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혁신’을 입혔다… 30개 건물, 20명의 건축가들

김남중 2023. 6. 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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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외곽에 필로티 구조와 가로로 긴 창문이 눈에 띄는 '빌라 사보아'가 있다.

1931년 완공된 이 건물은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으로 철근 콘크리트 건축 시대를 연 작품이다.

그는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서양 건축은 벽이 주는 한계와 구속으로부터 탈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철근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가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가로로 긴 창, 옥상 정원이라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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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492쪽, 1만9500원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에 역삼각형 방향으로 설치된 ‘유리 피라미드’. 루브르박물관 중정에 솟아있는 유리 피라미드와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을유문화사 제공


프랑스 파리 외곽에 필로티 구조와 가로로 긴 창문이 눈에 띄는 ‘빌라 사보아’가 있다. 1931년 완공된 이 건물은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으로 철근 콘크리트 건축 시대를 연 작품이다.

건축가 유현준은 빌라 사보아를 통해 철근 콘크리트 혁명을 소개한다. 서양은 전통적으로 돌이나 벽돌을 이용해서 건물을 지었다. 그는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서양 건축은 벽이 주는 한계와 구속으로부터 탈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철근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가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가로로 긴 창, 옥상 정원이라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을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허스트 타워’는 1928년 지어진 6층짜리 허스트 사옥 자리에 2006년 새로 지은 46층 빌딩이다. 이 건물은 새 건물을 지으면서 어떻게 전통을 보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모범을 제시한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옛 허스트 사옥의 외부 벽체만 남기고 내부는 철거한 다음 그 안에 현대식 고층 빌딩을 올렸다.

“현재 이 자리에는 신축 건물이 들어선 후에도 예전처럼 아름다운 오래된 석조 건물이 거리의 입면을 지키고 있어 익숙한 풍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건물 위로 올라간 눈부신 현대식 유리 타워는 또 다른 멋을 보여준다.”

일본 요코하마의 ‘윈드 타워’(1986년)는 LED 등 전자 빛을 이용한 ‘미디어 건축’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윈드 타워는 낮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금속의 건축물로 보이지만, 밤이 되면 구체적 형체 없이 현란하게 변화하는 빛으로만 존재한다.” 현재 서울 강남 거리를 도배하고 있는, LED 화면으로 벽면을 채운 건물들의 원형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교회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인 ‘빛의 교회’(1989년, 일본 오사카). 교회 속 십자가는 지난 2000년간 공예품이었지만 이 건물은 벽에 구멍을 내 빛으로 십자가를 만들었다. 을유문화사 제공


유현준은 윈드 타워를 통해 우리에게 생소한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오를 불러낸다. 그는 “지난 40년간 아시아 건축계의 양대 산맥이라 한다면 안도 다다오와 함께 이토 도요오를 꼽을 수 있다”면서 “현대 건축가들 중에서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스마트한 건축을 하는 사람은 이토 도요오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에는 건축물 30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와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홍콩 HSBC 빌딩처럼 잘 알려진 건축물도 있지만 미국의 도미누스 와이너리, 예일대에 있는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 일본의 아주마 하우스 등 이름조차 생소한 경우도 적지 않다.

저자는 “여기서 소개하는 건축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각의 대전환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건축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한 작품들을 모아 봤다”고 설명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에서 소개된 건축물들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혁신’이란 단어가 맞춤할 것이다. 시대와 상황의 한계에 맞서고, 자연과 역사를 깊게 이용하고,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내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건축을 만날 수 있다.

책에는 스무 명의 건축가들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좋은 질문을 가졌고 고정관념에 도전했으며 오리지널을 만들어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축이 자연이 될 수 없을까?’를 고민했고 폭포 위에 지은 집인 ‘낙수장’을 통해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빛이 투과되는 얇은 대리석 돌로 만든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이나 돌과 돌 사이 틈으로 새어드는 햇빛을 이용한 도미누스 와이너리는 돌에 대한 통념을 뒤집어 버렸다. 모래로 지은 두꺼비집을 연상시키는 일본 ‘데시마 미술관’은 디지털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모든 것이 부드럽게 연속되는 완벽한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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