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적신호 켠 시진핑 “모진풍파 대비하고, 정치안전 수호하라”

신경진 2023. 5. 3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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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슝안(雄安) 신도시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이날 시찰 현장에는 권력서열 7위권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3명이 시 주석을 수행했다. 리창(오른쪽 두번째) 총리와 차이치(왼쪽 세번째) 중앙서기처 상무서기는 30일 소집된 중앙국가안전위원회에서 부주석 신분으로 참석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큰바람과 격랑 심지어 모진풍파까지 중대한 시련에 대비하라”며 임박한 위기에 대해 적신호를 발령했다.

31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 전날 열린 중앙국가안전위원회(이하 국안위) 회의록을 머리기사로 싣고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판 확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해당하는 국안위는 지난 2014년 4월 시진핑 주석이 집권 후 당 중앙에 신설한 1급 위원회다. 국가안보를 총괄 지휘 감독하는 막강한 권력기구로 5년 임기마다 첫번째 회의만 공개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안보가 직면한 복잡하고 엄준한 형세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마지노선 사유와 극한 사유를 견지해 큰바람과 격랑, 심지어 모진 풍파라는 중대한 시련을 대비하라”고 강조했다. 격화되는 미·중 충돌, 글로벌 중국 포위망의 강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뒤에도 경제 회복이 둔화하면서 급증한 청년 실업률과 지방 부채,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위기 요인의 대두 등 중국 안팎의 위기 징후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는 “국가안보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종합 체제를 완비해야 한다”며 “실시간 모니터링, 적시에 조기경보하는 ‘콤비네이션 펀치(組合拳·조합권)’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위기에 대한 경보 시스템 구축을 촉구한 대목이다. 인민일보는 이날 ‘국가안보 위험 모니터링 시스템의 조속한 건설’, ‘국가안보 교육의 전면 강화에 관한 의견’ 등의 문건이 이날 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은 국안위 체제까지 확대 강화했다. 리창(李强) 총리와 자오러지(趙樂際) 전인대 위원장 외에 차이치(蔡奇)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상무서기까지 3인 부주석 체제로 재편하면서다. 홍콩 명보는 31일 “차이치가 국안위의 세 번째 부주석을 맡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깜짝 인사라는 평가를 냈다. 지난 2014년 국안위 판공실 부주임을 역임했던 차이치 부주석은 이듬해 7월 9일 대대적인 인권변호사 체포 작전을 막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대대적인 공안 드라이브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중국 공산당의 안정적 통치를 의미하는 정치안보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회의는 “정치안보를 확실하게 잘 수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4년, 2018년 공개된 두 차례 국안위 회의에서 모두 “정치안보는 국가안보의 근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이 말하는 국가안보는 일반적인 국가안보 범위 이상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정치안보·국토안보·군사안보·경제안보·문화안보·사회안보·과학기술안보·정보안보·생태안보·자원안보·핵안보 등 모든 국가안보 시스템을 건설하라”며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항을 모두 국가안보에 포함시켰다.

회의는 또 “인터넷 데이터와 인공지능 안보 거버넌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국가안보 법치 건설을 추진하며, 국가 안보 교육을 강화하라”고도 촉구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양회에서 당·정부 기구 개편안을 통과시키면서 인공지능(AI) 산업의 기초 자원인 빅데이터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데이터국을 신설했다. 또 사회 치안과 정보 기구를 총괄하는 중앙사회공작부를 신설했고, 스파이 행위를 폭넓게 확대 정의한 반(反)간첩법을 개정해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머스크 “미·중은 샴쌍둥이, 디커플링 반대”


한편, 3년여 만에 중국을 찾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틀 동안 중국 현직 장관 3명과 만났다. 31일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을 만난 머스크 CEO는 전날에는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친 국무위원은 회견에서 미·중 관계를 전기차 테슬라에 비유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핸들을 유지하고, 적시에 ‘브레이크’를 밟고, ‘위험한 운전’을 피하며 ‘액셀’을 잘 밟으면서 호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미·중 이익은 서로 융합되어 마치 몸이 붙은 샴쌍둥이와 같이 서로 분리할 수 없다”며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하며 계속 중국 업무를 개척하고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번 방중 기간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달 상하이에 대용량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인 메가팩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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