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빠는 4남매, 오은영은 부모를 바라봤다
[김종성 기자]
▲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2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아들 셋(10세, 8세, 3세)과 딸 하나(9개월)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방문했다.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는 4남매를 모두 데리고 인삼밭을 찾았다. 저마다 일을 돕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에 타자마자 셋째는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엄마가 제지해도 금세 다시 손을 입에 넣었다. 자면서도 손가락을 빼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엄마는 밀린 집안일을 처리했고, 3형제는 거실에 모여 TV를 시청했다. 잠시 후 셋째가 손가락을 빨기 시작하더니 둘째도 은근슬쩍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여기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어라? 이번에는 첫째까지 몰래 손톱을 물어뜯는 게 아닌가. 3형제가 손을 입에 넣은 상황을 적발한 엄마는 나쁜 입을 응징하는 거친 훈육으로 제지했다. 아이들은 왜 손가락을 빠는 것일까.
첫째는 5살 때부터 손톱을 물어뜯어 5년 동안 손톱을 정리한 경험이 없었다. 최근에는 입고 있는 옷을 물어뜯어 앞자락이 늘 젖어있었다. 둘째는 손가락을 번갈아가며 마구 빨았다. 셋째는 돌이 되기 전에 쪽쪽이를 끊은 후부터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했었다는 엄마는 이렇게 심해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은영은 돌 전의 아이들은 10명 중 8명은 손가락을 빨지만, 10세쯤 되면 5%로 급격히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간의 빨기 기능은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요점은 손가락 빨기 자체가 문제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손가락을 빠는 이유를 이해하는 기 중요하다. 구강 검진 결과, 둘째와 셋째는 부정교합이 심했다. 저작 기능의 어려움으로 성장에 큰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많았다.
구강-촉각 감각을 통한 방어 기제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무섭게 훈육했고, 아이들은 눈물을 쏟았다. 이어 손에 홍삼 진액을 발라 손가락을 빨지 못하도록 했다. 엄마는 소독약 바르기, 손 빨기 방지 기구 착용하기, 손에 긴 양말 씌우기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본 방법을 써봤지만, 정작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다.
손빨기는 구강 감각과 촉각 감각을 추구하는 방어 기제 중 하나이다.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서 안정시키는 유아기에 손가락을 빠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큰 아이들이 빠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는 성장 발달을 통해 다양한 정서 안정 방법을 획득하지 못하고, 유아기의 방식을 쓰고 있었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높은 건 아닌지, 나이에 맞는 방어 기제를 못 배운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다음 날, 축구를 하던 둘째는 공에 맞은 후 손가락을 빨았다. 몸싸움을 하다가 화가 났는지 친구를 냅다 차버리고, 손가락을 다시 입에 넣었다. 진정이 필요할 때마다 손가락을 찾는 듯했다. 둘째는 경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공격성으로 표출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첫째와 둘째의 리모컨 쟁탈전이 벌어졌다. 둘째는 형을 마구 때리고 얼굴을 꼬집었다. 욕설도 쏟아부었다.
엄마는 둘째가 유치원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며 소리 듣는 수업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의 뺨을 때린 적도 있었는데, 이유는 그 친구가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청각이 굉장히 예민한 아이였다. 언제나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인 둘째가 선택한 방법은 손가락 빨기였다. 손가락 빠는 이유는 정서 불안과 잘못된 방어 기제였다.
저녁 무렵, 셋째가 혼자 놀다가 상 모서리에 부딪혀 생떼를 썼다. 둘째는 동생의 울음소리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청각이 예민한 둘째에게 집도 편안하지 않은 듯했다. 다음 날, 둘째가 학교에서 친구를 때린 일로 선생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는 둘째를 방으로 불러 혼내기 시작했다. 둘째는 "엄마도 우리를 때리면서 우린 못 때리게 해. 엄마도 잘못한 거 있는데"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내 배 속에서 이런 애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그럴거면 다시 배 속으로 들어 가!"라며 상처가 될 말을 내뱉었다. 둘째는 엎드린 채 울음을 터뜨렸고, 엄마 몰래 무릎을 빨았다. 오은영은 "집도 문제"이고, "엄마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엄마는 목소리만 큰 게 아니라 무섭기까지 했다. 청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사람의 말투와 목소리 톤에도 예민한 법이다.
또, 엄마는 아이의 마음은 들어주지 않고 엄마가 힘든 것만 강조했다. 김정 수용을 해주지 못했다. 게다가 엄마의 말은 한 사람의 존재를 무시하고 부정했다. 오은영은 아이의 존재감을 낮추는 엄마의 언행에 강력히 브레이크를 걸었다. 다자녀를 훈육할 때 한 묶음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손 빠는 이유도 제각각이므로, 각각의 특성과 어려움을 이해해야만 손 빠는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한편, 엄마가 외출한 저녁에 아빠는 저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첫째와 둘째가 투닥투닥하자 냅다 이마를 때렸다. 잔소리가 이어졌고, 집 안의 긴장감이 올라갔다. 셋째가 잠에서 깨자 달래던 아빠는 첫째에게 빨리 먹고 교대해 달라고 눈치를 줬다. 넷째마저 울음을 터뜨리자 아빠는 첫째을 다욱 다그쳤다. 험악한 말이 비수처럼 꽂혔고,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오은영은 첫째도 10세 아이인데 아빠의 요구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동생들 육아를 도와줬을 뿐인데 혼이 나 억울할 게 분명했다. 아빠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은 '군대식'이었다. 실제로 아빠는 오랜 시간 군인으로 복무했다. 자신이 명령하면 재깍 반응해야 하고, 아이가 생각을 이야기하면 말대꾸라고 여겼다. 오은영은 육아를 할 때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꼬집었다.
첫째가 손톱을 물어뜯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첫째는 부모로부터 자신이 인정받는 걸 알고 있었다. 또, 부모로부터 받는 인정이 몹시 중요했다. 그래서 아빠의 무리한 요구에도 착하게 행동하며 최선을 다했다. 이 경우 자기표현을 하지 못한 채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오은영은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긴장감으로 변질돼 손발톱을 물어뜯고 빨면서 해소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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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행동하며 음식을 쏟자 아빠는 화가 나서 무섭게 훈육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눈치를 보기 바빴고, 부부는 의견 차이로 싸움을 벌였다. 오은영은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을 거칠게 대하면 물리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돼 뇌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무섭고 불안한 환경에서 성장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다.
"손가락은 왜 빠는 거야?"
"내 마음이 불안해지거든. 그래서 엄마가 날 미워하는 것 같아." (둘째)
첫째는 자신의 속마음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다가 막내를 돌보는 일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엄마가 힘들 게 싫어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운한 건 없냐고 묻자 최선을 다하지만 엄마 아마가 몰라준다며 눈물을 훔쳤다. 첫째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건 가족과 함께 떠나는 나들이였다. 일 핑계로 여행 한 번 못 갔던 부모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죄책감이 몰려왔으리라.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아빠의 '욱'과 '거친 언어'를 날려보내기, 엄마의 '막말'과 '큰 목소리', '안 들어주는 대화법' 날려버리기였다. 날려 버린 부분은 감정을 나누고 마음을 들어주고 정당성은 인정해는 것과 일상의 작은 행복으로 채워주라고 조언했다. 아빠 엄마는 아이들에게 듣기 싫었던 말과 속상했던 말을 적게 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아빠의 예상치 못한 사과에 첫째는 눈물을 흘렸다.
청각이 예민한 둘째를 위해 엄마는 목소리의 볼륨을 줄이고 상냥함은 올렸다. 아빠는 훈육 과정에서도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연습한 대로 차분한 톤을 유지했다. 또, 손가락을 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종 손놀이 기구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다양한 손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가락 빨기와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소원수리함을 만들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도 했다.
솔루션 결과, 금쪽이들은 다 이상 손을 빨지 않게 됐다. 문제의 원인도 각각 달랐고, 그런 만큼 해결 방법도 달랐다. 이 과정을 통해 아빠와 엄마는 4남매가 모두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다자녀를 훈육하는 부모라면 꼭 명심해야 할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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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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