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가 3년 만에 최대폭 상승···증권가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무산에 베팅?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6. 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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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경쟁당국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된다. (대한항공 제공)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가가 최근 급등세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인수합병(M&A) 무산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5월 30일과 31일, 2거래일간 20%가량 올랐다. 6월 1일 5% 하락했지만 5월 30일에는 11% 올랐다. 이는 2020년 5월 26일(14.2%) 이후 3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우선주인 한진칼우도 급등세를 보인다. 한진칼우는 지난 5월 30일과 31일, 2거래일간 36%가량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칼의 갑작스런 주가 급등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 미국을 오가는 여객, 화물 운송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관련 중간심사 보고서를 통해 두 항공사 합병에 이의를 제기했다. 양 사 합병이 한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U는 한국과 유럽 전체의 화물 운송 부문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미국과 EU 중 한 곳이라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을 승인하지 않으면 양 사 통합은 무산된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을 대상으로 설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되는 데다,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상당수 슬롯(시간당 이착륙 권한)을 반납하는 등 반쪽 합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이 무산돼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해야 할 상황에 놓이면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무산되면 한진칼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을 보유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2020년 11월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골자로 한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출자하고 3000억원의 교환사채를 인수해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했다.

실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약 20% 지분율로 한진칼 최대주주지만 이는 친족과 재단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친 것으로 조 회장 개인 지분은 5.8%에 그친다. 조 회장 동생인 조현민(5.7%) 한진 사장과 이명희(3.7%) 정석기업 고문 등으로 지분이 분산돼 있다. 호반건설(11.6%)·팬오션(5.9%)·국민연금(5.1%) 등 외부 주요 주주 지분도 상당해 산은이 지분 매각에 나서면 지배구조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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