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스플레이, 차이나 쇼크에 ‘앙숙’ 삼성·LG 악수
이뿐 아니다. 2021년 미국에서 열린 CES(국제전자박람회)에서도 한판 전쟁을 벌였다. LG전자가 QNED라는 제품명의 TV를 내놓자, 삼성전자는 자사 브랜드 QLED와 이름이 비슷하다며 발끈했다. LCD(액정디스플레이) 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 박빙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1, 2위를 다투던 두 회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앙숙’으로 맞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180도 돌아섰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에 대형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OLED TV에 LG디스플레이 패널이 사용되는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하며 협업 가능성이 제기돼왔지만 워낙 ‘으르렁’거리던 사이라 섣불리 관계 개선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동맹’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협업 관계가 형성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디스플레이가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17년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LCD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맹추격에 2021년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42.5%로 1위였고, 한국(36.9%)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반짝했던 수요가 급감한다는 점도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사 협업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LCD에서 독주를 이어가지만, 부가가치가 큰 OLED 분야에서는 한국이 81%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OLED 점유율은 17%대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7%에서 지난해 34%로 커졌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다시 노려볼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1호 (2023.05.31~2023.06.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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