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응급실 뺑뺑이' 죽음…차사고 70대, 2시간 거리 떠돌다 참변
70대 노인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10분 만에 119 앰뷸런스에 탑승했지만 2시간 동안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군자동에서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던 5살 아이가 구급차에 탑승했으나 인근 대학 병원 등 4곳에서 입원을 거부당해 다음날(7일) 숨졌다.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가 24일 만에 반복된 것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30일 오전 0시 28분 용인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에서 후진하던 차량에 A씨(74)가 깔렸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10분 뒤인 오전 0시 38분 사고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A씨의 복강내출혈을 의심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이송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주대병원은 중환자실 부족으로 오전 0시 50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구급대는 응급환자를 받아줄 다른 병원 수소문에 나섰다. 그러나 오전 1시 6분에는 용인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오전 1시 20분 신갈강남병원에서 1차 응급처치는 받았지만, 병실 부족으로 이곳에서도 길게 머물 수는 없었다. 이후에도 안산고대병원 등 8개 병원이 중환자실 부족 등의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경기 남부권 11개 병원에서 모두 응급환자 입원을 거부당한 것이다.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은 건 사고발생 한 시간이 훨씬 지난 오전 1시 46분이었다. 그나마도 사고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65㎞ 떨어진 경기 북부의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서울이 더 가깝긴 하지만, 경기남부권역보다 병상 여력이 더 없어서 검토를 하다가 말았다. 모조리 ‘풀 베드’라 엄두도 낼 수 없다. 서울의 응급의료센터는 사실상 응급의료기관의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의정부로 A씨를 빠르게 이송하기 위해 헬기를 띄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짧은 가시거리와 낮은 구름 등 기상 조건 때문에 결국 이를 포기했다. 구급대는 오전 2시 1분 앰뷸런스를 통해 의정부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오전 2시 30분쯤 상태가 악화돼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오전 2시 46분 앰뷸런스가 의정부성모병원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응급실 뺑뺑이 대책 나오지만…“응급실 과밀 해소부터”
보건복지부는 3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겠다”며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40곳을 중증 응급환자를 최종 치료하는 중증응급의료센터(가칭)로 명칭을 바꾸고 숫자로 50~60곳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다음달부터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요청을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 응급실 과밀 문제가 해소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료학과 교수)는 “응급실 과밀 해소를 위해 낮은 단계의 외상센터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지만, 정부는 권역외상센터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며 “권역외상센터가 경증 환자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응급실 의사 1명이 받는 응급환자 수가 미국보다 3배 가까이 많다”며 “응급실 의료진을 늘리기 위해 이들을 위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찬규·손성배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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