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자유 제한하겠다니... 물대포 살수 참사 벌써 잊었나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 마이크 잡은 박대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
ⓒ 남소연 |
여당 국민의힘이 연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손대겠다고 한다. 그 방향은 집회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방향이다.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내용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집회 금지', '불법전력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제한', '경찰의 면책 지원 확대' 등이다(관련 기사: 박대출 "불법 시위 발 못 붙이게 법령 개정"... 정부여당의 민주노총 핀셋 겨냥 https://omn.kr/24004 ). 위 내용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지난 24일 성명 발표를 통해 자세히 짚은 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힘이 있는지, 한국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등 집회의 자유의 본질에 대해서도 살펴봤으면 좋겠다. 집회의 자유는 애당초 쉽게 제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 따라서 여당이 지금처럼 그렇게 쉽게 집회 규제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집회·시위의 힘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촛불집회'라는 특유의 집회 문화도 있을 정도로, 시민 목소리를 정부에 낼 필요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정부가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할 때면 이 촛불은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한국은 이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을 퇴진시키기까지 했다. 당시 전 세계가 한국의 민주주의 실현에 주목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이 물러난 것이지만, 국민들의 집회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못했을 일임은 분명하다. 한국 사회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할 뿐 아니라 대표자가 제대로 그 직무수행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대표자를 끌어내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며 그렇게 민주주의를 몸으로 느끼고 배웠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은 집회를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집회의 자유의 헌법적 의미와 기능에 대해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집회의 자유는 다른 여러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집회를 통하여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고 본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83(병합) 결정).
후자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구체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배제하고 대의민주제를 선택한 우리 헌법에서, 일반 국민은 선거권의 행사,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 외에는 단지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여 시위의 형태로써 공동으로 정치 의사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능성 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집회의 자유는 집권세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사를 공동으로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현대사회에서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소수집단에게 그들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창구로서 그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집회의 자유는 소수의 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본권인 것이다. 소수가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될 때, 다수결에 의한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보다 정당성을 가지며 다수에 의하여 압도당한 소수에 의하여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 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인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의 자유를 얼마나 중요한 기본권으로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 김소리 변호사 (월간변론 편집위원) |
ⓒ 민변 |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며,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고 하여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집회 금지가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
즉, 현재 여당은 시간적으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집회를 금지하는 방향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위 시간대의 집회가 언제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한 이러한 시도는 명백히 위헌적인 것이다.
'불법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한 집회·시위 제한' 언급 역시 마찬가지다. "불법전력이 있는 단체"라는 표현부터 모호하고 그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불법을 저질렀다고 하여 향후에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이유로 집회를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지금도 법원에서 집회신고인의 불법전력을 열심히 주장하며 금지통고의 적법성을 매번 주장하지만, 필자(김소리 변호사)가 수행했던 사건 중에서 경찰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편,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한 면책 지원 확대'는 또 어떤가. 한마디로 경찰보고 집회하는 시민들을 마음 편하게 때려 잡으라는 것인데, 경찰의 이런 대범한 집회 대응 역시 우리가 경험한 적이 있다.
▲ 백남기투쟁본부와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백도라지씨가 2017년 3월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 백남기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의식을 잃은 지 500일을 맞아 책임자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자료사진). |
ⓒ 이희훈 |
대법원은 지난달 13일 위 집회의 당시 책임자였던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9도12195 판결). 위 사건의 원심에 따르면, 구은수 전 청장은 당시 과잉 살수를 방치했으며 살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직접 시위진압에 관여한 경찰관 뿐 아니라, 최종 지휘권자에게도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경찰이 이렇게 집회 참가자를 상대로 물대포를 쏘며 대범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정권이 이를 허용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인 배경도 있다. 결국 이 사건 이후로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는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여당의 태도를 보니, 다시 이런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집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걸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로, 집회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민주주의 기능 장애로 흐를 수 있다는 점과 따라서 집회의 자유 제한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집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했던 경험, 그리고 집회 대응에 대한 경찰의 폭넓은 자율권 행사로 벌어진 대참사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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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주장 및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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