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유예 합의안 하원 통과…“상원 통과도 확실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합의한 연방정부 부채한도 유예 합의안이 31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됐다. 미 재무부가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이라고 경고한 오는 5일 전까지 상원 통과에 이어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게 되면 디폴트 선언이라는 파국적 상황은 피하게 된다.
미 하원은 31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재정책임법안’이라고 불린 부채한도 유예 합의 법안을 찬성 314표 대 반대 117표로 가결 처리했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 찬성표(218표)를 훌쩍 넘겼다.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222석)이 민주당(213석)보다 우위이지만 공화당 의원의 3분의 2인 14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프리덤 코커스를 중심으로 정부 지출의 추가 삭감을 요구하며 이번 합의안을 강하게 반대해 왔던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의 반대표는 71표 나왔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165명이 찬성표를 던진 대신 재정 지출을 일정 기간 동결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진보 성향 강경파 의원 46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합의한 안은 당내 장악력이 취약한 매카시와 오랫동안 타협을 거부했던 백악관 모두에게 엄청난 시험대였다”며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불투명해 보였던 양측에 큰 승리를 안겼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오늘 밤 하원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를 막고 어렵게 이룩한 경제 회복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번 예산안 합의는 초당적 타협”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상원이 가능한 한 빨리 통과시켜 제가 법안에 서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협상을 해 온) 지난 매주 우리는 미국 국민을 대변해 왔다”며 “오늘 밤 우리가 미국 시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로 디폴트 시한까지 닷새 남은 상황에서 남은 절차는 상원 표결이다. 상원에서 통과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할 예정인데, 현지에선 “상원 통과가 사실상 확실시되며 다만 시기가 문제”(블룸버그통신)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원의 민주ㆍ공화 양당 원내대표도 법안의 신속한 처리 방침을 밝혔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법안이 상원에 오면 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 책상으로 보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겠다”고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재정책임법안의 하원 통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이제 상원이 지체 없이 통과시킬 차례”라고 했다. WP는 “상원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오는 5일 전까지는 입법을 서두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원을 통과한 재정책임법안은 현재 31조4000억 달러(약 4경1480조 원)로 설정된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차기 대선 직후인 2025년 1월까지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2024년 회계연도에 비(非)국방 분야 재정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에는 1%만 증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합의안 통과 시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980조 원)가량의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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