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바리스타만 보셨나요? 커피 곰팡이도 골라 죽이는 AI [트랜D]

트랜D 입력 2023. 6. 1. 05:02 수정 2023. 6. 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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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사람들 손에 들린 음료 대부분은 커피입니다. 세계 커피 시장은 약 150조원 규모이며 사람들은 하루 평균 커피 약 20억 잔을 마십니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도 무려 8조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하루에 커피 한 잔은 기본입니다. 커피는 숙면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등의 건강상 효능도 있습니다.

최고의 기호식품 중 하나인 커피를 사람이 직접 볶거나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인공지능(AI)이나 IT 기술과 쉽게 연관 짓기는 어렵습니다. 언뜻 보기에 커피 산업과 IT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최근 AI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커피 산업에서 AI는 생산자·공급자·소비자라는 산업의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하루 20억 잔이 소비되는 커피. 사진 언스플래시

생산자와 공급자를 위한 AI


커피 산업은 원두를 재배하는 농업과 전 세계로 배송하는 물류업, 이를 가공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반 소매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피 산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AI가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커피 산업은 로봇과 AI를 활용한 IT 산업의 일부가 됐습니다. 로봇 바리스타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AI로 원두 재배는 물론 산업 트렌드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AI, 머신러닝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커피 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AI는 커피 재배자와 판매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커피 재배에서 질병 확산을 막고 수확량을 높이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브라질은 중요한 커피 생산국으로 커피 농부들은 기후 변화나 병충해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합니다. 커피 잎을 공격하는 곰팡이를 자동으로 인식하기 위해 시각적 이미지 분석에 뛰어난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합성곱 신경망)이라는 AI를 활용합니다. AI는 데이터 학습과 이미지 처리를 통해 오염된 잎을 식별하고, 어떤 식물이 치료가 필요한지 구분합니다.

이제 농부들은 AI로 커피 작물을 모니터링하고 양질의 커피 원두를 수확합니다. 재배 중인 원두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지침을 받아 다음 시즌의 재배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 알고리즘은 커피 가격을 예측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커피 농가의 소득과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커피의 가격과 유통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현재 많은 커피 회사는 고객 취향에 맞춘 커피를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기업은 고객의 구매 습관, 선호도,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산출된 수치를 통해 소비자의 향후 트렌드를 예측합니다. 어떤 특정 품종의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은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AI가 이를 예측합니다. 수요 예측에 고객 정보, 커피 프로필 정보를 사용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더 잘 예측하고 재고를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커피 농장에서 건조되는 커피 생두. 사진 엔바토

커피 볶는 AI


오늘날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새로운 맛에 도전할 의향이 있습니다. 다양한 원산지, 숙성 기간, 원재료 등에 따라 커피도 점차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선호하는 맛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로스팅하는 과정에 따라 원두에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로스팅은 원두에 대한 적절한 열처리와 최종 맛의 맞춤화가 결합한 결과물입니다. 로스팅 중에는 온도, 습도, 원두 밀도, 수확물의 숙성 기간과 같은 원재료 특성이 로스팅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AI 로스터는 원두를 완벽하게 로스팅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온도와 공기 흐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기존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로스팅했다면 이제는 주변 환경에 맞게 AI가 로스팅 프로파일을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AI 로스터는 원두가 로스팅되는 동안 공기 온도, 배기가스, 원두 상태 변화 지점 등 중요한 데이터 포인트를 기록합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더 나은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게 됩니다. AI 로스터가 자동으로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고 그에 따라 로스팅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으므로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로스팅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AI 로스팅 기술은 원두 로스팅에 필요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최근 식품·서비스 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난을 겪는 커피 업계에 매우 중요합니다. 일각에선 이미 AI 로스터와 바리스타 로봇이 일관되게 좋은 커피를 내리는 데 근접했거나 심지어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커피 산업에서 AI는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예측함과 동시에 빠르고 완벽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을 비롯한 대기업은 물론 여러 푸드 테크 스타트업들이 AI 바리스타 로봇을 내놓았습니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AI 바리스타 로봇을 출시했는데 커피는 물론 20여 종의 음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점별 매출 현황을 분석하거나 원재료 소모량, 음료 제조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모바일 앱으로 알려줍니다. 이러한 AI 로봇을 무인 매장에서 활용할 경우 매장 관리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효율적입니다.

SK텔레콤의 AI 바리스타 로봇. 사진 SK텔레콤

빠르게 변화하는 커피 산업


AI는 커피의 재배, 생산,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하면 업계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커피와 같이 집중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우위를 점하는 것이 생존과 도태의 차이를 결정합니다. AI 활용 여부가 가치 있는 경쟁 우위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AI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노동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로스터는 새로운 로스팅 방법을, 바리스타는 독자적인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제기되는 문제는 역시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손실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어, AI 커피 머신은 원두 분쇄, 커피 추출 등 이전에는 사람이 수행하던 많은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직접 서빙을 맡으면 커피 특히 바리스타나 서빙 직원들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산업과 유사하게 AI가 모든 것을 장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비자에게는 바리스타가 직접 만드는 커피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커피 오마카세(맡김 차림)'처럼 사람과 직접 대화하며 바리스타의 손길에 따라 커피를 즐기는 트렌드도 최근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모습은 모두에게 다소 생경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나 카페에서 로봇이 만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점차 익숙해질 것입니다. 커피 산업은 AI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것입니다. 소비자 역시 커피 트렌드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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