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알 권리는 누가 보장하나요? [김미애가 응답하다]

김미애 2023. 6. 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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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한 사람의 소리는 자칫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반응이 필요합니다.〈소리내다〉는 대학 학보사 출신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소리내다 칼럼 중 일부를 선정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필진의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이번에는 보호출산제도 도입을 주장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왜 아기 버리나" 비난만 하고 잊을건가…프랑스가 내놓은 제도〉 칼럼에 대한 질문에 그가 응답합니다.

매년 100명이 넘는 아기들이 유기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고 있습니다. 출산 환경이 여의치 못한 산모와 생명권을 빼앗긴 태아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 또한 이런 산모와 아기에 대한 책임을 베이비 박스에 떠넘긴 채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산모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정했습니다. 지난 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의 질문자로 나서 저출생 문제의 이면에는 영아 유기, 살해 그리고 베이비 박스가 있다고 언급하며 보호출산제(익명 출산)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이러한 김 의원의 목소리에 대학생 패널이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김미애 의원이 여기에 응답합니다.

Q : 산부인과의 분만 부문 위축,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 등 저출산 시대의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독립하는 ‘자립준비청년’과 관련된 여러 비극적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보호출산제에 의해 태어날 아이들 대부분은 이런 현실과 마주하며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A :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시설에서 성장하여 자립준비청년이 된다는 건 오해입니다. 보호출산은 사실상 친생부모가 아동의 친권과 양육을 포기하게 되어 즉시 입양 절차를 밟게 됩니다. 아동보호 선진국들은 우리나라 보육원과 같은 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단기 보호 기관으로만 운영합니다. 한국처럼 평균 재원 기간이 10년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없으며, 시설보호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친권과 양육이 포기된 아동에게 입양은 최우선 이익이며, 그런 면에서 보호출산제는 현재의 가정보호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가 아직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영아의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보호출산제가 부모를 알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요.

A :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의 알권리를 보장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아동 생명권 역시 지켜져야 할 아동의 권리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보호출산은 매년 100여 명이 아이들이 버려지고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최선이 아니라 현실을 고려한 차선의 선택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발의한 법안에는 아동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친생부모의 정보가 담긴 출생증서를 상담센터에서 생성·보관 후 출생신고 이후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송하여 영구 보관하게 됩니다. 아동이 성년이 되면 출생증서에 대한 열람청구를 허용하고,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여 출생증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Q : 독일의 경우 여성의 낙태를 불법으로 여기고 있어 여성의 선택권을 일부 보장하자는 취지로 신뢰출산제도가 도입됐습니다. 반면 한국은 낙태가 형사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이에 따른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출산제를 도입하자는 건 국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요?

A : 낙태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된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지만, 이러한 사정이 보호출산제 도입을 제약하는 근거나 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출산은 낙태의 입법과 별개로 위기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아기의 생명권을 조화롭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2012년 현행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출생신고 없이는 입양이 불가능하게 되자, 일부는 아이를 유기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베이비박스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2000명이 넘는 아기들을 보호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방치해 왔습니다. 그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보호출산제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 한국은 결혼한 이성 부부에서 낳은 아이를 정상으로 보고 그 외는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 지원 제도가 있어도 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보호출산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영아 유기에 대한 원인으로 꼽히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A : 저 역시 한 부모 가정, 입양, 미성년후견인으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했으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존중과 인식 개선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과 문화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인식 총화여서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으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호출산을 반대하는 분 중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접 양육을 선택한 여성에 대한 충분한 지원 후에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전무결한 대책은 있을 수 없고,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길 기다리는 동안 소중한 생명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잃게 됩니다.

Q : 근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부모 가정의 양육환경 지원, 미혼모 등 심리치료 지원과 같은 유사 제도의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의 생활안전과 양육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둔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매우 바람직하다고 여깁니다.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여성가족부, 아동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가 협업하여 정책을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연계된 협력 방안이나 정책 개발도 꾸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이 땅의 가장 약자인 아이들의 생명 존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정리=조유진·이서영 인턴기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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