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유해”…서산 부역혐의, 학살 현장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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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전 민간인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이 이루어진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의 유해(유골) 60구 이상과 유품 등이 발굴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는 충남 서산시 갈산동 176-4번지 봉화산 교통호 인근에 위치한 유해 발굴 현장을 30일 공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참고인 조사, 신원기록심사보고, 경찰연혁사 등을 토대로 사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유해 매장지를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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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구덩이 팠으면 그리로 들어가라. 다 고개 다 땅으로 박으라고 그러지. 이렇게. 그러고 쏘지 인제. 그리고 긁어 묻으라고 혀...” (2008년 05월 14일 증언)
“처음에 (총을) ‘뜨르르르’ 갈기고, 도망간 사람이 있으니께 나중에 하나씩 세밀하게 죽이더구만요” (2008년 5월 27일 증언)
73년 전 민간인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이 이루어진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의 유해(유골) 60구 이상과 유품 등이 발굴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는 충남 서산시 갈산동 176-4번지 봉화산 교통호 인근에 위치한 유해 발굴 현장을 30일 공개했다. 부역혐의 사건 관련 유해 발굴은 아산 유해발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서산·태안 부역혐의 희생사건’은 경찰과 해군이 지역을 수복한 뒤 1950년 10월부터 1950년 12월까지 최소 30여곳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군경의 임의적 판단과 사적인 감정으로 벌어진 보복 살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해 발굴지인 교통호는 1950년 북한 인민군이 전투를 대비해 파 놓은 곳이다. 유해발굴 지역은 전체 길이 약 60m 정도로 3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발굴된 유해는 총 60구~68구로, 1구역 13구, 2구역 30~35구, 3구역 17~20구이다.
대부분의 유해는 좁은 교통호를 따라 빽빽하게 안치된 상태로 발굴됐다. 한 유해는 양팔이 뒤로 꺾인 채 바닥을 향해 고꾸라져 있었다. 주변에는 M1추정 탄피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당시 군·경이 희생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한 후 머리 뒤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구역에서는 유해 다리 사이에 다른 유해가 놓이는 등 위아래로 중첩된 모습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당시 학살이 진행된 후 마을 들개가 시신을 물고 마을까지 내려와 마을 이장이 청년들과 교통호 주변 시신을 교통호 안에 재매장했다는 증언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해 발굴에서는 백색의 4혈 단추와 고무줄 바지 끈, 반지 등의 유품이 발견됐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최소 1865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갔던 20~40대의 성인 남성들이었고, 여성들도 일부 포함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참고인 조사, 신원기록심사보고, 경찰연혁사 등을 토대로 사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유해 매장지를 추정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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