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민노총 2만명 도심에 모인다…경찰 "캡사이신 무장 준비"
민주노총이 31일 서울 도심에서 2만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이 30일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강경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
민주노총은 31일 오후 2시부터 삼각지역·경찰청·서울대병원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연 뒤 세종대로까지 행진 후 집결해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야간 행진까지 집회를 이어나간다는 게 계획이었지만, 경찰은 퇴근길 혼잡 등을 이유로 오후 5시 이후 집회는 불허했다. 서울경찰청은 도심권 일부 도로를 교통 통제하는 한편, 혼잡이 극심한 교차로는 차량이 우회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상황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엄정대응을 주문했다. 윤 청장은 “지난 16~17일 건설노조가 도심 한복판에서 야간문화제를 빙자한 불법 집회를 개최해 퇴근시간대 극심한 교통혼잡을 야기했다”며 “심각한 시민불편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고, 불법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윤 청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집회 강경대응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18일에는 브리핑을 자청해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를 금지하거나 야간 문화제 등을 빙자한 집회를 해산시키겠다”고 말했고, 지난 25일에도 내부 서한문을 통해 “그동안은 집회·시위 과정에서 무질서와 혼란이 발생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실현과정으로 인식해 관대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25일 불법 집회·시위 해산 훈련도 재개했다. 2017년 이후 6년만이다. 훈련에는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인 캡사이신 분사를 활용한 대응과 불법 시위자 검거 훈련도 포함했다. 다만 경찰이 캡사이신을 사용하더라도 과거처럼 살수차를 이용해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동대원에게 스프레이형 분사기를 개별 지급하는 방식을 이용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5월 헌법재판소가 ‘살수차로 캡사이신 등 최루액을 분사해 살상능력을 증가시키는 혼합살수방법은 법적 근거가 없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의 이같은 강경대응 방침은 지난 16~17일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정부·여당 내 비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건설노조 집회 이튿날인 지난 18일 SNS를 통해 “불법·폭력 시위를 수수방관했던 지난 정권의 폐습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강경대응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민주노총이 31일 야간행진 등을 강행할 경우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5일 금속노조 등의 대법원 앞 야간문화제와 노숙농성을 강제로 해산했고, 반발하는 참가자 3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민주노총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집회·시위는 보장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입을 막겠단 구시대적 발상을 중단하길 바란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경찰은 지난 16~17일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다음달 1일 당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한 건설노조 간부 2명을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었으나, 건설노조는 서울시 등의 추가 고발을 이유로 다음달 12일 오후 2시로 일정을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경찰과 조율한 사실이 없는 만큼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걸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간부 3명을 조만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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