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범죄도시3', 개봉 전 46만…'관행·한국 영화 위기' 변칙 개봉 합리화 될 수 있나

류지윤 2023. 5. 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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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박스오피스 1위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가 변칙 개봉으로 정식 공개 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이벤트로, 변칙 개봉은 아니"라는 입장과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유료 시사회를 연 것"이라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놨지만, 우리는 그걸 '얼마 되지도 않는 소규모 영화들의 주말 스크린을 빼앗아가는 변칙 개봉'이라고 불러왔다.


3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처님 오신 날 연휴 사흘간(27∼29일) '범죄도시 3'은 46만 9691명이 관람했다. 27일엔 502개 스크린에서 930회 상영해 14만 2774명, 28일엔 470개 스크린에서 892회 상영해 16만 1890명, 29일엔 471개 스크린에서 891회 상영해 16만 5120명이 봤다.


이에 12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같은 기간 44만 9810명으로 2위, '가디언 오즈 갤럭시: 볼륨'3는 36만 1182명으로 3위, '인어공주'는 34만 1281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연휴 기간 '범죄도시 3'의 상영 횟수는 2713회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1만 3955회)나 '가디언 오브 갤럭시: 볼륨3'(6045회)등의 상업 영화의 상영 횟수가 현저히 많았다는 이유로 변칙 개봉이 아니라고 선 그을 수 없다. 한정된 스크린 안에서 밥그릇을 내어준 건 애니메이션과 다른 소규모 외화들이었다.


변칙 개봉은 오래 전부터 영화계에 갑론을박을 불러왔던 이슈다.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들이 유료 시사회, 프리미어 상영 등으로 포장돼 개봉일 이전에 공개돼 왔다. 변칙 개봉을 진행하는 이유는 유료 시사회는 무료 시사와 달리 매출이 스코어로 집계가 된다. 그리고 이 매출은 첫 주 스코어에 반영돼 스크린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첫 주 흥행이 영화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어 개봉 전 많은 입소문과 관객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변칙 개봉을 하면서 한정된 스크린을 내줘야 하는 작은 영화들 입장에서는 횡포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부산행', '테넷',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최근 개봉했던 '존 윅4',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변칙 상영에서 자유롭지 못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공식 개봉일 이전에 실사되는 유료 시사회를 상영 부문의 공정 경쟁을 해치는 변칙 상영이라고 정의한 영화진흥위원회는, '테넷' 유료 시사회 당시, 변칙 개봉엔 할인권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 영화 입장에서 법적이나 공공적 제재 조치가 마땅히 없는 이상, 변칙 개봉 선택을 막을 순 없다. 향후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이용한 이벤트인 변칙 개봉은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인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이 한 선택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지는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영화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에게도 향후 변칙 개봉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자리를 깔아주는 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변칙 개봉을 할 땐 날 세우고 비난했던 과거는 잊고, 오래된 관행, 한국 영화의 위기로 부활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변칙 개봉을 정당화 할 순 없다.


더 나아가 인기 흥행작의 변칙 개봉이 뻔뻔하게 이뤄지며 작은 영화들은 힘 없이 자리를 내줘야 하는 반복은, 영화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범죄도시'는 2017년 688만, 2022년 '범죄도시2' 1269만 관객을 동원한 우리나라 대표 액션 시리즈다. 이와 걸맞게 '범죄도시3'는 개봉 전부터 높은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굳이 '범죄도시3'는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흥행이 예고된 터다. 정의 구현이 주 스토리인 영화가 앞장서서 편법으로 생태계를 흐리고 있는 가운데, 비난을 피하려는 극장들의 입맞춤이 영화의 호감도만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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