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이어가려면…민간에 돈 벌 수 있다는 확신 줘야 [임상균 칼럼]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3. 5. 3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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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주간국장
솔직히 필자는 우리나라 우주 개발론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우리 우주 산업, 그 핵심인 발사체(로켓) 산업은 기술적으로나 경험으로나 선두 주자인 미국과는 최소 50년,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비교해도 한참 뒤처져 있다. 성공 확률도 낮은 로켓 산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느니 빌려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누리호 1·2차 발사 때도 덤덤하게 지켜봤다.

그리고는 지난 5월 25일 오후 6시 24분 3차 발사.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출발한 누리호는 목표 고도 550㎞에 도달해 탑재위성 8기를 차례대로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해 우주 궤도에 올린 나라로 따지면 7번째 성과다.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wer)로서의 DNA가 발휘됐다. 반도체, 통신기기, 자동차 등 대부분 주력 산업에서 우리가 축적해온 성공 방정식이다.

특히 이번 발사는 발사체 자체의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 발사가 아니라 실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체크하는 실전 발사였다. 고객 요청에 따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궤도에 위성을 내려놓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사업화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였다.

실제 상업화까지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도 3차례의 추가 발사에 성공해야 국제적으로 안정적인 발사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기회를 궁극적 성공으로 이끄는 역할을 민간이 맡게 됐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해 2027년까지 누리호 반복 발사를 이끈다. 체계종합기업은 발사체 제작부터 운영까지 개발 전 과정을 총괄하는 기업이다. 2025년 이뤄지는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제작부터 발사까지 총괄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으며 성장한 스페이스X처럼 한국에서도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민간 주도 우주 산업에서는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그랬고, 미국에서는 아마존, 테슬라, 버진그룹 등의 CEO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차근차근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4년 100% 자국 기술로 만든 로켓인 ‘H-2’의 실용화에 성공했고, 이후 20여차례 발사를 시도하며 성공 가능성을 확보한 후에 2007년 발사체 개발 사업 주도권을 민간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이전했다. 발사체를 돈 버는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단,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1년에 최소 3개 발사하되 그중 2건은 정부가 수주를 내고 나머지는 외국 위성의 위탁을 따내라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정부가 든든한 지원을 하면서 돈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한편으로는 민간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구조를 짠 것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우리 민간 기업 300여곳이 참여했다고 한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건설, 현대로템은 엔진 추진 시험설비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이들에게 모두 돈 벌 수 있는 사업이라는 확신을 안겨주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는 제조업에서의 성공 노하우가 발휘되길 기다려주면 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1호 (2023.05.31~2023.06.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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