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화산섬 울릉도에서?…36년만에 전통방식 모내기 부활
2일 오전 경북 울릉군 서면 태하리. 밀짚모자를 쓰고 목에 수건을 둘러맨 20여 명의 농민들은 물 댄 논에 모를 심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1500㎡(약 450평)의 자그마한 다랑논이었지만 뙤약볕 아래에서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다 보니 농민들의 이마에선 금세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언뜻 보기엔 흔한 오뉴월 농촌 풍경이다. 하지만 이 장면이 척박한 화산섬 울릉도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울릉도에서 모내기가 이뤄진 건 36년 만이다.
과거엔 벼농사 활발…1987년부터 맥 끊겨
울릉도는 제주도처럼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벼농사를 짓지 못하는 게 아니다. 두 섬 모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지만 울릉도엔 물이 풍부하다. ‘종’ 모양의 섬인 울릉도는 평지가 거의 없어 벼농사를 지을 땅을 찾기 어렵지만, 아예 벼농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울릉도 곳곳에서 벼농사가 이뤄졌다. 고종의 뜻에 울릉도를 개척한 1882년부터다. 특히 재배 면적이 가장 넓었던 때는 1977년으로, 48㏊의 논에서 178t의 쌀을 생산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울릉군 논 경지면적은 1980년 48㏊→85년 48㏊→90년 52㏊ 등으로 90년대 초반까지 농경지가 존재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울릉군 관계자는 “실제 벼농사가 완전히 중단된 시점은 1987년”이라고 설명했다.
울릉도에서 벼농사가 자취를 감춘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벼농사를 지어 쌀을 생산하는 비용보다 육지에서 쌀을 들여오는 비용이 더 저렴해지고, 울릉도에 천궁 등 약초 재배가 훨씬 높은 수익을 내자 자연스럽게 벼농사를 짓는 농가는 사라졌다.
울릉군 “벼농사 복원해 옛 정취 되살릴 것”
울릉도에서 가장 벼농사를 활발히 지은 곳은 서면 태하리다. 36년 만에 모내기 행사가 이뤄진 바로 그 지역이다. 현재 울릉군 공설운동장이 있는 자리도 70년대엔 대부분 논이었다고 한다.
울릉군은 사라진 벼농사를 복원해 옛 정취를 재현하는 한편 척박한 화산섬 땅을 개간해 비옥한 땅으로 만들었던 과거 울릉 주민들의 개척정신과 역사를 보여줄 교육장으로 이 논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울릉군은 지난 1월부터 굴착기 등 장비를 동원해 서면 태하리 469-12 부지에서 잡초 제거, 바닥 평탄화, 수로 확보 작업을 하면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벼농사에는 조생종인 ‘운광’ 품종을 심어 오는 10월 수확할 계획이다. 울릉도는 가을 태풍 때 바람이 너무 강해 9월 중순 수확할 수 있는 조생종이 적합하다.
울릉군 관계자는 “35년 만에 울릉도 벼농사를 재개하면서 벼 품종은 재배지역의 바람 등 환경 여건을 검토해 ‘운광벼’를 선정했다”며 “10월쯤 생산 예정인 쌀은 울릉도와 독도 홍보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수확…“울릉도·독도 홍보에 활용”
이와 관련해 3일 오전에는 울릉 지역 초등학생 5~6학년 40여 명을 대상으로 모내기 체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어린이 농부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이 체험 프로그램은 농업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농작물에 대한 소중함도 일깨우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울릉도만의 독특한 벼농사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굴하고자 이곳 태하리에 울릉도 벼농사 생태원을 조성했다”며 “벼농사 시범재배를 통해 주민들에게 아련한 옛 정취를 되살려주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모내기와 벼 수확 등 현장학습의 장을 마련해 줄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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