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동그랗게 모였다…중대재해 1년간 0건, 이 기업 비결 [르포]
“현장 위험 요소를 지적해줄 분 계십니까?” “블록을 보면 수직 사다리가 설치돼 있는데, 오르내리면서 미끄러워 떨어질 위험이 큽니다.”
지난 26일 방문한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선 선박 표면처리작업을 앞둔 작업자들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와 ‘현장 위험성평가’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개선책을 수립하는 제도다.
원청 직원 1명과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1명은 원으로 모여 그날의 작업 내용과 위험 요소를 함께 공유했다. 이날 새벽에 비가 내린 탓에 미끄러짐 위험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작업 도중 고정된 발판이 떨어질 수 있다거나 좁은 시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윗선의 일방적인 지시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는 당사자들이 직접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것이다.
1분기 재해율 32% 감소…“재해 사전 예측·관리”
현대중공업은 이날 진행된 ‘현장 위험성평가’를 비롯해 ‘정기 위험성평가’, ‘수시 위험성평가’ 등 총 3가지 유형의 위험성평가를 운영하고 있다. 정기 위험성평가는 일상 작업에 대해 반기 1회 정량적 평가로 이뤄지고, 수시 위험성평가는 비일상 작업을 시작하기 전 정성적 평가로 이뤄진다. 현장 위험서평가도 작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정성적 평가로 진행된다. 현대중공업은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일일 사고예측 서비스와 안전작업요구권(작업중지권)까지 도입해 재해 방지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었다.
2400여명 외국인 근로자도 철저한 안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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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소사업장까지 위험성평가 확산”
정부는 위험성평가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사업장까지 확산시켜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고시)’를 개정해 모든 위험성평가 과정에 근로자들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은 간단한 점검표만 작성해도 되도록 규정하는 등 기업들의 부담을 최대한 낮췄다.
이날 위험성평가 현장을 지켜본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이번에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 몸처럼 상생해야 한다”며 “원청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울산=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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