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패라도 북한의 ‘정찰위성’ 도발은 안보리 결의 위반
북한이 어제 오전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을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쏘아올렸지만 실패했다. 북한은 1단계 로켓이 분리된 뒤 2단계 엔진의 시동 이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발사 2시간30분여 뒤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 7일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이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성공·실패 여부와 무관하게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 위반이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추가적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해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결의했다. 정찰위성 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과 원리상 동일하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중대한 도발로 규정해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정부는 어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백악관도 NSC 성명에서 “뻔뻔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역내 및 이를 넘어서는 안보 저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북 군산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관련 잔해를 곧바로 인양했다. 군은 잔해를 수거해 전반적인 성능, 기술 수준, 외국산 부품 사용 여부 등을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친북 성향의 특정 국가들이 대북 제재를 어기고 북한에 민감한 우주 기술과 부품을 몰래 지원했는지도 가려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한 뒤 정찰위성까지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었다. ‘눈’(위성 등 정찰 자산)이 없으니 이미 갖춘 ‘주먹’(핵미사일)의 실전 파괴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장을 시찰하며 발사를 독려했지만 실패했다. 대한민국이 최근 자체 기술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며 ‘G7 우주 강국’에 진입하자 조급해진 북한이 발사를 서둘렀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조만간 추가 발사를 예고했지만, 고립만 자초할 뿐임을 알아야 한다. 무모한 도발을 멈추고 이제라도 대화의 문을 열고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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