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짝만 만져도, 식물은 알아챈다…동그란 파동의 정체
신경이 없는 식물도 사람이 만지는 것을 느끼고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건드리면 잎을 접는 미모사(신경초) 외에 다른 식물에서도 접촉에 반응하는 칼슘 신호가 관찰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식물(Nature Plan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이 식물을 건드리면 식물 세포가 칼슘 이온 파동을 생성하고, 이 신호가 인접 세포로 전달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눌렀을 때 형광물질 '파문' 나타나
또 자극을 제거했을 때, 즉 터치를 제거하면 다시 파동이 생성되는데, 이 경우는 1분 이내에 사라지는 빠른 파동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가지 식물, 즉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와 담배(Nicotiana tabacum)를 실험 재료로 골랐다.
연구팀은 이들 식물 세포 내 이 칼슘 이온 농도가 높아지면 형광을 내보내도록 사전에 특정 단백질 유전자를 변형했다.
연구팀은 현미경 아래에서 식물의 잎 뒷면을 아주 가는 유리섬유를 사용해 눌렀다.
그 결과, 유리섬유로 누른 지점에서 주변으로 형광 물질이 파동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것을 관찰했다.
호수 위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파문이 그려지는 것처럼, 칼슘 이온 농도가 치솟았다가 다시 가라앉는 파동을 그리며 퍼진 것이다.
연구팀은 유리 섬유를 잎에서 뗐을 때는 1분 이내에 빠르게 사라지는 파동이 다시 관찰됐다.
압력 변화가 칼슘 이온 농도 변화로
식물 세포는 강한 세포벽을 갖고 있어서 유리섬유로 누르는 등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식물 세포 내에 압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팽압의 증가에 따라 세포 내 수분이 빠져나가고 세포 내 삼투압이 상승하면서 칼슘 이온 농도가 달라졌다.
파동이 생성된 것도 세포 안팎에 생겨난 삼투압 교란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다시 사라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유리섬유를 제거했을 때 칼슘 이온 파동이 생기는 것은 다른 원리로 설명했다.
유리섬유가 제거되면 세포벽과 원형질막 사이의 공간인 아포플라스트(apoplast) 쪽으로 아미노산이나 반응성 산소 같은 화학 신호가 방출되고, 이 화학신호로 인해 칼슘 이온 농도가 순간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식물 세포가 미세한 압력의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하는데, 신경 세포 없이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사람은 신경 세포가 담당하지만, 식물은 모든 세포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모사에도 칼슘 신호 전달 시스템
지난 3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릴라크 하다니 교수팀은 과학저널 '셀'(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토마토·담배·밀 등 식물이 내는 40~80㎑의 고주파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물을 주지 않았을 때나 줄기를 잘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식물이 이런 소리를 내는데, 사람은 들을 수 없어도 박쥐·생쥐·곤충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 가운데는 동물의 공격에 저항할 정도로 똑똑한 것도 있다.
동물이 잎을 뜯어먹을 때 식물 조직이 으깨지거나 부서질 때 세포 내 단백질이 타닌이란 물질과 결합한다.
따로 나뉘어 있던 두 물질이 합쳐지면 이를 먹더라도 소화가 잘 안 되고 몸에도 해로운 물질로 변하게 된다.
아프리카의 아카시아 중에는 초식동물의 공격을 받은 식물이 공기 중으로 냄새(화학물질)를 발산해 주변의 다른 나무에 ‘경계령’을 내리기도 한다.
냄새를 맡은 주변 나무는 방어용 화학물질을 체내에 생성하는데,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면 맛이 없어진다.
결국 동물들은 경계 신호를 미처 듣지 못한 나무를 찾아 멀리 떠나게 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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