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린내∙신선도 잡았다…'악취 골칫덩이' 정어리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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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샌드위치…그 속 채운 통조림 정체
한 통조림은 고추기름을 써 생선 몸통에서 알싸한 향이 났다. 나머지 통조림은 토마토소스를 사용해 달짝지근함이 느껴졌다. 한입 베어 물어보니 양념 맛 말고도 붉은 살 생선의 기름진 감칠맛이 입 안 가득 차올랐다. 일반 통조림 생선에서 흔히 느껴지는 특유의 비린내는 없었다.
수과원 생선 통조림은 다른 요리와도 잘 어울렸다. 참치 통조림처럼 살을 잘게 부수면, 한입 크기의 주먹밥과 샌드위치 속 재료로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잘 삶은 파스타 면에 토마토소스가 담긴 통조림을 부으면, 그대로 토마토 생선 스파게티가 됐다.
이 통조림 속 생선의 정체는 ‘정어리’. 지난해 경남 창원 앞바다에서 집단 폐사해 그 인근을 ‘악취 소굴’로 만들었던, 바로 그 골칫덩이다.
‘악취 소굴’ 주범…복덩이 될까
정어리 상품화 대책으로 골머리를 앓던 경남도ㆍ창원시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올해도 부산ㆍ경남 남해안 일대에 대규모 정어리 떼가 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두 광역·기초단체는 대책으로 상품화를 꺼냈다. 떼죽음이 발생하기 전, 살아있을 때 미리 잡아 상품화하면 악취피해를 막을 수 있어서다. 어민소득에도 도움된다. 하지만 무엇으로 만들지 ‘물음표’였다. 말려 팔거나 사료 가공 정도가 전부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어리를 통조림으로 만들 수 있다면 (지자체 입장에선) 매우 좋은 일”이라며 “앞으로 정어리 유입이 늘어날 때 어민들이 최대한 많이 잡을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수과원 ‘특허기술’…비린내 싹 잡아
수과원이 개발 중인 정어리 통조림은 비린내가 거의 없다. 비결은 특허받은 ‘세척 기술’에 있다. 저염도 탄산수로 어류 표면의 pH 농도를 낮춰 미생물 활동을 억제하는 게 핵심이다. 생선 비린내의 정체는 ‘트리메틸아민(TMA)’이란 질소화합물로 미생물 활동 과정에서 많이 생성된다.
이 세척 기술은 정어리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게 수과원 설명이다. 붉은 살 생선인 정어리는 어획된 직후부터 선도(鮮度)가 매우 빨리 저하된다. 문제는 부패 과정에서 ‘히스타민(histamine·아미노산의 하나)’이 나온다. 가려움과 통증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물질이다. 정어리 신선도 유지는 제품화 성공 말고도 소비자 건강과 직결된다.
조선사람 떨게 한 정어리 부패
상한 정어리를 먹고 탈이 났단 말은 조선 시대 기록에도 나온다.
“(정어리는) 맛이 좋고 조금 매워 입을 어줍게 한다. (…) 며칠이 지나면 어육이 더욱 맵고 두통을 일으키게 한다. 본토박이는 이를 증울(蒸鬱)이라 일컫는다. 매우 찌는 듯이 더워 답답한 두통을 말한다.”
이는 정약전의『자산어보(玆山魚譜)』보다 11년 앞선 1801년 조선 후기 학자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나온 내용이다. 우해는 지금의 진해(현 경남 창원시 진해구·마산합포구 일대 바다)를 말한다.
정어리 된장·고추장도 개발 中
수과원은 통조림뿐만 아니라 정어리 분말을 첨가한 된장·고추장도 개발 중이다. 별도 육수 없이 물에 정어리 된장만 풀어 끓여도 맛이 나는 간편한 제품이 목표다. 기존 조개ㆍ멸치ㆍ바지락ㆍ꽃게 등을 활용한 이른바 ‘맛 된장’과 유사하다.
수과원에서 정어리 통조림을 개발한 장미순 해양수산연구관은 “특허 출원 후 산업체에서 요구하면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늘어날 정어리 어족 자원을 잘 활용해 산업체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창원·부산=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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