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율?…‘투자’ 없인 여전히 힘든 1인 출판사의 불안한 미래 [1인 출판 시대②]

장수정 2023. 6.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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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환경…다양성을 확대 순기능 있지만 퀄리티 보여주는 것도 중요”

독서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종이값은 상승하면서 출판계 불황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년째 ‘출판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고물가, 그리고 경제 불황 상황과도 맞물려 책의 미래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형 출판사들도 ‘안정’에 방점을 찍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도전’에 초점을 맞춘 1인 출판 붐은 이어지고 있다.


'아무튼 출근' 1인 출판가 이슬아 작가ⓒMBC 영상 캡처

물론 지금 독자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1인 출판사들의 가능성은 오히려 전보다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세분화된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 중요해진 최근의 흐름이 전문 서적 통해 뚜렷한 색깔을 구축하거나 혹은 개성 있는 도서를 통해 마니아들을 겨냥하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전략이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독립출판물이 크게 흥행하기도 하는 등 팬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1인 출판사, 또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기도 한다.


한 9년 차 1인 출판가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는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과거 큰돈을 주고 광고를 하고, 서점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부 책들이 매대에 깔려있다거나. 그런 게 필요했던 시기에는 1인 출판가들이 감히 끼어들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그것이 어떤 통로로든 퍼질 수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전보다는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1인 출판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단 한 권만을 출판한 뒤 사라지기도 한다. 일부 성공 사례를 제외하면, 1인 출판의 ‘진짜’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5년 전 1인 출판에 도전,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한 한 출판가는 “책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판매는 그렇지 않다. 가능성이 물론 커졌다는 것은 나 역시 동의하지만, 나를 포함해 다수의 1인 출판가들은 늘 다른 일을 하며 출판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현실 역시도 1인 출판의 전망을 밝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때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SNS 홍보 등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을 내는 것이 1인 출판가들의 무기였으나 이제는 대형 출판사들을 포함, 모두가 유사한 전략을 추구하면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는 지적이었다. 중간 과정을 개인 또는 소수가 담당해 비용을 줄여 저비용 고효율을 내는 것이 1인 출판가들의 목표인데 여전히 서점 진출은 쉽지 않고, 다른 루트에는 경쟁자가 잔뜩 몰려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또 다른 1인 출판가는 “SNS 홍보는 기본이 되지 않았나. 그러면 이제 행사나 새로운 마케팅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결국 대형 출판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꾸준히 책 내며 지지해 주는 독자들이 생겨나기도 하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는 현상 유지 정도는 될까. 결국 독자층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도 병행해야 하는데, 억대 비용을 투자하는 대형 출판사들과의 경쟁이 힘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고 등을 통해 출판사가 관심을 선점하는 시절은 지났지만, 이에 유명 작가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셀럽 마케팅이 중요하게 떠오르면서 ‘큰 자본’이 필요한 새로운 상황이 다시금 도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앞서 1인 출판의 열린 가능성을 언급한 출판가는 “요즘에는 그래서 저자분이 많이 움직여 주셔야 한다. 출판사 주도의 광고가 통하지 않게 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며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해졌는데, 그러기 위해선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작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작은 출판사에서는 그것을 시도하기가 힘들지 않나. 팬층을 형성하는 것이 책 흥행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요즘인데, 이러한 부분들 역시도 우연한 기회를 잡기 전까지는 대형 출판사들이 손쉽게 가지고 가는 전략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낮은 진입장벽을 타고 퀄리티 낮은 도서를 선보이는 등 1인 출판을 향한 신뢰도를 낮추는 일부 출판인들의 문제도 없지는 않았다. 출판 환경은 물론, 1인 출판가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1인 출판사 관계자는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어느 정도 수준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출판물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나. 개성 있는 책을 선보이면서 다양성을 확대하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러한 부분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일부 수준 미달의 작품들이 오히려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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