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결혼식에 떠들썩한 요르단···“미래 국왕 선포식”
알 후세인 빈 압둘라 요르단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가문의 여성과 결혼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요르단 암만 자흐란 궁전에서 후세인 왕세자(28)와 라즈와 알사이프(29)의 결혼식이 열렸다. 둘은 지난해 8월 약혼한 사이로, 이날 이슬람 방식으로 혼인서약에 서명을 하고 반지를 교환했다.
후세인 왕세자는 압둘레 2세 국왕의 맏아들이다. 2009년 15세로 왕세자에 책봉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역사를 전공했다. 영국 샌드허스트 왕립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요르단 육군의 헬기 조종사로 복무했다. 2015년 당시 최연소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주재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후세인 왕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400만명에 달한다.
신부 알사이프는 뉴욕 시러큐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해 현재 미국과 사우디에서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사우디 주요 건설회사를 소유한 억만장자로 알려졌다. 신부 어머니는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의 핵심세력인 ‘수다이리 세븐’ 혈통이다. 수다이리 세븐은 사우디 초대 국왕의 8번째 부인 후사 알수다이리의 7형제를 말한다. 현재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알수다이리의 6번째 아들이다. 신부 알사이프는 사실상 사우디를 통치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친척으로, 요르단과 사우디 왕가는 더욱 밀접한 관계가 됐다.
인구 1100만명 규모인 요르단은 이날을 공휴일로 선포하고, 주요 거리를 국기와 현수막 등으로 장식했다. 암만 주요 광장과 거리에는 결혼식 중계를 위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결혼식을 앞두고 왕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 후세인을 축하한다’는 해시태그를 활용하는 등 홍보에 적극 나섰다.
이번 결혼식이 요르단으로선 사우디와의 전략적 유대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르단은 주변국과 달리 천연자원이 거의 없고 관광 및 해외 원조에 의지한다. 또한 실업률 상승, 부채, 식량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시위가 일어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전문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결혼식은 두 사람 간의 유대 뿐만 아니라 두 국가 사이의 유대를 상징한다. 결혼식은 요르단의 미래를 상징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이날 결혼식은 또한 후세인 왕세자가 차기 국왕으로서 지위를 확고히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메르 사바일레 요르단 정치분석가는 “이것은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라, 요르단의 미래 국왕을 발표하는 행사”라고 AP에 밝혔다.
요르단은 입헌군주국이지만 왕은 군의 최고 통수권자이며 정치 권력도 보유한다. 일반적으로 왕실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지만, 2021년 압둘라 2세의 이복형이 외국 정부의 도움으로 국왕의 자리를 빼앗으려다 기소된 적이 있다. 압둘라 2세는 1999년 재위한 이래 미국의 중동 지역 동맹국으로서 강력한 군사적, 정치적 유대 관계를 구축해왔다.
하객으로는 영국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비롯한 세계 각국 왕실 인사들이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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