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온 몸을 돈다'는 걸 처음 밝힌 이탈리아 의사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는 정맥 판막이 모두 한쪽으로만 열리는 구조임을 간파하고, 정맥에서는 피가 심장 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고, 그 반대 방향으로는 이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감을 잡은 하비는 동맥과 정맥을 각각 번갈아 묶어보았다. 동맥을 묶으니 심장에 가까운 쪽에 피가 차올라 혈관이 팽창했다. 정맥을 묶으니 심장에서 먼 쪽이 불룩해졌다. 또한, 정량적 계산을 통해 갈레노스의 주장대로라면, 사람은 한 시간에 무려 250kg에 달하는 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관찰과 실험, 계산의 결과 모두가 같은 피가 심장에서 동맥을 거쳐 정맥으로, 그리고 다시 심장으로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비가 알 수 없었던 한 가지는 피가 어떻게 동맥에서 정맥으로 흘러가는지였다. 그래서 그는 이 두 혈관이 너무 가늘어서 보이지 않는 핏줄로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4년 뒤, 말피기(Marcello Malpighi, 1628~1694)가 하비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말피기는 개구리 허파를 당시 갓 발명된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중에 허파 표면에 그물처럼 얽힌 혈관으로 피가 통하는 것을 발견하고, 허파 속 공기가 피에 녹아 전신으로 퍼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이해한 인물이다. 말피기는 이런 가느다란 혈관을 ‘모세혈관’이라고 불렀고,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세혈관이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하비가 주장한 혈액순환 이론을 완성했다.
온몸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인 심장은 4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위쪽 두 개를 좌심방과 우심방, 그리고 아래쪽 두 개를 좌심실과 우심실이라고 부른다. 혈액은 심방으로 들어와 심실을 거쳐 나간다. 한마디로 심방은 혈액을 접수하고, 심실은 펌프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관에는 정맥, 심장에서 나가는 혈관에는 동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혈액의 순환 경로는 허파순환(폐순환)과 온몸순환(체순환)으로 이루어진다. 허파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허파순환은 우심실에서 허파동맥을 통해 보내진 피가 허파의 모세혈관에 도착하여 기체 교환을 마친 다음, 허파정맥을 타고 좌심방으로 돌아오는 경로이다. 온몸순환은 좌심실에서 시작된다. 좌심실이 수축함과 동시에 이 안에 있던 피가 대동맥으로 밀려들어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이때 팔 윗부분에서 측정되는 압력이 수축기(최고) 혈압이고, 심실이 확장할 때 측정되는 압력이 확장기(최저) 혈압이다.
혈압은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소동맥과 모세혈관을 지나면서 계속 떨어진 혈압은 정맥에서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이른다. 그런데도 중력의 힘을 이겨내고 혈액순환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역류를 막는 정맥 판막과 주변 근육의 수축 덕분이다. 여기서 평소 스트레칭과 걷기 같은 생활 운동이 중요한 이유 하나를 보면서 정리하면, 피는 좌심실→대동맥→동맥→온몸의 모세혈관→정맥→대정맥→우심방 순서로 온몸을 돌면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한다.
심장 박동은 피가 온몸을 순환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원이다. 심장은 안정 상태에서 1분에 70~80회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여 혈액을 내보낸다. 이런 반복적인 펌프 작용을 ‘박동’이라고 하며, 1분간의 박동수를 심박수라고 한다. 박동으로 생기는 동맥벽의 진동을 목이나 손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맥박이다. 따라서 보통 심박수와 맥박수는 일치한다. 그런데 규칙적인 심장 박동은 어떻게 일어나고 유지될 수 있을까?
심장 박동의 근원지는 대정맥과 우심방이 연결되는 곳에 존재하는 특수 근육 조직인 동방결절이다. 동방결절은 전기신호를 만드는데, 이 신호가 심방 벽을 타고 전달되어 모든 심방 세포가 동시에 수축하게 된다. 이 전기신호는 체액을 타고 피부까지 전달되는데, 이것을 측정하는 것이 바로 심전도(electrocardiogram, ECG) 검사이다.
‘OECD 보건통계 2022’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인 기대수명은 83.5세이다. 여기에 심박수를 70회로만 계산해도 우리의 심장은 평생 30억 번 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셈이니 경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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