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적산가옥 이렇게 바꾸자…칙칙한 동네, 집값 두배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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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이던 적산가옥이 ‘힙’한 카페로
지난 25일 경북 김천시 자산동 ‘카페자산’. 평일 낮인데도 이곳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카페 내부는 손님으로 꽉 차 있었고, 카페 주변 곳곳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지선(28)씨는 “김천 여행을 하면서 SNS에서 눈여겨본 카페자산을 찾아왔다”며 “옛 모습을 살려 리모델링한 카페도 예쁘고 알록달록한 벽화마을도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 카페 인기 메뉴는 김천 특산물인 호두를 갈아 넣은 라떼다. 카페자산에는 주말에는 하루 평균 150명이 찾고 있다. 또 마을 리모델링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방문한다.
2020년 10월 정식 오픈한 이곳은 본래 일제강점기 김천읍장 관사였다. 해방 후 계속 빈집으로 남아 안 그래도 칙칙한 동네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카페는 마을 분위기를 반전시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천시는 2018년 이 건물을 매입해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위치 선정부터 설계까지 모든 과정에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 흉물로 남겨진 적산가옥이 ‘힙’한 카페로 변신한 셈이다. 카페자산은 2021년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제1회 빈집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카페자산은 수익 일부를 마을에 돌려주고, 주민은 이 돈으로 마을을 가꾼다. 카페 앞마당은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이곳은 청년이 만든 마을기업과 지역공동체 거점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마을 새로 꾸몄더니 사람 몰려
이 마을이 달라진 것은 카페자산뿐만이 아니다. 김천시는 2015년부터 국비 등 73억원을 들여 새뜰마을사업을 통해 자산동 마을 전체를 바꿨다. 새뜰마을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생활 기반 시설, 집수리 지원 등 지원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선 달동네에 벽화를 그리고 부서진 담장을 수리했다. 또 소방도로를 깔고 작은 공원과 주차장을 만들었다. 주택 54가구도 새롭게 단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을 바꾼 이후 빈집은 30채에서 10여 채로 줄었다. 인구는 약 500명으로 예전과 큰 변화는 없지만, 주택 가격이 3.3㎡당 60만원에서 120만~130만원으로 올랐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주 인구가 많았다. 하지만 인근에 도안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인구가 줄고 방치되는 빈집도 늘어나 ‘우범 지역’으로 전락했다. 대전시 서구는 정림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이 일대를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방치된 빈집을 철거하고 주민 쉼터를 만들었다. 수밋들 쉼터에서 열린 힐링 음악회와 전시회는 2021년 국토부 제1회 빈집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빈집 자리에 쉼터…마을호텔도 조성
전남 순천시 저전동에는 지난해부터 마을호텔 ‘어여와’가 영업중이다. 저전동은 신도시와 택지개발로 인해 마을 인구가 유출·고령화하고 84%가 노후 건축물로 분류됐다. 순천시는 2018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을 시작, 빈집을 활용해 마을호텔 3개소와 셰어하우스 4개소 등을 조성했다.
김정희 한국미래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카페, 게스트하우스, 귀농귀촌인 상주 공간 등 빈집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공간은 무궁무진하지만 해당 지역 환경이나 방문객 성향 등을 파악해 용도에 맞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성공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김천·순천=신진호·김정석·황희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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