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네 쌍둥이 본 두 기업의 공통점

손해용 2023. 5. 3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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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부장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초산(初産) 자연분만을 통해 네 쌍둥이를 얻은 SK온의 송리원씨 부부. 경사를 맞은 데에는 회사의 배려가 컸다. 송씨가 지난해 6월 SK온으로 회사를 옮기자 아내 차지혜씨는 “SK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회사”라며 바로 난임 병원을 찾았다. 각종 의료·검진비가 걱정이었지만, 회사의 복지제도가 부담을 덜어줬다. 유연근무 시스템도 보탬이 됐다. 송씨는 상사 결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휴가를 썼고,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해 아내와 매주 병원에 동행했다.

초산이 아닌 네 쌍둥이 자연분만은 지난해 포스코에 다니는 김환씨 부부의 출산이 국내 최초다. 포스코 역시 육아기 재택근무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난임치료 지원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다. 김씨 부부는 동생들보다 두 해 먼저 태어난 장녀를 포함해 5남매를 키우고 있다. 김환씨는 “출산·육아에 대한 회사 지원이 든든하니 애사심이 절로 솟아난다”고 했다. 기업이 나서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저출산 대책의 해법이 될 수 있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김환씨 부부 등이 최근 출산한 네쌍둥이와 장녀 등 5남매를 안고있다. [사진 포스코]

결혼 5년 이내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비중이 45.8%에 이를 정도로 한국의 저출산 위기는 심각하다. 양육환경·주거·취업·교육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출산 절벽을 넘으려면 우선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 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일터’인 기업의 협력이 필수다.

인구 문제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을 이끄는 이인실(전 통계청장) 원장의 아이디어는 솔깃하다. 이 원장은 기업을 대상으로 ‘인구영향평가제’ 도입을 제안한다. 기업별로 혼인을 얼마나 했고, 자녀는 얼마나 낳았는지를 점수화한다. 또 어떤 출산 친화적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우수한 기업에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주자는 것이다. 우선 1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점차 중견·중소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해 간다. “기업도 이젠 출산·육아 지원을 비용 차원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출산율만 높이는 게 아니다. 자녀를 갖거나 가지려는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이직률이 낮아져 채용·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준다.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출산 재앙을 막기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도 출산·육아 친화적 경영이 기업에 유리한 선택이 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해야 한다.

손해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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