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흑인 인어공주 ‘절반의 성공’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는 주제가 ‘언더 더 씨’와 함께 붉은 머리칼의 백인 인어공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장난꾸러기 ‘에리얼’은 안데르센 동화 속 주인공을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최근 디즈니가 실사판 리메이크작 주인공에 흑인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를 캐스팅하자 일부 극성팬들이 “나의 에리얼을 돌려달라”며 반발한 이유다.
흥행 성적은 예상보다 양호하다. 지난 26일 북미 개봉 첫 주말 나흘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극장 매출 1억1750만 달러(약 1560억원)를 기록했다. 일부 온라인의 평점 테러에도 영화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 나타난 대중 평가는 100% 만점에 95%에 달했다. 어린이 동반 가족 관객이 달라진 피부색을 자연스레 받아들인 분위기다. 베일리의 귀를 사로잡는 보컬도 매혹적이다.
그런데 디즈니의 도전을 반겼던 글로벌 언론과 전문가 평점은 영화를 본 뒤 68%까지 곤두박질쳤다. 베일리의 가창력을 빼면 바닷속 컴퓨터그래픽(CG)도, 스토리도 정제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등장인물의 인종을 바꾸면서 발생한 의문점도 슬쩍 넘어갔다. 에리얼의 상대역인 백인 왕자 에릭이 흑인 여왕의 입양아라는 설명도 있지만 바다왕국의 왕 트라이튼이 막내딸 에리얼을 비롯해 백인·황인 등 피부색이 각기 다른 딸을 둔 배경은 밝히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보러 간 부모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만하다. 보이콧 세력 사이에선 억지로 인종을 바꾼 탓이란 주장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디즈니의 다양성을 지지한 목소리가 무색해진다. 정치적 올바름(PC)도 좋지만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우선이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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