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쟁이, 찔레꽃... 산책길서 만난 엄마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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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
▲ 고향 집 울타리 냄새가 나는 찔레꽃 |
ⓒ 용인시민신문 |
소리쟁이는 어느새 긴 꽃대 줄기에 씨앗을 주렁주렁 매달고 둑 옆에 전사처럼 서 있었다. 봄이 오면 어머닌 소리쟁이 여린 새순으로 된장국을 끓여 주셨다. 소리쟁이는 독이 있어서 잎이 연할 때만 캐다가 먹었는데, 소리쟁이 된장국은 어머니 손맛이 그리운 음식 중 하나다.
비탈진 둑 언덕을 따라 노란 꽃이 지천이다. 이 꽃은 줄기를 자르면 노란 물이 나와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어릴 땐 독초인 줄 모르고 줄기나 잎을 따서 손톱에 매니큐어처럼 바르기도 했다. 꽃이 진 곳에는 손가락처럼 생긴 씨앗 꼬투리가 아침 인사를 하듯 반겼다.
꼬투리 속에 가득 담긴 씨앗들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은 애기똥풀은 씨앗 하나하나에 지방과 단백질 성분이 들어있는 엘라이오좀을 작은 점처럼 만들어 놓는다. 해마다 개미는 씨앗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작은 영양 덩어리만 떼어먹고 집 근처에 내다 버린다. 애기똥풀은 씨앗을 멀리 보내는데 성공했다. 애기똥풀과 개미가 함께 협동해서일까? 넓은 둑이 애기똥풀 왕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 줄기를 자르면 노란 물이 나와서 이름 붙은 애기똥풀 |
ⓒ 용인시민신문 |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아까시나무 꽃이 활짝 펴서 꿀 냄새가 진동했다. 일렁이는 바람에 꽃향기가 코끝을 감싸며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데리고 갔다. 아까시나무 꽃을 따서 허기를 달랬던 시절이 있었다. 한 친구는 어찌나 욕심껏 먹었던지 배탈이 나서 초주검 되어 며칠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 지금도 친구들 만나면 아까시나무 꽃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깔깔거리며 웃어넘기지만 떠올리기 싫은 웃픈 추억이다.
아까시나무 꽃 내음에서 벗어났나 싶을 때쯤 이곳저곳에 피어있는 찔레꽃이 걸음걸이를 멈추게 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가가 크게 한번 그 향을 코로 마시게 된다. 고향 집 울타리에서 나던 바로 그 냄새였다. 어머니는 찔레꽃이 필 때 쯤 걱정 띤 잔소리를 늘 하셨다.
찔레나무 뒤쪽 습하고 그늘진 곳에 뱀이 많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 뒤에는 위험이 기다릴 수 있으니 늘 조심하라는 말씀이었다. 옛 어른들이 그러하듯 굴곡진 삶을 산 인생 선배의 조언이 찔레꽃 향에 묻혀 지금도 들려오는 듯하다.
가끔 산책길 꽃들 속에서 추억을 떠올리며 발걸음이 늦어질 때가 있다. 남편은 천천히 걸으며 기다려 준다. 먼 훗날 그리워할 산책로 이야기는 논둑길 작은 풀꽃들도 함께 할 것이기에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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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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