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인 순간이 담긴 샤넬 2023/2024 크루즈 컬렉션

전소희 2023. 5. 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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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자유를 담은 샤넬의 꿈 같은 장면들.
위트 있는 별 모티프의 가방은 컬렉션에 재치를 더해준다.
할리우드 조명에서 영감받은 조형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연상되는 라인스톤 백.
별빛처럼 빛나는 스톤 장식의 드레스와 나비 모티프의 진주 장식 드롭 네크리스를 매치했다.
옴브레 컬러 스톤 브레이슬릿과 라인스톤으로 뒤덮인 가방은 80년대 디스코 룩에서 영감을 받았다.
샤넬의 컬렉션은 한 편의 영화와 같다. 공들여 만든 쇼 피스들과 샤넬의 화법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모델들, 특히 크루즈 컬렉션은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그에 어울리는 컬렉션을 선보인다. 숨겨진 미지의 세계부터 보석 같은 명소, 꿈결같은 장관이 펼쳐지는 휴양지, 생경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도시에 이르기까지 매 시즌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향하는 샤넬의 여정엔 한계가 없다.
2023/2024 크루즈 컬렉션의 도시는 로스앤젤레스. 샤넬과 로스앤젤레스는 인연이 깊다. 둘의 관계는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산업이 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한 1930년, 가브리엘 샤넬은 할리우드 여배우의 의상제작을 계기로 당시 영화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거장 감독 장 르누아르(Jean Renoir)와 마르셀 카르네(Marcel Carne´)의 작품에서 의상 디자이너로 활약했으며, 영화배우 잔 모로(Jeanne Moreau), 로미 슈나이더(Romy Schneider) 등 다양한 배우들과 우정을 쌓았다. 가브리엘 샤넬은 배우들의 영화 속 의상은 물론 데일리 룩까지 책임지며 그들이 스타일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샤넬이 오늘날 영화계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버지니 비아르는 이번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샤넬이 다시 한 번 영화와 만날 준비를 마쳤다.
화이트 실크 까멜리아 엠브로이더리 블랙 트위드 재킷을 입고 포즈를 취한 지드래곤
릴 나스 엑스는 슬리브리스 톱에 볼드한 네크리스들을 레이어드했다.
블랙 트위드 수트로 클래식한 무드를 연출한 휘트니 픽.
마리옹 꼬띠아르는 화이트 레이스 톱과 블랙 오버올 차림으로 등장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적힌 캠핑카 모형의 위트 있는 가방.
비키니 톱 위에 볼드한 장식이 달린 골드 체인 베스트를 입고 데님 팬츠로 복고풍 스타일을 선보인 마고 로비.
수주는 시크한 올 블랙 착장으로 에지를 더했다.
쇼가 시작되기 이틀 전, 프랑스 아티스트 앙드레(Andre´)가 샤넬을 위해 제작한 대형 포스터가 로스앤젤레스 도시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팝’한 투 톤 컬러 포스터에는 지드래곤과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리옹 꼬띠아르, 마고 로비, 나일 로저스 등 하우스 앰배서더와 프렌즈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소셜 미디어엔 이네즈(Inez)와 비누드(Vinoodh)가 연출한 티저 영상이 릴리즈됐다. 해안을 배경으로 배우 알마 조도로브스키가 에어로빅을 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쇼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버지니 비아르는 “위대한 영화배우들의 화려함을 기리는 동시에 그들이 에어로빅, 스포츠, 롤러스케이트를 만끽하는 즐거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서핑, 롤러스케이트 등 활기찬 스포츠 문화와 할리우드 황금기에 대한 기억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떻게 보여줄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실버 판타지 코튼 트위드 재킷과 팬츠로 프렌치 시크의 정석을 보여준다.

샤넬의 꿈이 실현된 장소는 미국영화계의 5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로 알려진 ‘파라마운트 픽처 스튜디오’. 지난 5월 10일 화요일 저녁,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는 대형 댄스 플로어가 연상되는 런웨이와 화려한 조명으로 무장했고, 캘리포니아의 활기찬룩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질주할 준비를 마쳤다. 영화 〈원초적 본능〉 OST에 등장했던 제리 골드스미스의 메인 테마를 배경으로 등장한 첫 번째 룩은 샤넬 하우스를 상징하는 블랙이었다. 에너제틱한 스포티 무드의 크롭트 톱과 쇼츠를 입고 등장한 모델은 금방이라도 스케이트보드를 타야 할 것 같은 스니커즈와 니 삭스로 컬렉션의 문을 열었다. 톱에는 별빛의 반짝임을 담은 비즈와 메탈 장식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반짝이는 트위드 쇼츠 왼쪽 허리에 있는 까멜리아로 샤넬의 우아한 본분도 잊지 않았다. 이윽고 리드미컬한 디스코 음악으로 쇼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파스텔 톤과 화려한 컬러의 룩이 등장했다. 컬렉션은 버지니 비아르가 애정하는 핑크와 함께 영화계의 황금기, 여배우의 화려한 면모, 이들을 환하게 밝히는 영사기의 밝은 빛,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연상되는 골드까지 이어졌다. 코코넛 야자수 자수, 태평양 위로 펼쳐지는 석양 패턴 등 로스앤젤레스를 상징하는 디테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버지니 비아르가 이번 크루즈 컬렉션에 영감을받은 건 활기찬 로스앤젤레스의 분위기만은 아니다. 70~80년대의 펑크와 디스코, 리듬 앤 블루스에 이르는 댄스도 함께했다. 반짝이는 미러볼이 연상되는 미니 점프수트와 쇼츠, 스커트 수트, 테리 수영복, 레그 워머와 함께 입은 이브닝드레스 등 70년대를 상징하는 댄스 코드는 샤넬의 역사와 만나 환희에 빛나는 여성상으로 구현됐다. 칼 라거펠트에 대한 경의도 잊지 않았다. 디스코 볼과 밀크셰이크, 롤러스케이트, 코코넛 야자수 모티프 등을 담은 드레스로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기도. 샤넬 쇼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인 액세서리도 빼놓을 수 없다. 걸을 때마다 굽에 불이 켜지는 슈즈와 옴브레 컬러 스톤 장신구, 라인 스톤 장식의 백, 캠핑카 모형의 위트 있는 가방 등 80년대 빈티지 스타일과 디스코 무드가 우아하게 혼재됐다.

버지니 비아르가 애정하는 핑크 컬러의 디스코 룩을 입고 런웨이를 워킹하는 모델들.
블랙 앤 골드 시퀸 장식의 드레스와 과감한 네크리스 레이어드는 룩에 무게감을 더한다.
별 모티프와 키 참 장식이 달린 체인 네크리스는 로스앤젤레스의 젊음을 담았다.
로스앤젤레스의 석양을 표현한 시퀸 백.
쇼가 끝나고 휘트니 픽은 〈엘르〉 코리아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매우 설레고 흥분되는 쇼였다. 가장 마음에 든 아이템은 80년대 디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영감받은 슈즈다. 모두 훔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며 생생한 소감을 전했다. 쇼가 끝나고 런웨이였던 댄스 플로어는 순식간에 롤러스케이트장으로 변신했다. 관객들은 쇼의 여운을 간직하며 롤러스케이트를 즐겼고, 스눕 독의 공연으로 채운 애프터 파티 또한 로스앤젤레스의 밤을 흥겨운 파티장으로 만들었다. 버지니 비아르가 선사하는 크루즈 컬렉션 여정엔 상상을 자극하는 무심한 멋과 유쾌함이 공존한다. 하우스 유산을 지켜 나가는 동시에 늘 새로움을 탐구하는 샤넬. 버지니 비아르가 이룬 한 편의 영화 같은 쇼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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