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굶어서” 분유 훔친 미혼모…경찰이 한 일 [아살세]

권남영 2023. 6. 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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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털어놨다고 합니다.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근근이 생활하던 A씨는 이날도 분유를 살 돈이 없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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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분유를 훔치고 있는 40대 미혼모의 모습. 강원경찰청 제공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는 생활고 속에 홀로 갓난아기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였습니다. 배고픔에 우는 아기를 확인한 경찰은 다시 마트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이들의 사연을 들어볼까요.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월 23일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한 대형마트에서 일어났습니다. 물건을 훔친 여성을 붙잡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된 건데요. 40대 여성 A씨는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가 보안요원에게 적발됐습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털어놨다고 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34) 경사는 처음엔 A씨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절도범들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으레 써먹는 수법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씨가 사는 원룸에 동행한 고 경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가 방 안에서 목 놓아 울고 있었던 겁니다.

A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었습니다. 벌금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근근이 생활하던 A씨는 이날도 분유를 살 돈이 없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마트에서 굶주린 아기에게 줄 분유를 고르는 고탁민(34) 경사. 강원경찰청 제공


A씨의 사연을 들은 고 경사는 곧장 마트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구매해 A씨에게 건넸죠. 고 경사는 “저도 초보 아빠여서 그런지 마트에서 분유, 기저귀를 훔친 절도범이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고 짠하더라”며 “아기가 오랫동안 굶주렸다는 말에 일단 분유부터 사서 전해드렸다”고 연합뉴스에 말했습니다.

고 경사 역시 지난해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됐습니다. 그는 “A씨가 울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더라”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어떻게든 아기를 책임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우선 아기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분유를 건넨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A씨는 경찰에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여 잘못될까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 경사는 사건 이후에도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A씨를 도왔다고 합니다. 일주일 뒤 A씨는 고 경사에게 “당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 했다. 덕분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절도는 명백한 ‘범죄’이지요. 원주경찰서는 A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A씨가 벌금 등의 모든 죗값을 치르고 난 뒤에는 부디 아기와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닿을 수 있는 복지 제도가 절실해 보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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