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준혁을 말하다… ‘범죄도시3’ 이상용 감독 [쿠키인터뷰]
2년 전 12월. 이상용 감독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개봉까지 다섯 달을 앞두고 ‘범죄도시2’ 작업을 마무리한 때였다. 그리고 며칠 지나 12월24일. 감독은 다시 신발끈을 고쳐 묶었다. ‘범죄도시3’ 시나리오 완성본을 받아들어서다. 그는 일주일 뒤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 마동석과 만나 14시간에 걸쳐 밤샘회의를 이어갔다. 열띤 토론 중 새해가 밝아오는 걸 보며 그는 생각했다. ‘범죄도시3’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지난 30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용 감독은 “이제야 데뷔하는 기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범죄도시’ 2, 3편을 작업하며 지냈다. 2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순간에도 3편에 출연할 단역들의 오디션을 보고 있었단다. “관객 평가가 가장 두렵다”면서도 “기대해도 좋다”고 씩 웃는 모습엔 은근한 자신감이 내비쳤다.
세 번째 장을 연 ‘범죄도시’는 변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마석도(마동석)를 둘러싼 주변인부터 달라졌다. 1·2편서 활약한 장이수(박지환)를 잇는 새 조력자가 등장했다. 감독은 ‘범죄도시3’이 이전 편과 향후 개봉할 4편의 이음새 역할을 하길 바랐다. 다음 편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변주를 택했다. 2편이 거둔 성공은 부담이자 동시에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감독은 “1·2편이 이렇게나 성공할 줄 몰랐다”면서 “3편이 좋은 성적을 거두리란 보장은 없지 않냐”며 부담감을 내비쳤다. 마음을 다잡게 한 건 마동석의 든든한 존재감이다. 이 감독은 마동석과 2015년 영화 ‘악의 연대기’ 때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다. 당시 조감독과 조연으로 마주했던 두 사람은 여러 해를 거쳐 감독과 주연으로 다시 만났다. 마동석 이야기가 나오자 감독 얼굴엔 곧장 화색이 돌았다.
“배우 마동석은 촉이 남달라요. 상대 배우를 아우르면서도 이 장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요. 캐릭터를 넘어 영화 전체를 위해 연기하는 느낌이랄까요? 고생하더라도 기꺼이 감내하죠. 아이디어가 많은 데다 관객이 원하는 포인트를 정말 잘 알아요. 제작자로서 마동석 대표는 대단한 선구안을 가졌어요. 배우 활동과 시나리오 작업을 병행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을 텐데도, 벌써 제작을 앞둔 작품이 수십 편이나 된대요. 존경할 수밖에요. 볼수록 닮고 싶은 영화인이에요.”
감독은 코미디 요소를 추가한 이번 편에서 마동석의 진가를 재확인했다. 인위적인 웃음을 지양하고 자연스러운 재미를 추구하는 그의 성향이 ‘범죄도시’ 시리즈와 딱 맞았단다. 감독은 마동석이 살린 장면들을 늘어지지 않게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 잔가지들을 쳐내고 인물 사이 호흡을 부각하는 식이다. 빌런을 둘로 나눠 마석도와 삼각구도를 마련한 건 새로운 시도다. “마석도가 복싱 기술로 악당을 둘이나 때려잡는 모습이 통쾌하기 때문”이란 판단이다.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는 늘 관객 기대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새 빌런으로 합류한 이준혁이 정말 잘해줬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범죄도시’에서 빌런을 맡는 건 보통 각오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윤계상·진선규·김성규가 1편에서 빌런 이미지를 워낙 잘 다져둔 만큼, 2·3편 빌런인 손석구와 이준혁에게는 도전일 수밖에 없던 작업이었죠. 더군다나 이준혁은 3편 촬영 시작 전에 2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해서 부담이 더 컸을 거예요. 그럼에도 촬영장에 온전히 주성철로서 등장한 걸 보며 감탄했어요. 이전 편 빌런들과 달리 주성철(이준혁)은 마석도에게 맞고도 도망가지 않아요. 별다른 무기 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내리치는 인물이라 액션이 훨씬 과격했어요. 힘들었을 텐데도 결 다른 빌런을 잘 구현한 게 고마웠어요. 아오키 무네타카 역시 어려운 장검 액션을 차지게 소화해서 감동했어요.”
‘범죄도시2’로 1000만 감독 대열에 오른 이 감독은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범죄도시4’는 무술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4년 만에 온전한 휴식기를 앞둔 이 감독은 “아무 계획도 없이 멍하기만 하다”며 잔잔히 웃었다. 최선을 다한 지금, 그에게 후회란 없다. ‘범죄도시3’는 도전의 산물이자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다. 이 감독은 “‘범죄도시3’을 보고 ‘범죄도시4’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길 바란다”면서 “스스로 만족한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범죄도시3’로 성취감을 느꼈어요. 배우들을 전면 교체해 새 판을 짰으니까요.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죠. 앞으로도 제게 ‘범죄도시3’는 큰 의미로 남을 거예요.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마음이 단단해졌거든요. 인물 관계를 촘촘히 다져 이야기를 끌어가는 맛을 알았어요. ‘범죄도시’ 시리즈로 감을 익혔으니 새로운 작업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인생작인 ‘범죄도시’를 잘 마쳤으니까, 이제는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감독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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