성부도>는 김홍도의 나이 61세인 1805년에 그린 것으로, 그가 죽기 바로 전 해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된다.
'추성부'는 중국 송나라 구양수(1007∼1072)의 글로, 깊은 밤에 책을 읽다가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인생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김홍도는 인생의 슬픔, 쓸쓸함을 표현했으며, (위 그림에는 생략되었지만) 작품의 왼쪽에는 구양수의 시를 옮겨 적어 놓았다.
▲ 추성부도(부분) 김홍도, 종이에 담채, 56x214cm, 국립중앙박물관 |
ⓒ 공유마당(CC BY) |
집의 오른 편에는 종려나무가 있는데, 대나무라고 설명하는 자료도 있다. 뾰족한 이파리를 가진 종려나무는 대나무와 마찬가지로 꼿꼿한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종려나무를 그린 그림은 김홍도의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청나라를 자주 드나든 김홍도는 중국에서 이 나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려나무 그림은 조선의 다른 화가들이나 후대로는 확산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보기 힘들 뿐 아니라 대나무를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종려나무와 대추야자는 다르다
종려나무(Trachycarpus fortunei)는 야자과에 속하는 3~7m의 상록교목으로 원산지는 중국, 동남아시아이다. 종종 대추야자(Phoenix dactylifera)를 종려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대추야자는 서부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원산으로 높이는 20∼25m이다.
대추야자 열매는 길이가 4cm 정도로 과육이 달며 열량이 높다.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분이 풍부하여 특히 사막지대에서 중요한 음식으로 이용되었다.
대추야자는 '생명의 나무'라고 불렸는데, 큰 나무에서는 연 70∼90kg의 열매를 약 8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확할 수 있어 안정적인 식량자원이 되어 주었다. 열매의 즙으로 빵이나 술을 만들었으며, 줄기의 섬유로는 옷감을 짜고, 씨는 태워 연료로 사용할 만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한약재로 이용하는 종려나무
한의학에서는 종려나무(Trachycarpus fortunei)의 껍질(종려피)을 약재로 쓴다. 냄새는 거의 없고, 탄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맛은 쓰고 떫다. 지혈 효과가 있어 코피가 나거나 피를 토하거나 대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각종 출혈에 활용한다. 여성들의 하혈, 자궁 출혈에 많이 사용한다.
다만 종려피는 수렴시켜 지혈하는 작용으로, 출혈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어혈이 없는 경우에 적용해야 하며, 원인에 따라 적절한 다른 약재와 함께 배합하여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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