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버거' 인기魚 추락…떼죽음 악몽에 멸치처럼 쪄서 판다 [이슈추적]
6월 중순 이후 집중 포획
경남 창원 앞바다에 대규모 정어리떼 유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자치단체가 정어리를 미리 잡아 상품화하기로 했다. 해안을 악취 소굴로 만든 ‘정어리 떼죽음’을 막기 위해서다.
30일 해양수산부ㆍ경남도ㆍ창원시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지난 25일 정어리 집단폐사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창원 진해만(마산만 포함) 일대에서만 정어리 폐사체 226t이 발생, 도심지ㆍ관광지 주민이 악취로 곤욕을 치렀다.
이들 기관은 우선 상품 가치가 높은 어린 정어리(길이 5㎝ 내외)를 미리 포획, 1차 가공을 한 다음 팔 방침이다. 국물을 내는 마른 멸치처럼, 어린 정어리는 자숙(煮熟ㆍ김으로 쪄서 익힘)을 거쳐 건조하면 1㎏당 약 2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또 15㎝ 이상 성어는 통조림 등으로 가공하거나 냉동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지역 내 가공업체와 협의하고 있다. 경남도 등은 통영ㆍ거제ㆍ사천ㆍ고성ㆍ남해 ㆍ창원 등에서 정어리 어획이 가능한 정치망ㆍ연안선망 업계와 협의, 6월 중순 이후 정어리 포획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6월 이후 성어로 자란 정어리 가격은 1.5㎏당 약 9000원으로 상품성이 떨어진다. 사료용 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역 가공업체와 논의해 정어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계속 강구할 것”이라며 “집단 폐사가 발생하더라도 관계기관이 협업, 신속히 수거해 사료화하거나 소각할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때 ‘인기魚’ 정어리…햄버거 레시피까지
수과원에 따르면 국내 정어리 어획량이 많았던 해방 이전인 1930년대엔 정어리를 튀기거나 조려 먹었다.
1940년대부터 정어리 어획량이 크게 줄었지만, 1970년대 들어 어획량이 다시 차츰 늘더니 1980년대 급증했다. 1983년엔
「6월말 10만9000t을 잡아 정어리 豊年(풍년) 해방 이후 “최대”」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1987년엔 19만4000t이 잡혀 통조림 등 가공식품으로 팔렸다.
오죽하면 이듬해인 1988년엔 ‘정어리 헬스버거’ 레시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은 정어리에 대두단백·양파·달걀·천연조미료·향신료 등을 섞은 정어리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소개했다. 정어리는 단백질과 비타민D, 오메가 지방산 많아 건강식으로 불렸다.
들쭉날쭉 어획량…상품화 가능할까?
정어리는 이탈리아 등 해외에선 스파게티로도 먹을 정도로 인기 어종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어획량이 20~30년 주기로 들쭉날쭉하면서 지속해서 상품화하기가 어려웠다. 실제 1990년대 이후 매년 어획량이 감소했고, 2006년엔 아예 ‘ZERO(0t)’을 기록, 정어리는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정체를 보이던 어획량은 2011년 2400t으로 다시 늘었고 2017년에는 8100t까지 증가했다. 대규모로 출몰한 지난해에는 1만2000t이 잡혔다. 수과원 관계자는 “국내 정어리 어획량이 수십 년 주기로 크게 바뀌는 것은 연구 과제”라며 “일본에서도 한동안 보이지 않던 정어리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다시 상품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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