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Q sign #14] 내 속의 엔진

전병선 2023. 5. 3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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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인 목사

그렇다. 내가 Fashion Design을 다시 공부한 이유도 결국은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 확인시키고 나자 새로운 사역을 향해 서서히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내 안에는 늘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 일단 방향만 정해지면 달려나가는. 담임인 미국 목사님과 의논을 한 후, 화요일 저녁엔 중보기도 모임을, 금요일에는 성경통독을 해 나가면서 개요와 암송, 말씀과 현실을 비교 분석하는 방법으로 성경공부를, 새벽예배 인도는 나눠서 인도하기로 했다.

사역은 어떤 일 보다도 즐겁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역하는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 함께 기도하며 성경 말씀을 나누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외국회사에서 일할 때도 직원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에 일을 재미있게 할 수가 있었다. 하물며 함께하는 성도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영어를 대충 알아듣는다고는 해도 문화까지도 공통분모인 한국인 할머니 목사와 같지는 않았을, 한국인 여성 성도님들과 가까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현상을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셨다. 담임목사님 부부였다.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될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그렇게 되라고 한국인 할머니 목사를 부른 게 아니었나. 이럴 마음이었으면 그냥 두 분이 목회하실 것을 왜. 그리고, 모든 사람은 다 그릇이 다르고 은사가 다르다. 그 다른 기능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성장을 이루어 갈 수가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나 대신 누군가가 할 수 있다면 잘된 거지 견제하고 밀어낼 일인가.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나성순복음교회를 성도로 집사로 구역장으로 성가대원으로 전도사로 목사로 20년을 섬겼지만, 단 한 번도 견제를 당하거나 밀어냄을 당하지 않았다. 마음껏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받았으면 받았지. 그래서 교회는 내 집이었고 내 기도처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견제는 점점 노골적으로 되었고 밀어냄은 본격적으로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일이 힘든 것은 참으면 된다. 애초에 쉬운 일이란 없으니까. 그러나 이런 종류의 일은 참아서 될 일이 아니다. 해서, 취임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부득불 사표를 내게 되었다. 진실로 황당한 전개였다.

뭐에요, 하나님. 이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셨습니까.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불평은 합당하지가 않다. 내가 어떤 경우에 처하든지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오히려 하나님께서 과연 어떻게 인도하실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때 살던 아파트는 10개월 계약이었다. 11월 초에 들어왔으니 2015년 8월 말에 계약 만료가 되므로 9월 1일부터는 다른 아파트로 가거나 계약 연장을 해야 한다. 그나마 수입도 없어졌으니, 그 동네의 노인아파트를 찾아 접수해 놓고 “혹시 일할 곳이 없을까”하며 뒤지고 다녔다. 무슨 일이든 현재 하는 일이 있다면 70이든 80이든 몸만 건강하면 계속할 수가 있겠지만,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는 쉽지 않은 나이에다. 낯선 시골이었고, 특수한 지역이었다.

바로 그 무렵, 000 목사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GBC사장 공개채용 광고가 나갔으니 일단 서류들을 제출하라고 했다. 광고를 내고 난 후에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셨다고. 000 권사님께서도 내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당신이 이 방송국을 맡아.” “아니, 남자 목사님들도 많은데 왜 제가요?” “당신은 정직하잖아. 일당백이고” “차라리, 000을 시키세요. 잘 해 나갈 텐데요.”

그 자리, 미주복음방송 사장 자리였다. 남자 목사님들도 많은데 뭐라고 내가. 사실 그 자리는 몰라서 그렇지 그렇게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정말 죽기 살기로 기도를 해야만 되는, 끝도 없이 흑암과의 전쟁을 감당해 내야만 하는 자리다. 그러나 내게 전화를 주신 분 역시 무시하고 넘어갈 만한 분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하나님의 계획을 알 수가 없어서, 최소한 불순종은 하지 않으려고 급하게 해당 서류들을 준비해서 one night mail로 발송을 했다. 곧이어서, 금식기도 대신 “성경통독 66권 완독” 말씀 기도에 돌입했다. 뒤늦게 서류를 보냈기에 1차 발표일까지는 9일이 남았고, 그 9일 동안 말씀 속을 달려나가는 가운데 주시는 말씀, 인도하심을 깨닫기 위해서였다. 교회도 사임했겠다, 집중기도를 방해할 아무런 요소도 없어서, 작정하고 창세기 1장 1절을 열고 말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9일 동안 성경 66권을 완독하고 나니 연락이 왔다. 총 12명이 응모를 했는데 그중에 3명이 선출되었고 그 세 명 가운데 내 이름이 들어 있다고. 그 소식을 듣자 두려워졌다. 진짜로 하나님께서 부족한 나를 GBC(미주복음방송국) 사장 자리에 앉히신다면, 바로 그곳이 내가 죽을 자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해서 기도를 드렸다. 복음방송국 사장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린 게 아니라, 과연 하나님께서 합당한 사람을 세워 주십사고.

며칠 후에 연락이 왔다. 선출된 세 명 중 한 사람이, 자기를 뽑아주면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선출되었다고 했다. 뭐라고? 결국엔 돈이 결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뭔가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열 명의 이사 목사님들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셨겠지. 꼭 돈 때문이 아니라 그분이 합당하다고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결정을 하셨겠지 생각하고 접어 버렸다.

그 당시 복음방송국 이사장이셨던 김영일 목사님께서 최종 결과에 대한 전자 우편을 공식적으로 보내 주셨다. 내가 제외된 것이 확실해지고, “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진심으로. 당연히 부족하기도 하지만, 만일 그 자리가 내 자리가 되었다면? 명을 재촉받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리더의 자리는 막중하고도 막중하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이 없이는 결단코 감당을 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결과, 일단은 순종했고 결과적으로 자유함을 받게 되었다.

아파트 계약 만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8월 19일, 접수해 놓았던 노인 아파트로 찾아갔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상 좋은 매니저 Mary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You are so lucky!”하면서 아파트 열쇠를 주는 게 아닌가. 사무적으로는 9월 1일부로 처리할 테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이삿짐을 옮기라고. “Thank You, 하나님!” 정확하게 9월 1일에 입주케 해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짐을 천천히 옮길 수 있도록 열하루를 미리 주시기까지 하다니! 웃으며 열쇠를 건네주는 매니저 Mary가 천사로 보였다.

나는, 다음 날부터 들어갈 아파트에 가서 꼼꼼하게 청소를 하고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너무 힘들지 않게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짐을 다 옮기고 난 후에는 나가는 아파트 역시 반짝반짝하게 청소하고 열쇠를 반납했다. 노인 아파트는 소득대비 월세를 책정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되었고, 더는 그렇게 버둥대고 싶지도 않았다. 짐을 다 정리를 하고, 매니저 Mary를 찾아가 물었다. (계속)

◇김승인 목사는 1947년에 태어나 서울 한성여고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LA 기술전문대학, Emily Griffith 기술전문대학을 나와 패션 샘플 디자인 등을 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북미총회에서 안수받았다. 나성순복음교회에서 행정 비서를 했다. 신앙에세이를 통해 문서선교, 캘리포니아에 있는 복음방송국(KGBC)에서 방송 사역을 했다.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논픽션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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