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속속 나오는 ‘핫플’ 성수, 공시價 나 홀로 상승…재건축도 활발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청담동 일대에서 차를 타고 영동대교를 건너 유턴해 바로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으면 소규모 아파트 단지 2곳이 등장한다. 오른쪽에 있는 단지는 2009년 2월 준공한 ‘대명루첸’으로 총 3개동으로 구성됐다. 왼쪽에는 ‘성수두산위브’가 자리 잡고 있다. 총 157가구, 3개동으로 2006년 5월 준공한 성수두산위브는 일부 호수의 경우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강남까지 연결되는 영동대교와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할 만큼 입지가 좋다. 다만 2020년 2월 전용 84㎡가 9억2000만원에 거래된 후 3년 넘게 거래가 없었다. 가구 수가 워낙 적어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성수두산위브 매물이 신고가로 거래된 사실이 실거래가 시스템에 확인되면서 부동산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수두산위브 전용 131㎡는 지난 4월 15억2000만원(2층)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면적 물건 중 가장 최근 거래는 약 14년 전인 2009년 9월. 당시 6층 매물이 8억원에 거래된 후 7억2000만원 오른 가격에 새로운 거래가 이뤄졌다.
성수동2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아파트 주요 지역 공시가격이 대부분 크게 하락했지만 성수동은 다르다”며 “성수동은 아파트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예비 매수자들이 꾸준히 문의해 집값 하락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핫플로 자리매김한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서 잇따라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집값 행방에 관심이 쏠린다.
몇 년 전부터 성수동 내 부동산은 서울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알짜배기 물건으로 꼽혔다. 기존에는 업무용 혹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토지, 빌라 통매각 등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아파트로 그 열기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성수동이 MZ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권으로 자리 잡으면서 성수동 내 주택 역시 덩달아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 하락했지만
성수동 예외…고급 아파트 오히려 상승
올해 성수동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는 성수두산위브뿐 아니다. 성수동1가에 위치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올해 3월에 이어 4월에도 연속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올해 3월 62억원(27층)에 거래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중순 67억5000만원(45층)에 거래됐다.
2020년 11월 준공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에 이어 새롭게 성수동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로 급부상한 곳이다. 총 2개동, 180가구에 불과하지만 서울숲을 끼고 있고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과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했다. 지난해 9월 배우 전지현 씨가 남편과 공동명의로 130억원에 이 단지 펜트하우스를 구입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성수동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주택 경기와 관계없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전용 159㎡는 준공 직후인 2021년 3월 53억원에 거래된 후 한동안 거래가 없다가 올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이다.
통상 고급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일반 아파트와 비교하면 대체로 낮은 편이다. 워낙 매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예외다. 실례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지난 4월 보증금 42억원에 전세 계약이 경신됐다. 전용 198㎡의 경우 올해 3월 보증금 50억원, 월세 6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전세가율로 환산하면 매매 가격 대비 대략 60~70% 수준으로 일반적인 서울 아파트보다 높다. 그만큼 주거 만족도가 높고 인근에 아크로서울포레스트를 대체할 만한 고급 주택이 드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수동 고급 아파트 인기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고 정부가 공시가격 인하를 시사하면서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평균 17.32% 하락했다(5월 30일까지 이의신청 후 확정 예정). 전반적인 공시가격 하락 추세 속에서도 성수동 주요 아파트는 예외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최고층인 47층(B동) 전용 273㎡ 공시가격은 무려 81억9300만원이다. 전년 75억87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올랐다. 다른 층수나 작은 면적의 물건도 대부분 2~3%대 올랐다. 성수동 내 다른 고급 아파트 역시 공시가격이 올랐다. 갤러리아포레 전용 271㎡(101동, 45층) 공시가격은 65억4400만원으로 역시 전년(63억93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트리마제 전용 216㎡(101동, 46층) 공시가격은 58억9500만원으로 7600만원 올랐다. 성수동 고급 아파트 공시가격이 ‘나 홀로 상승’한 것은 최근 집값 하락 추세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수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성수동은 청담과 마주 보고 있어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특히 남향으로 아파트가 위치해 오히려 강남보다 한강 뷰는 더 좋은 편”이라며 “주요 단지에는 자산가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가구 수가 적어 희소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 신탁 통해 정비사업 진행
성수동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면서 성수동 일대 소규모 재건축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정부는 재건축 평가 항목 배점 비중을 개선했다. 구조안전성 비중은 50%에서 30%로 조정하고, 주거환경(15%), 설비 노후도(25%) 비중을 각 30%로 높였다. 또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조정했다. 그동안 평가 점수가 30~55점 이하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으나,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45~55점 이하로 조정해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판정 범위를 합리화했다. 그 결과, 성수동에서도 오래된 소규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성동구청은 성수동 동아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1983년 9월 준공돼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긴 동아아파트는 390가구, 3개동, 전용 57~97㎡로 이뤄졌다. 단지 바로 앞 서울숲역과 인근 뚝섬역을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단지다.
정밀안전진단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아아파트 역시 신고가 행진에 가담하고 있다. 올해 4월 동아아파트 전용 97㎡는 18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6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된 종전 최고 가격을 약 2년 만에 경신했다.
호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현재 같은 면적 매물은 대부분 17억5000만원에서 18억5000만원 사이에 호가가 형성됐다.
성수동 카페거리 인근 소규모 재건축도 속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 정안6차맨션은 시공사로 신동아건설을 선택했다. 소규모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신성연립의 경우 올해 5월 초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는데 2개 건설사가 참여해 입찰이 성사됐다. 조합 측은 6월 초 시공사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신탁을 통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성수동1가에 위치한 장미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장미아파트 재건축 시행을 맡은 KB부동산신탁은 성동구 왕십리로 66-15 일대 1만1084㎡를 대상으로 지하 3층~지상 20층, 3개동, 286가구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성수동1·2가의 경우 땅값이 계속 올라 대로변은 3.3㎡당 2억원, 이면 지역 또한 1억5000만원 이상에 형성되고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대단지가 없어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 재개발 사업(성수전략정비구역)과 삼표 래미콘공장 부지 개발 등 호재도 많은 만큼 성수동은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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