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돌고래, 도청기 설치하는 고양이...너 혹시 스파이냐

이지영 2023. 6.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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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노르웨이 바다에서 목과 가슴 부위에 수중 카메라 부착 용도로 추정되는 띠를 맨 채로 발견된 벨루가 고래. AFP=연합뉴스


러시아 장비를 부착한 채로 북유럽 바다에서 발견돼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벨루가(흰돌고래)가 4년 만에 스웨덴 남서부 훈네보스트란드 해안에서 발견됐다.

이 돌고래가 처음 발견된 건 2019년 봄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이었다. 당시 이 돌고래는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홀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띠를 부착한 채 나타났다. 이 때문에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노르웨이에서는 이 돌고래에게 노르웨이어 단어 ‘고래’(Hval)를 러시아식 이름으로 변형해 ‘발디미르’(Hvaldimir)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띠를 제거해줬다.

노르웨이 당국자들은 발디미르가 사람 손을 탄 듯하다면서 살고 있던 곳에서 탈출했을 수도 있고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발디미르는 발견 당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와 오히려 애교를 부렸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북부와 러시아 서북부가 접한 바다인 바렌츠해는 서방과 러시아 잠수함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지정학적 지역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4년만에 스웨덴에서 발견된 발디미르


2019년 노르웨이에서 발견된 벨루가 고래가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 AP=연합뉴스
발디미르는 조금씩 남쪽으로 거처를 옮기다가 최근 몇 달 동안 갑자기 속도를 높여 노르웨이 해안을 지나쳤고 스웨덴 해안까지 움직였다.

발디미르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 ‘원웨일’의 해양생물학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왜 지금 이렇게 속도를 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있던 자연환경으로부터 아주 빠르게 멀어지고 있어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짝을 찾으려는 호르몬 작용일 수도 있고,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며 “벨루가는 대단히 사회적인 종이므로 다른 벨루가들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13∼14세로 추정된다면서 “호르몬이 많을 나이”라고 덧붙였다.

발디미르는 2019년 4월 처음 목격된 이후 다른 벨루가를 만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 가까운 벨루가 서식지는 노르웨이 북부 해안과 북극 사이에 있는 스발바르 제도다.

2019년 4월 노르웨이에서 발견된 벨루가 고래가 선박 옆에서 헤엄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원웨일의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노르웨이 연어양식장 인근에서 야생 물고기를 먹이로 찾아왔으며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벨루가는 약 6m까지 클 수 있고 40∼60년가량 산다. 주로 그린란드나 노르웨이 북부, 러시아의 차가운 바다에 서식한다.


비둘기·고양이·독수리 등 첩보 활동에 활용된 동물들


남부 레바논 마을에서 발견된 간첩 의심 독수리. 사진 SNS캡처
세계 각국은 오랜 기간 첩보 활동을 위해 동물을 활용해 왔다. 특히 돌고래와 바다사자 등 해양 포유류는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해저 지뢰 등을 찾도록 훈련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지뢰제거팀을 돕도록 돌고래를 걸프만에 배치한 바 있다.

2019년 발디미르가 발견됐을 때 러시아의 예비역 대령 빅토르 바라네츠는 러시아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투용 돌고래를 보유 중이고 그러한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며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군 돌고래 센터가 있고, 이곳의 돌고래들은 해저 분석부터 외국 잠수부 살해, 외국 선박에 지뢰를 부착하는 임무 등을 훈련받았다”고 말했다.

비둘기도 첩보요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카메라를 매단 비둘기를 정찰용으로 활용했다.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비둘기가 다른 동물에 비해 정보수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자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1970년대 중반부터 워싱턴 소재 해군 기지 등에서 비둘기를 이용한 실험을 계속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철새에 센서를 설치해 소련의 화학무기 실험을 탐지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며 개를 조정하기 위해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시도나 고양이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작전도 있었다.

중동에서도 과거 동물들의 스파이 활동이 보고되기도 했다.

2016년에 이스라엘 표시가 있는 고리와 위치 전송기 등 달고 있던 독수리가 레바논으로 건너와 ‘간첩 의심’을 받고 생포되는 일도 있었다. 2015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중해 해안가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달고 이스라엘 스파이 업무를 수행하던 것으로 보이는 돌고래를 생포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보안부대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와 텔아비브 대학 표식 고리를 찬 ‘스파이 독수리’를 붙잡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0년에는 이집트 언론이 홍해에서 빈번한 상어 공격을 이스라엘 대외정보부 모사드와 연관 지어 보도하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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