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병석 (2) ‘불공평한 세상’ 프레임에 갇혀 ‘아웃사이더’로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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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생 순서가 가져다준 행운으로 한 집안의 장손으로 자랐다.
8세가 되니 무학재 고개 꼭대기에 위치한 '서울 안산국민학교'에 입학했다.
'공평하신 하나님'이라는 송명희 시인의 유명한 시도 있다지만, '불공평한 게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니, '불공평한 세상 불공정한 세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학교에 등교한 날보다 결석한 날들이 더 많았던 '소년 아웃사이더'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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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 내린 담임선생님 판결에 불만
점점 학교 흥미 잃고 결석하는 날 늘어
나는 출생 순서가 가져다준 행운으로 한 집안의 장손으로 자랐다. 남동생들도 2년 터울로 줄줄이 태어났기에 삼형제중 맏이, ‘큰 엉아’ 라는 애칭도 갖게 됐다.
자라던 동네는 청와대 반대편인 인왕산의 서편 아래쪽, 무학재 고개 근처였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시설이 거의 없었고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조차 없었다. 주변의 다른 아이들처럼 집 앞 골목을 중심으로 뛰어 놀았고 가끔씩 동네 형들의 인솔로 뒷산인 안산과 앞산인 인왕산 중턱까지 오르내렸다.
외형적으로는 작고 왜소한 몸집의 아이였지만, 또래 친구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생존 본능이 늘 작동했기에 ‘뺀질이’ 서울아이의 모습으로 점점 커가고 있었다.
8세가 되니 무학재 고개 꼭대기에 위치한 ‘서울 안산국민학교’에 입학했다. 1학년 신입생이 됐는데 날마다 같은 반 같은 분단 같은 학년 단체생활을 기본으로, 줄서기 손 씻기 공부하기 숙제하기 발표하기 시험보기 등등 현대판 사회인으로 길들여졌다.
담임선생님의 말씀과 이야기, 수업시간의 모든 설명들은 별나라나 달나라의 이야기처럼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머리로나 가슴으로나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자유분방한 성향을 지닌 나는 학교생활의 하루하루가 남모를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하시는 어떤 수업시간. 숙제를 열심히 해놓은 공책이 통째로 없어졌다. 책가방을 뒤지고 또 뒤져봐도 찾지 못해 당황했다. 옆자리의 짝꿍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물끄러미 지켜보던 순간. 짝이 책상위에 꺼내 놓은 낯익은 노트. 여러 가지의 상황들을 잘 따져보고 그 공책까지 눈으로 확인을 해보니 쉬는 시간에 나의 노트를 몰래 훔쳐다가 겉장에 쓰여 있던 이름과 번호를 지우개로 다 지우고 결국엔 자신의 것처럼 이름과 번호를 크게 적어놓았던 것이다.
그 순간 범인과 ‘명탐정 코난’의 모드가 돼 옆 짝꿍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옥신각신 티격태격 말다툼을 했다. 그런데 결과물로 돌아온 건 담임선생님의 엉뚱한 판결. 모든 상황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증명을 통해 어필을 해도 그 짝꿍은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자기 노트라고 눈물어린 호소를 했다.
결국 학급 전체의 수업시간을 방해하는 행동을 했기에 둘 다에게 같은 벌을 주시겠다는 선생님의 말씀. ‘공평하신 하나님’이라는 송명희 시인의 유명한 시도 있다지만, ‘불공평한 게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짧았고 뜨거웠던 경험만으로도 이미 무언가를 체득해 버린 나는 점점 ‘아웃사이더’로 변모했다.
학교에 등교할 마음은 점점 더 흐려졌다. 가방을 메고 인사를 드리고 매일 아침마다 집을 나서긴 했지만, 방향과 목적지는 학교의 교실이 아닌 동네 형들의 숨겨진 아지트였다. 하루하루 ‘땡땡이’라는 친구를 깊이 사귀게 됐다. 지금 돌아보니, ‘불공평한 세상 불공정한 세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학교에 등교한 날보다 결석한 날들이 더 많았던 ‘소년 아웃사이더’의 시절이었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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