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회·십상시 아픈 기억인데”…이준석도 참전한 ‘5인회’ 논란
국민의힘이 난데없이 ‘5인회’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호남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용호 의원의 발언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다가 “최고위원회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들러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중요한 핵심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를 비판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정치권에선 ‘5인회’라는 표현에 관심이 집중됐다. 5명이 누구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고, 여러 가지 버전의 5인회 명단이 돌기도 했다.
그러자 김기현 대표는 ‘5인회’의 존재를 부인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되는 말이니까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친윤계인 김정재 의원은 같은 날 밤 라디오에 출연해 “이용호 의원이 실체 없는 유언비어, 부적절한 얘기를 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선 국회의원은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뼈아픈 지점은 보수 진영이 ‘○인회’라는 식의 표현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치를 때도 당시 새누리당에선 “실제 중요한 결정은 7인회에서 이뤄진다”는 얘기가 많았다. 당시 7인회는 고(故)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고 김용환 전 의원,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용갑·현경대 전 의원,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그리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박 전 대통령을 돕던 원로 인사를 칭하던 표현이다. 7인회의 실체를 놓고 당시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을 때는 ‘십상시’ 논란이 빚어졌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당시 비서관과 행정관 등 10명이 “박 전 대통령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일하던 박관천 경정이 문건을 작성해 상관이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했고, 이게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문건에 언급된 인사들이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김기현 대표 주변에선 김 대표가 평일 오전 8시에 소집하는 비공개 전략회의를 이용호 의원이 ‘5인회’로 오해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김 대표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과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당직자 7명과 ‘8인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엔 김용환 상황실장과 국장 3명 등이 배석해 ‘12인 회의’로 불리기도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8인 회의든 12인 회의든 회의 참석자는 모두 당직자로 김 대표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라며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최고위원이 모여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기 전에 김 대표가 당무에 관해 당직자들과 논의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용호 의원이 단순히 8인 회의를 오해해서 저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상당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실제 이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그는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8인 회의는) 이용호 의원이 5인회 비슷한 것 있을 것이다 하니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거 말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김기현 대표가 둘러댄 명단이잖느냐. 그러니까 이 명단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5인회) 그 명단을 다음 주쯤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파장이 갈수록 커지자 이용호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5인회’ 발언을 취소한다”며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과 위상을 하루 빨리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하다가 튀어나온 잘못된 어휘였다”고 사과했다. 이 의원은 전날엔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등에게 “실언이었다”고 따로 사과했다고 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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