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스플레이, 차이나 쇼크에 ‘앙숙’ 삼성·LG 악수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6. 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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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건 OLED뿐…3대 新시장 집중
2019년 일이다. 독일에서 열린 IFA(국제가전박람회)에서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로 맞붙었다. LG전자는 “삼성의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TV가 자체 발광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QLED TV라고 광고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데 QLED TV는 백라이트가 필요해 자발광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 광고를 한다”며 공정위에 맞신고했다.

이뿐 아니다. 2021년 미국에서 열린 CES(국제전자박람회)에서도 한판 전쟁을 벌였다. LG전자가 QNED라는 제품명의 TV를 내놓자, 삼성전자는 자사 브랜드 QLED와 이름이 비슷하다며 발끈했다. LCD(액정디스플레이) 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 박빙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1, 2위를 다투던 두 회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앙숙’으로 맞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180도 돌아섰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에 대형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OLED TV에 LG디스플레이 패널이 사용되는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하며 협업 가능성이 제기돼왔지만 워낙 ‘으르렁’거리던 사이라 섣불리 관계 개선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동맹’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협업 관계가 형성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디스플레이가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17년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LCD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맹추격에 2021년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42.5%로 1위였고, 한국(36.9%)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반짝했던 수요가 급감한다는 점도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사 협업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번 빼앗긴 왕좌의 자리를 되찾기란 만만치 않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기기 힘들다는 자조론도 힘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K-디스플레이어 1위 탈환’ 작전이 다시 시작됐다. 깃발을 들어 올린 것은 정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 원탁회의’를 열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 방향과 전략을 논의했다. 민간이 5년간 65조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면, 정부는 세액 공제 확대와 특화단지 지정, 규제 해소,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자금 투입 등 제도적 지원으로 화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4년 후 세계 시장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고, 경쟁국과 기술 격차를 5년 이상으로 벌린다는 그림을 그린다.

중국이 LCD에서 독주를 이어가지만, 부가가치가 큰 OLED 분야에서는 한국이 81%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OLED 점유율은 17%대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7%에서 지난해 34%로 커졌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다시 노려볼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1호 (2023.05.31~2023.06.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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