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치료제 발전으로 암생존자 증가… 폐암도 치료제 접근성 개선 기대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 2023. 6. 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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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
매년 6월 첫째 주는 암생존자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국립암센터가 지정한 '암생존자주간'이다. 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의 질병이지만, 다행히도 의학 기술과 치료제의 발전으로 암 생존자 수는 증가해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 현황에 따르면 암 진단 후 치료를 받은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을 추정한 '5년 생존율'은 최근 5년간(2016~2020년) 71.5%로 15년 전보다 17.4%p 증가했다.

암 중에서도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유전자 변이를 타깃 하는 표적항암제가 등장한 이후 치료 성적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30~40%에서 EGFR 변이가 발견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3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사용 가능한 3세대 표적항암제인 오시머티닙은 기존의 표적항암제 대비 환자의 생존기간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폐암에서 빈번한 뇌전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오시머티닙은 글로벌 3상 연구 와 대규모 일본인 환자 리얼월드데이터 를 통해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3년 이상의 전체생존기간을 일관되게 확인한 유일한 표적항암제다. 또한, 오시머티닙은 EGFR-TKI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연구(ASTRIS Korean CNS subset analysis)를 통해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군에서 글로벌 3상 AURA3 연구와 일관되게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

전 세계 60여 개국 이상에서 오시머티닙 1차 치료를 건강보험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최초 허가 이후 현재까지 6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실제 치료를 받으며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한 바 있다. 글로벌 치료 지침이 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오시머티닙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Category 1 중에서도 유일한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시머티닙 1차 치료가 허가된 지 5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비급여에 머물러 있어 환자들이 글로벌 표준치료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국소적으로 진행됐거나 전이가 발생한 상태에서 진단받는 환자가 많아 최대한 1차 치료에서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해야 환자의 치료 예후가 좋고, 필요한 경우 후속 치료도 순조롭게 가능하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서 이러한 상황이 씁쓸하다.

또한 오시머티닙 1차 치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표준치료로 공고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 치료 전략에 대한 연구는 이 표준 치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오시머티닙 1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합이나, 그 이후 치료 옵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치료로 사용하기에 경제적 부담이라는 제한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후 치료 옵션에 대한 연구에서 국내 환자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이 상황이 연구자로서는 매우 안타깝다.

마침 올해 3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오시머티닙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대한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고 한다. 아직 최종 급여 결정까지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허가 5년 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에 환자와 의료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논의에 임해 조속히 급여 논의를 마무리하고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도 글로벌 표준 치료 흐름에 맞게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 보다 개선된 생존과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칼럼은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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