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삼형제가 만들어낸 음악 스토리텔링…미국 밴드 'AJR' 첫 내한

어환희 2023. 5. 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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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밴드 '에이제이알(AJR·가운데 세 명)'이 지난 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프라이빗커브


방문 두드리는 소리, 지하철 안내 음성 등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 소음이 어떻게 ‘힙한’ 노래로 바뀌었을까. 미국의 유명 팝 밴드 ‘에이제이알(AJR)’은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유쾌하게 풀어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헤드라이너로 오른 첫 내한 무대에서다.

이들은 박자를 늘리고 음정을 올려 자유자재로 만진 생활 속 소리 위에 피아노 멜로디와 트럼펫 리듬을 얹는 방식으로 대표곡 '뱅!'(Bang!)을 선보였다. 이 노래는 2020년 발표한 4집의 선공개 싱글 곡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올랐을 뿐 아니라 애플의 광고 영상에도 사용돼 대중들에게 AJR을 각인시켰다.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을 꽉 채운 관객들은 함성과 함께 “뱅, 뱅, 뱅!”을 외치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AJR은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 날 마지막 공연을 장식했다. 사진 프라이빗커브


AJR은 미국 뉴욕 출신의 세 형제가 2005년 결성한 형제 밴드다. 맏형 아담(Adam·33), 막내 잭(Jack·29), 그리고 둘째 라이언(Ryan·26)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공연 다음 날인 29일, AJR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방문한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노래를 알고, 따라 부를지 몰랐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세 형제가 밴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아버지 덕분이라고 한다. 막내 잭은 “매일 아침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에 맞게 아버지가 선곡하는 노래를 접했다”고 회상하며 “우리는 점차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게 됐고, 취미가 아닌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의 작은 아파트 방구석에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이들은 뉴욕 센트럴 파크와 워싱턴 스퀘어파크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며 점차 입소문을 타게 됐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지 8년째 되던 2013년 미니앨범 '아임 레디'(I'm Ready)로 정식 데뷔했다.

AJR은 뉴욕 출신의 세 형제가 지난 2005년 결성한 형제 밴드다. 사진 유니버설뮤직


AJR 음악의 특징은 강렬한 비트와 풍부한 사운드다. 바이올린, 트럼펫, 드럼 등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노래에 버무리는데, 각 악기의 개성이 절묘하게 표출된다. 그 과정을 대중과 공유하는데, 여기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라이언과 잭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
“영화의 비하인드 신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라이언은 “결과물 안에 얼마나 많은 작업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알면 더 잘 감상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우리의 노래를 계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늘 담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한 신곡 ‘더 덤 송(The Dumb Song)’ 뮤직비디오엔 1년 반 동안 노래를 만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깨가 들썩이는 멜로디에 실린 진솔한 가사는 AJR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위크'(Weak), '100 배드 데이즈'(100 Bad Days), '웨이 레스 새드'(Way Less Sad) 등의 노래는 우울과 절망을 직시한 가사로 듣는 이를 위로한다.
잭은 “많은 한국 팬들이 우리의 가사에 공감해준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했다. “가사의 영감은 답답하고 괴로웠던 코로나 시기, 목표를 이루지 못해 우울했던 시간 등 우리의 경험에서 나온다”면서 “모든 사람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데 음악을 하는 사람은 그것을 곡 안에 집어넣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가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쓰리 어클락 씽스'(3 O'Clock Things)에선 인종 차별을 비판했고, 부패한 권력 등을 겨냥한 '번 더 하우스 다운'(Burn the House Down)은 2018년 미국 총기 규제 시위의 주제곡으로도 쓰였다. 라이언은 “특정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는 전 세계 80억명 중 하나의 목소리로 '세상은 이렇게 돼야 한다'는 나만의 관점, 생각, 그리고 느낌을 음악에 반영하고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AJR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발굴해 나가는 것'이 음악적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사진 유니버설뮤직


멤버들은 “데뷔 이전 사람들의 낯설고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버스킹 공연을 이어간 7년 동안이 가장 두렵고 불안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 집안 거실에서 악기를 만지며 시간을 보내던 세 형제는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것이 연신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음악적 지향점을 묻자, 이들은 주저 없이 “새로운 것을 발굴해 내는 것(keep discovering something new)”이라고 답했다.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서 좌절하고 가장 실망스러울 때는 많은 가수가 모두 같은 음악을 하는 것”이라면서 “밴드 AJR이 유명해지고 음악이 인기를 얻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 이거 한번 들어봐야겠어’라는 생각이 들게끔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올해 안에 5번째 앨범 'TMM'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이제 막 새로운 앨범 작업을 끝냈다”면서 “가장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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